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8경기 출전
▲ 13,231점 득점(1위)
▲ 5,235 리바운드(1위)
▲ 1,077 어시스트 (14위)
▲ 356 스틸(16위)
▲ 463 블록슛(2위)

한국 프로농구(KBL)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벌써 눈치를 챘을 것이다. 아마 '득점'에서 저 기록을 가진 주인공의 이름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쉿!' 조금만 더 '비밀'을 유지하기로 하고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저 숫자들의 나열이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부연해보자면,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19.2점, 7.6 리바운드 이상을 기록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걸 688번 이상 해야 한다. KBL의 한 시즌 경기가 54경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12~13년에 해당하는 세월이다.

자유 계약으로 준NBA급 선수들이 활약하던 2000년대 중반에 그들과 함께 몸을 부딪치며 코트 위를 누볐던 선수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저 엄청난 기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매 순간이 아쉽다. 좀 더 잘 했어야지 했다. 많은 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부족했다. 큰 점수를 줄 수 없다. 많이 아쉽다. 다른 이유보다도 더 잘 하고 싶었다. 내 기대에는 한참 못 미쳤다." 만족을 모르고 승부욕이 강했던, 농구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컸던 선수였다.

 JTBC <비정상회담>의 한 장면

JTBC <비정상회담>의 한 장면ⓒ JTBC


"20여년 인생을 다 바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지만, 오히려 욕을 더 많이 먹었고 외로웠다. 하지만 방송은 짧게 했는데도 너무 좋아해주시니 (선수시절이) 허무하면서도 마음이 짠하고, 너무 행복하다. 그게 좋아서 방송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15년 SBS <힐링캠프>에 출연했 당시 코멘트)

그런데 왜 갑자기 '농구' 얘기냐고? 그리고 그 선수가 도대체 누구냐고? 저 위대한 기록의 보유자는 바로 '국보급 센터', 이제는 '예능 공룡'이 된 '서장훈'이다. 여전히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 자신의 농구 인생을 정리하는 은퇴 경기에서 눈물을 훔치던 장면이 눈앞에 선하지만, 이제 서장훈은 JTBC <아는 형님>, SBS <꽃놀이패>, SBS <미운 우리 새끼>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가장 핫한 예능인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 18일에는 JTBC <한끼줍쇼>에 게스트로 출연해 이경규와 의외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처음에야 '친한 동생들의 부탁'으로 얼떨결에 방송에 출연했다지만, 이제 서장훈은 자신의 또 다른 재능을 확실히 깨닫고, 자신의 타이밍에 코멘트를 칠 수 있는 영리한 예능인 그 자체다. "아니, 그게 아니고~"로 시작되는 특유의 진지함과 투털거림은 서장훈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포인트였는데, 그는 기존의 예능계에 없던 캐릭터였다. 일종의 블루오션을 개척했던 셈이다. 반짝 인기를 얻고 사라져버린 수많은 스포츠 스타와 달리 서장훈은 연예계에 비교적 수월하게 안착했고, 어느덧 '예능 공룡'으로 우뚝섰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기부한 서장훈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 원을 기부한 서장훈ⓒ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내가 잘나서 방송에 출연하고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진 것에 비해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조금이나마 사회에 돌려드리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서장훈이 더욱 돋보이는 까닭은 자신이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서장훈은 서울 중구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회관을 찾아 1억 원을 기부했다. 이 성금은 서장훈의 뜻에 따라 소년 소녀 가장의 교육과 생활지원 등에 쓰이게 된다고 한다. 서장훈의 이와 같은 따뜻한 행보는 결코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그는 선수 생활 동안에도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소년 소녀 가장들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또, 5000 리바운드를 달성했을 때도 구단의 연고지였던 창원의 고3 수험생 5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그뿐인가. 은퇴를 발표하고 뛰었던 마지막 시즌에는 연봉 1억 원과 사비 1억 원을 보태 모교인 연세대의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기부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장훈은 '팬'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농구 선수로서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자연스레 팬들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는 방법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가 은퇴 후 예능인으로서 제2의 삶을 살게 된 후에도 대중들로부터 받은 관심과 사랑을 '뜻깊게' 되돌려주는 방법을 찾았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능력뿐만 아니라 겸손의 미덕을 갖춘 서장훈은 '좋은 선수'를 넘어 '좋은 어른', '좋은 사람'의 길을 걷고 있다. 예능인으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은 서장훈이지만, 언제까지 그가 예능계에 남을지는 알 수 없다. 농구에 자신의 인생을 바쳤던 서장훈이기에 언젠가는 훌쩍 다시 농구계로 돌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길이 무엇이든 간에 이것 한가지는 분명하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프로'이고, 자신이 받은 사랑의 무게와 가치를 절실히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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