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2017시즌 소속팀을 구하지 못한 '빅보이' 이대호의 행선지는 어디가 될까. 지난해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메이저리그의 꿈을 이뤘던 이대호지만 올 시즌에는 아직까지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 당초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대한 의사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이대호가 요구하는 만큼 출전 기회와 몸값을 보장할 만한 구단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한국이나 일본 무대로의 유턴이다.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최고 수준의 활약을 보여준 바 있다. 일본 현지 언론에서는 한신, 지바 롯데, 라쿠텐 등이 이대호 영입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이대호의 친정팀인 롯데 자이언츠가 이대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대호의 롯데 유턴 가능성은 한·미·일 3국행 중 가장 설득력이 낮은 시나리오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고 있다. 우선순위였던 메이저리그 재도전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본 구단들도 서서히 2017시즌을 대비한 전력보강이 마무리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벌써 5년이나 외국무대에서 활약했던 이대호로서는 고향에 대한 향수나 선수생활의 후반부에 대한 고민도 서서히 생각할 시점이다.

황재균 떠난 롯데, 전력 보강 시급

 결승타를 기록한 이대호 (출처: 시애틀 구단 SNS)

국내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이대호. ⓒ 시애틀 매리너스


롯데가 전력보강이 다급하다는 것도 이대호 영입설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롯데는 팀의 주포이던 내야수 황재균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며 팀을 떠났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FA 시장에서도 뚜렷한 전력보강이 없었다. 최근 4년 연속 가을야구에 탈락했던 롯데로서는 이 상태로는 2017시즌도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는 평가다.

이대호는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일본과 미국에서 모두 그 실력을 인정받은 최정상급 타자다. 현재 롯데는 마땅한 1루수와 거포 자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대호가 가세하면 이 고민은 한 방에 해결된다. 여기에 롯데는 부산이 배출한 프랜차이즈이자 전국구 스타다. 사직의 아이돌로까지 불리우던 이대호의 국내 복귀는 최근 성적부진으로 침체된 롯데의 관중동원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걸림돌은 역시 몸값이다. 이대호는 2016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총 210만 달러, 한화로 약 24억7천만 원 정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호는 일본에서 뛸 때 소프트뱅크에서 약 5억엔(50억원)을 수령했으며, 지난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하던 시점에서는 최대 3년 18억엔(약 186억 원) 정도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호가 국내 무대에 복귀하려면 일본 시절만큼의 몸값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고, 양보한다고 해도 시애틀에서 받았던 정도의 몸값은 보장액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KBO리그도 올해 FA 시장에서 최형우가 기아 타이거즈와 4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하며 사상 최초로 100억 시대에 접어드는 등 선수 몸값이 폭등세다. 하지만 이대호가 처음 FA자격을 얻어 일본에 진출한 2011년 당시 롯데로부터 100억원대 계약을 제시받았던 것이 벌써 5년 전이다. KBO리그 성적이나 통산 경력에서 최형우보다 한 수위의 타자로 꼽히는 이대호인 만큼 국내 복귀시 그 이상의 대우를 해줘야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대호의 국내 복귀시 4년 총액 150억 정도를 예측하기도 한다.

이대호를 무조건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롯데 구단이 그동안 투자에 인색하다는 이미지를 비판하기도 한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롯데는 2009년 당시 FA자격을 1년 앞둔 이대호와 연봉조정까지 갔던 기억도 있다. 당시 이대호와 롯데의 제시액 차이는 불과 7천만원이었다. 물론 일반인 기준으로야 적은 액수가 아니지만 롯데 구단 입장에서 이대호의 가치와 FA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그렇게 아옹다옹할 금액도 아니었다. 당초 FA가 되도 롯데에 계속 남을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던 이대호가 이듬해 FA 자격을 얻자마자 뒤로 돌아보지않고 해외진출을 선택한 것은 당시의 서운함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5년 전은 5년 전이고 지금의 상황은 또 다르다. 롯데는 이후 또다른 프랜차이즈 스타인 강민호를 잡는 데 FA 최고 대우를 해줬고, 손승락, 윤길현 등 외부 FA를 영입하는 데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쓸 때는 쓰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러나 지금 이대호는 해외무대에서 뛰면서 몸값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폭등했다.

아무리 최근 몸값 거품이 심한 KBO리그라고 해도 국내에서 한 선수에게 연봉만 40~50억에 이르는 거액을 지불해야하는 것은 롯데가 아닌 어떤 구단이라도 감당하기 어렵다. 오히려 다른 선수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국내 야구계의 빈익빈 부익부만 더 도드라지게 만들 부작용도 크다.

이대호의 기량과 가치는 의심할 나위가 없지만 그 한 명을 잡는데 구단이 지나친 거액을 들여가면서까지 영입하는 것은 정상적인 투자라기보다는 '패닉 바이'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아무리 이대호라고 해도 메이저리그 재도전이 무산된 것을 국내에서 몸값으로 보상받으려는 모양새가 되는 것도 좋지 보기 않다. 물론 이대호에게도 굳이 몸값에서 손해를 보면서까지 롯데로 돌아와서 희생하라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롯데나 이대호나 한 번쯤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서로 조금씩 조건을 양보하여 협상이 가능하다면 다행이지만 이견이 크다면 미련을 두지말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게 낫다. 롯데가 이대호의 몸값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해서 투자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할 수는 없다. 이대호도 선수로서의 전성기가 아직 지나지 않았을 때 미국이나 일본에서 합당한 가치를 평가받으며 더 도전하는 게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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