다소 까칠하게 공연을 보고, 이야기 합니다. 때로 신랄하게 '깔'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잘 만든 작품에게는 누구보다 따뜻하지 않을까요?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작품들이 더 많이 올라오길 바라봅니다. [편집자말]
 사과문

ⓒ @Yossef_K


한국에선 막을 내린 지 꽤 시간이 흘렀고, 현재는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던 뮤지컬 <인터뷰>가 다시 한 번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사건의 발단은 작품의 공동 연출을 맡은 요세프 케이의 트윗 때문이었다. 그는 연극 <Q>로 많은 팬과 소통하며 인기를 쌓았으며, 이번 뮤지컬 <인터뷰>의 공동 연출을 맡았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가족 애정극 쥑이게 만드는 중"이라는 말과 함께 남성 배우가 여성 배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연습 사진을 첨부했다.

명백한 폭력의 장면을 유희로 소개하는 데서 불편함을 느낀 팬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요세프 케이는 해당 사진을 지우고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리허설에서 폭력장면을 두고 예민해져서 배우들과 크게 고생"을 했고, "넘어지고 함께 괴로워하고 소리질러가며 땀 흘리던 여배우가 페북에 자신이 연습하던 장면을 남겼는데, 그걸 보고 연출로서 그녀가 수고했던 모습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해당 트윗을 남겼다고 한다.

요세프 케이는 이후 자신을 비판하는 팬들의 트윗에 답하는 멘션을 남기며 사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과의 글을 남기던 도중 자신의 발언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는 뉘앙스의 문장을 남기기도 했다. 결국 비판을 잠재우던 와중에 또 화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무엇이 '오해'인가

냉정하게 말해, 만에 하나 오해가 있다 한들 오해의 발단을 수용자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잘못의 경중을 따지자면, 오해의 소지 있게끔 발언한 발화자의 몫이 더 크다. 해당 의도가 아니었다 해도, 그 말이 발화되며 이미 사회성을 지닌 이상, 그에 대한 사과는 '오해였다'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의도가 어찌됐든 잘못은 잘못이며, 오해의 요소가 있도록 말한 것 또한 나의 책임이다'가 되어야 한다.

요세프 케이는 이를 수용했고 결국 장문의 사과문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농담이 도를 넘었다는 점, 자신의 태도가 경솔했다는 점 등을 사과하였고, 더불어 자신의 경솔함으로 상처를 받은 분들께 용서를 구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연극·뮤지컬이라는 장르 내에서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그 언행의 크기와 화제 된 정도의 차이일 뿐 관계자들의 잘못된 언어 사용은 꽤 잦은 일이었다.

당장 아시아브릿지컨텐츠의 작품 <곤 투모로우>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트위터로 공개됐던 '곤투 앙상블 파헤치기' 시리즈가 문제였다. 작 중에서 한 앙상블 배우는 종우 역의 배우와 자주 붙어있었다. 그 앙상블에 대한 코멘트로, <곤 투모로우> 트위터 관리자는 '혹시 게이세요...?'라는 문장을 남겼다.

그 앙상블 배우가 실제로 연기한 캐릭터가 게이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애초에 그 문장은 게이라는 동성애자를 타자화하는 문장이다. 작 중 옥균을 따르는 카즈에를 보고 '혹시 이성애자세요?'같은 질문을 던지지는 않는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곤 투모로우> 트위터 관리자는 해당 사진을 지운 후, 수정하여 다시 올렸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과는 비판을 남긴 팬들에게만 댓글 형태의 멘션을 남기며 이뤄졌다. 모두에게 공개된 사과라 보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빠른 대처는 좋았지만, 섬세함이 아쉽다

 사과문

ⓒ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뮤지컬 <인터뷰>는 이전에도 범죄 특히 여성 혐오 범죄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러 논란이 있었던 작품이다. 그런데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는 "뮤지컬 <인터뷰>는 상처 받은 작은 아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라고 사과문 내에서 밝히면서 팬들의 분노에 오히려 기름을 붓고 말았다. 

팬들은 "왜 작은 아이'들'"이라는 복수가 아니라 "작은 아이"라는 단수형 명사가 쓰였는지를 추궁했다. 뮤지컬 <인터뷰>의 주인공은 남자인 싱클레어이다. 어렸을 적 가정폭력으로 학대를 받고, 의지하던 남매 조안으로부터도 버림받자 싱클레어는 폭력에 눈 뜨게 된다. 싱클레어라는 그 '작은 아이'는 폭력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이다.

뮤지컬 <인터뷰>는 오로지 싱클레어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함께 가정 폭력의 피해자였던 조안을 '악녀'이자 싱클레어를 살인마로 만든 또 하나의 '가해자'로 묘사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주인공으로 함께 등장하는 조안은 철저히 싱클레어의 '인터뷰'에 의해 묘사되던 인물이었다. 과연 조안에 대한 그의 묘사는 얼마나 신빙성이 있었을까. 그 과정에서 조안의 이야기는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조안 역시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고, 싱클레어와 조안을 학대하던 엄마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왜 싱클레어의 피해에만 집중을 하고, 그가 저지른 가해는 지워지는가. 조안이 입은 피해는 지워지고, 그가 저지른 가해만 조명되는가. 그가 저지른 또 다른 폭력의 피해자들은 무엇인가. 너무도 많은 이유로 여성에 대한 성범죄, 살인 등이 정상 참작되는 한국 사회이기에, 그 아쉬움은 커져만 간다. 뮤지컬 <인터뷰>를 불편하게 여겼던 팬들은 이전부터 이런 질문을 던져왔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그러한 불만이 폭발한 셈이다.

"여기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자신을 조각낸 맷 시니어라는 청년이 있다. 나는 여러분들이 맷의 따뜻한 손길이, 맷이 그토록 바라던 따뜻한 집이 되어주기를 바라본다." - 뮤지컬 <인터뷰> 프로그램 북, 추정화 연출의 말 중에서

이번 뮤지컬 <인터뷰> 사건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인터뷰>를 사랑했던 관객, 뮤지컬 <인터뷰>를 한 번은 관람했던 관객 그리고 뮤지컬이란 장르를 사랑하지만 <인터뷰>를 보지 못한 관객 구분 없이 모두에게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일각에서는 이전보다 빠른 피드백이 있었으며, 당사자가 직접 성의를 다해 사과하려는 태도가 보였다는 데서 의의를 찾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페미니즘에 대한 담론이 활발해지면서 폭력에 대한 논의도 함께 활성화됐다. 대중문화 장르에서 소비자들이 주체가 된 활발한 담론 생산은, 생산자들의 태도 변화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이 멀기는 하다. 하지만 빠른 피드백과 사과를 받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뮤지컬 인터뷰 연출 페미니즘 여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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