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 사구로 왼팔 골절상을 당했던 추신수.

2016시즌 사구로 왼팔 골절상을 당했던 추신수. ⓒ MLB.com 화면 갈무리


메이저리거 추신수(35·텍사스)의 국가대표 복귀가 결국 무산됐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최근 최종 엔트리에서 낙마한 추신수와 김현수(볼티모어)를 대신해 박건우(두산)를 28인 엔트리에 교체 선발했다. 아울러 50명 예비 엔트리에는 고종욱(넥센)과 정수빈(경찰청) 등을 추가했다.

추신수는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국가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추신수는 당초 WBC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김현수와 마찬가지로 소속팀의 강력한 반대에 발목이 잡혔다.

추신수는 2014년 텍사스 입단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고전했다. 지난해도 종아리, 햄스트링, 허리, 팔 골절까지 4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악전고투 끝에 48경기 출전(타율 .242 7홈런 17타점)에 그쳤다. 텍사스 구단은 고액연봉자이자 부상이 잦은 베테랑 추신수의 WBC 참가를 끝내 불허했다. FA 계약 이후 몇 년간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 추신수로서도 비시즌에 열리는 국제대회 출전에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으로서는 풍부한 경험을 갖춘 추신수의 부재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김인식 감독은 국제대회 경험을 갖춘 베테랑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도자였다. 하지만 추신수뿐만 아니라 강정호, 김현수 등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는 야수 자원들이 모두 이탈하게 됨에 따라 국내파 위주로만 구성된 타선 전력은 약화가 불가피해졌다.

아쉬웠던 추신수의 태극마크 불발

많은 팬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추신수에게 이번 WBC가 마지막 태극마크가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했던 추신수지만, 정작 국가대표팀과의 인연은 그리 많지 않았다.

추신수는 1999년 청소년 국가대표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성인 대표팀에는 메이저리거가 된 이후 2009년 제2회 WBC(준우승)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금메달)에 출전했다.

WBC에서는 7경기 16타수 3안타 타율 1할8푼8리에 그쳤지만, 준결승-결승전에서 홈런 2방을 터뜨리며 결정적인 순간에 강한 클러치 히터로서 '제2의 이승엽'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5경기 14타수 8안타 타율 5할7푼1리 3홈런 11타점으로 대폭발하며 금메달 획득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특히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얻은 덕분에 추신수는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FA 대박까지 터뜨리며 안정된 선수 경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문제는 광저우 대회 이후 대표팀에 대한 추신수의 참여도와 의지가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는 점이다. 추신수는 이후 2013년 WBC와 2014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와 올해 WBC까지 국제대회에 모두 불참했다. 2011년에는 음주운전으로 구설에 오르는 등 사생활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하나하나 살펴보면 국가대표팀 불참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2013년에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1년 앞둔 상황이라 WBC 출전을 고사했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애초 국내파 병역 미필자 선수 위주로 구성되었으며, 2015년 프리미어12에서는 추신수 본인이 모처럼 출전 의지를 밝혔으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40인 로스터에 든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제한하면서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추신수 개인 입장으로서도 굳이 비시즌에 체력 소모가 크고 부상위험도 있는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것보다는 몸 상태를 추스르며 소속 팀에 전념하는 게 낫다.

병역혜택 이후 국제대회 참여 부진

하지만 추신수가 역대 해외파 스타들과 비교할 때 병역 혜택을 받은 이후 대표팀에 대한 기여도가 확연히 떨어졌다는 점에서 '먹튀' 논란이 인 것도 사실이다. 메이저리그 1세대인 박찬호나 역시 이번 WBC를 고사한 김현수의 경우, 병역 혜택을 받은 이후에도 여러 국제 대회마다 최대한 참여했던 것과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현재 대표팀에 참여한 이대호, 정근우, 김태균, 오승환 등 추신수와 같은 82년생 동갑내기들이 아직도 대부분 건재하다는 것도 추신수의 불참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다.

추신수도 어느덧 35세다. 한국야구는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지만, 점점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대표팀에서 추신수에게 다음을 기약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추신수의 기량도 어느덧 하락세인데다 지금처럼 메이저리거들의 국제대회 출전이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추신수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추신수의 야구인생에서 국가대표팀과 병역 혜택은, FA 대박 이후 텍사스에서의 행보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마음의 빚'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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