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조>에서 북한 장교 차기성 역을 맡은 배우 김주혁.

영화 <공조>에서 김주혁은 북한 장교 차기성 역을 맡았다. 위조지폐 동판을 탈취해 또다른 목적을 이루려는 인물로 이야기에 긴장감을 더한다. ⓒ 나무엑터스


언론 인터뷰로는 6년만이다. 대중에겐 그간 10편 가까운 영화와 드라마로 심지어 <1박2일>등의 예능으로 친숙하게 다가갔지만 김주혁은 유독 자신의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전하기를 조심스러워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자에게 6년 전 전했던 우려도 아마 하나의 이유였을 것이다. <커플즈>(2011)로 만났던 당시 김주혁은 이른바 "사람을 낚는 기사"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영화를 소개하거나 배우를 소개하는 취지면 이해가 가지만 (특정 이슈로) 낚는 기사는 부담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 <공조>로 돌아온 지금 그는 보다 여유로워 보였다. 수식어가 많지 않은 담백한 말투는 여전했지만 말이다. 20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주혁에게 그간 품어온 궁금증을 풀어냈다.

차린 것 많고 먹을 것 많은 <공조>

우선은 <공조>다. 해당 작품에서 김주혁은 위조지폐 동판을 탈취해 또 다른 음모를 꾸미는 북한 장교 차기성 역을 맡았다. 남북한 형사가 공조수사를 통해 잡아야 하는 인물이다. 김주혁의 필모그래피를 봤을 때 다소 낯설긴 하다. 로맨틱 코미디의 주연이었거나 <비밀은 없다> <당신과 당신 자신의 것> 등에선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입체적 인물이었다. 그에 비해 차기성은 이야기 내에서 철저히 기능적으로 쓰인 캐릭터다.

"심플한 게 좋았죠" 그의 대답이 정확했다. 기능적으로 쓰였을지언정 "내겐 낯선 악역인 만큼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걱정하기도, 궁금하기도 했다"고 그가 덧붙였다.

"솔직히 요즘은 작품을 가리는 게 없다. 최근 단편을 두 개 찍었는데 마치 신인 때 기분이랄까. 도전이라 하기엔 거창한 표현이고, 새로운 작업에 대한 흥분감이 있다. 이게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마음을 비우고 임하고 있다. 그전까진 역할에 대한 혹은 주변 조건에 대해 생각을 했었다. 쓸데없는 집착이랄까. 그걸 비우고 오로지 내가 하고픈 작품을 하는 게 중요한 거 같더라. 시나리오를 봤을 때 재밌으면 하는 거다(웃음)."

이런 이유로 김주혁이 해석한 차기성은 단순히 주인공(현빈, 유해진)을 괴롭히는 악당이 아닌 나름 신념의 인물이었다. "밖에서 보면 나쁜 짓 하는 캐릭터지만 신념대로 움직이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그가 설명했다.

"조국에 충성을 다했던 군인이었을 거다. 그러다가 체제에 배신을 느끼고 돈을 모아 쿠데타를 일으키려 한 인물로 해석했다. 위조지폐 동판으로 잘 먹고 잘 살려고 했으면 다르게 행동했겠지. 자신의 신념이 보이는 인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공조>는 차린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 밥상과도 같다."

 영화 <공조>에 출연한 김주혁의 캐릭터 포스터.

영화 <공조>에 출연한 김주혁의 캐릭터 포스터. ⓒ JK필름


설렘에 대해

참여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근작들을 보면 비중에 상관없이 김주혁은 자신이 도전하고 싶은 것들을 택했다. 매체 인터뷰가 뜸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가 "뭔가 나서서 얘기하기엔 역할이 애매해서였다"고 말했듯, 그는 철저히 시나리오의 재미를 파고 또 팠다. 게다가 예능까지 도전했다. 국회의원 입성을 노리는 냉혈한(<비밀은 없다>), 여성을 의심하면서도 사랑을 갈구하는 지질이(<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그리고 구탱이형(<1박2일>)의 연결고리가 궁금했다.

"<비밀은 없다> 땐 정치인의 마음이나 움직임이 어떤지 궁금해서 여러 사진이나 글을 찾아 봤다. 이미지적인 걸 보려고 노력했지. 그리고 홍상수 감독님 영화는 당일에 시나리오가 나오는데 따로 해석을 어떻게 하겠나? (웃음) 오히려 편집하고 나서 '아 저런 내용이었구나' 생각했다. 일부러 뭔지도 모르고 찍으려고 노력한 면도 있다.  

예능을 시작한 이유를 솔직히 말하자면, 사극을 두 편(<무신> <구암 허준>)하니까 좀 노땅 이미지랄까 그걸 덜어내야 한다고 소속사의 이야기가 있었다. 뭐 대표와는 종종 그런 얘길 했으니 해보자고 한 거지. 근데 민폐만 끼치고 나온 거 같다. <1박2일> 친구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됐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 친구들이었기에 함께 할 수 있었지, 경쟁이 심한 프로였다면 아마 적응 못했을 거다. <SNL코리아>도 방송사고 날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웃음)."

여러 걱정이 있었지만 그는 몸을 던졌고, 꽤 잘 해냈다. "앞으로 예능은 안할 것 같지만 드라마와 영화 가리지 않고, 잘만 맞는다면 도전할 것"이라는 말에서 여전한 열정이 느껴졌다. "다작이 올해 목표!"라며 그가 웃어 보였다. 게다가 동료 배우 이유영씨와 교제까지 하고 있지 않나. 여러모로 출발이 좋은 그다.

 영화 <공조>에서 북한 장교 차기성 역을 맡은 배우 김주혁.

특유의 담백한 어조로 그는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스스로를 (말로) 좀 꾸밀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며 종종 그는 멋쩍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 나무엑터스


"폭을 더 넓히고 싶다. 예전에 로코에 국한됐다면 이렇게 확장되는 배우였다는 걸 말하고 싶다. 2년 전부터 다양한 걸 해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른다. 참 웃긴데 그런 점에선 예능이 많은 도움이 됐다. 자기를 내려놓는 거잖나. 정작 예능을 할 땐 여유가 없었는데 이후에 여유가 생겼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자꾸 보게 되니까. 마음에 확신이 든 것 같다. 

마음의 여유는 있지만 아직 난 멀었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역할이 들어오는 배우가 되기 위해 뛰어야지. 로맨틱 코미디를 또 한다고 해도 이젠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뭐 어떤 게 들어올지 모르니까 일단 들어오면 결이 다른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 대중이 원하는 결을 잘해내도 굉장한 건데 좀 다른 결을 확신과 믿음을 갖고 하다 보면 확장이 될 거라고 본다."

이처럼 다져진 말이 또 있을까. 그는 충분히 자신을 탐구하면서 자신의 것을 채워가고 있었다. 여기에 그가 한 마디 덧붙였다. "연기 앞에선 그래도 겸손해진다." 20년에 가까운 연기 경력에도 겸손함을 강조했다. 그가 롱런할 수 있는 주요한 이유 아닐까.

 영화 <공조>에서 북한 장교 차기성 역을 맡은 배우 김주혁.

ⓒ 나무엑터스



김주혁 공조 유해진 현빈 이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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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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