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자문위원도 함께하는 WBC 개막 준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을 앞두고 22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자문위원인 머레이 쿡(왼쪽)이 WBC 조직위원회 관계자와 함께 그라운드 정비 작업을 하고 있다.

MLB 자문위원이자 구장 유지 관리분야 전문가인 머레이 쿡이 주도하는 이번 정비는 오는 26일까지 진행되며 마운드 개선과 내야 평탄화 작업, 불펜 보수 작업 등이 실시된다.

▲ MLB 자문위원도 함께하는 WBC 개막 준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을 앞두고 22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자문위원인 머레이 쿡(왼쪽)이 WBC 조직위원회 관계자와 함께 그라운드 정비 작업을 하고 있다. MLB 자문위원이자 구장 유지 관리분야 전문가인 머레이 쿡이 주도하는 이번 정비는 오는 26일까지 진행되며 마운드 개선과 내야 평탄화 작업, 불펜 보수 작업 등이 실시된다. ⓒ 연합뉴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축구 월드컵을 부러워하던 야구가 야심 차게 만든 국가대항전 WBC는 '야구의 세계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화려하게 출범했다. 2006년 열린 제1회 대회는 큰 화제를 모으며 대성공을 거뒀다.

대회 창설을 주도한 미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 대부분 참가국이 최정예 전력으로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쿠바,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등 메이저리그의 중남미 스타들이 소속 구단이 아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서로 경쟁하는 것도 야구 팬들로서는 신선한 장면이었다.

또한, 한국의 류현진, 일본의 마쓰자카 다이스케와 다르빗슈 유, 네덜란드의 조너선 스쿱 등 미국 밖에서 활약하던 '예비 스타'들이 WBC에서 실력을 증명하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등용문 역할도 했다.

'야구의 세계화' 꿈꿨던 WBC, 초라한 현실

그러나 2009년 열린 제2회 대회부터 WBC를 기피하는 현상이 시작됐다. WBC가 3월에 열리는 탓에 선수가 개막을 앞두고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 관리에 실패할 것을 우려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선수 차출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이 각 참가국의 프로야구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7월에 대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자신들의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완강히 반대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2013년 제3회 대회부터 WBC는 사실상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정작 세계 최대의 야구 시장인 미국이 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자 메이저리그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결국 야구는 올림픽 무대에서도 퇴출당하는 신세가 됐다.

오는 3월 열리는 제4회 대회도 마찬가지다. 맥스 슈어져, 브라이스 하퍼, 마이크 트라우트 등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스타들이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다. 일본도 다르빗슈, 마에다 겐타 등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핵심 전력들이 고민 끝에 불참을 결정했다.

그렇다고 선수 차출을 막아서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을 무조건 비난할 수도 없다.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한 소속 선수가 WBC에 출전했다가 다치거나 정규시즌에서 부진에 빠진다고 해도 그 막대한 손실을 보상해주는 곳은 없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WBC의 미래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1회 대회에서 숙적 일본을 연파하고 미국까지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4강에 진출했다. WBC는 축구와 해외야구에 밀려 침체기를 겪던 프로야구가 다시 인기를 회복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2회 대회에서 박찬호·이승엽 등 해외파 스타들이 빠진 데 이어 3회 대회부터는 국내파 선수들까지 WBC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한국은 3회 대회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쓴잔을 마셔야 했다.

이번 대회도 추신수·김현수·이대호 등 해외파는 물론이고 주요 국내파 선수들도 부상, 재활 등으로 빠졌다. 전력 구성에 어려움을 겪자 해외도박 파문을 일으켰던 오승환 발탁을 둘러싼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태가 갈수록 꼬이자 결국 'WBC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최근 선수 차출 거부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WBC가 2017년 대회를 마지막으로 폐지될 수도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하였다.

축구 월드컵은 2026년부터 본선 참가국을 현행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리며 세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모두가 외면하는 WBC로서는 과감한 개혁이나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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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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