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월화드라마 <피고인>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오창석, 권유리, 지성,신린아, 엄기준, 엄현경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각박한 시대에 낭만을 부르짖던 닥터들이 떠난 자리, 아내와 딸을 죽였다는 끔찍한 누명을 쓴 검사가 찾아온다. 첫 방송을 앞둔 SBS 새 월화드라마 <피고인>이 19일 서울 목동 SBS에서 제작발표회를 갖고 그 시작을 알렸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직업의식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피고인>은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극 중 억울한 누명을 쓰고도,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진실을 추적하는 전직 검사, 현직 사형수 박정우 역에는 '믿고 보는 배우' 지성이 캐스팅 됐다.
지성 "아빠라 몰입하기 더 힘들었다"
▲ <피고인>에서 부녀 역할을 맡게된 신린아 양과 배우 지성. ⓒ 이정민
극 중 주인공처럼, 아내와 딸이 있는 그는 "인물과 비슷한 환경에 놓여있어 박정우의 가슴앓이가 마음에 더 와 닿았다"며 작품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박정우는 지성에게 이입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살해당한 아내, 실종된 딸.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불편한 소재"라 결정을 내리기 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다고. 하지만 "장르물을 해보고 싶은 배우로서의 욕심과, 작가와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선택할 수 있었"단다.
지성은 "주어진 상황과 대사를 연기할 뿐,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하겠다고 몰입하고 상상하면 너무 괴롭고 끔찍했다"고 털어놨다.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박정우를 연기하기 위해, 지성이 택한 방법은 다른 방식으로 몸을 혹사시키는 거였다. 촬영장에서 틈만 나면 운동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않아 조영광 감독이 '지소드(지성+메소드)'라는 별명까지 지어줬을 정도다.
"단지 비주얼적인 모습을 위해 살을 빼겠다는 단순한 측면은 아니었어요. 마음을 더 속상하게, 멘탈 자체를 견디지 못하게 만들어야 했어요. 대본을 더 오래 보고 생각하면서, 박정호가 내가 아닌, 극 중 인물일 뿐이라는 걸 되새겼죠. 몸무게는 6kg 정도 빠졌는데, 운동량에 비하면 많이 빠진 건 아니에요. 살보다 마음이 빠졌어요. 드라마를 마치고 가정으로 돌아갈 때, 이 우울함을 갖고 돌아가고 싶진 않아요. 그래서 결말은 꼭 해피엔딩이었으면 합니다." (지성)
엄기준·권유리·오태석 "지성의 도움 컸다"
▲ <피고인>의 세 남자, (왼쪽부터) 엄기준, 지성, 오창석. 엄기준은 극 중 희대의 사이코패스 차민호 역을, 오창석은 지성의 친구지만 그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검사 강준혁 역을 맡았다. ⓒ 이정민
이런 지성의 노력은 함께하는 배우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됐다. 지성과 맞붙는 '희대의 악당'인 재벌2세 차민호, 차선호 1인 2역을 연기하게 된 배우 엄기준은 "지성과 처음 작업을 함께하게 됐는데, 연기가 너무 디테일하다"고 칭찬했다. 특히 실제 가정이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부성애와 여유로움, 너그러운 분위기가 특히 부러웠다고.
권유리는 "지성 선배님은 내게 동아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리딩부터 촬영 전까지, 따로 시간을 내어 연기적으로 조언도 많이 해주고, 유리의 캐릭터도 함께 고민해줬다고. 특히 지성의 아내인 배우 이보영에게도 도움을 톡톡히 받았단다.
"선배님 초대로 집에서 리딩을 한 적이 있는데, 이보영 언니가 전작에서 국선변호사 역을 하셨잖아요. 제 역할도 마침 국선변호사라 살짝 조언을 구했는데 친절하게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두 분께 연기적인 조언도 많이 들었지만, 무엇보다 두 분의 모습이 너무 이상적이라 보기 좋았어요." (권유리)
▲ 권유리는 "지성 선배님은 내게 동아줄 같은 존재"라면서 "지성의 아내인 배우 이보영에게도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고 말했다. ⓒ 이정민
지성은 유리의 부러움 섞인 칭찬에 얼굴이 달아오른듯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쑥스러워했다. 이어 "유리씨 본인의 연기 의지가 굉장히 강하더라. 이전 드라마와 달라진 모습들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는 신인 때 그만큼 하지 못했다"며 유리를 치켜세웠다.
<피고인>으로 첫 장르극에 도전하는 오창석 역시 "지성, 엄기준 두 형님들과 함께한다고 해서 굉장히 좋았다. 이 분들의 연기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극 중 지성의 친구이자, 그에게 사형을 구형한 검사 역할을 맡은 덕에 유독 지성과 붙는 신이 많다는 오창석은 "지성이라는 배우가 작품과 신을 대하는 자세를 많이 배운다. 작품을 보는 시야, 템포...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이 내게는 의미가 있는 작품일 것 같다"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성 "자꾸 악몽 꾼다"
▲ 지성은 <피고인>을 촬영하며, 자꾸 악몽을 꾸게된다고 고백했다. ⓒ 이정민
지성은 <피고인>을 찍으며, 자꾸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악몽을 꾼다고 털어놨다. 죽다 살아나는 꿈, 가족을 살리기 위해 뛰어다니는 꿈... "결국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매일 힘든 꿈에 시달리느라 힘들기도 하고, 오늘은 또 어떤 꿈을 꿀지 무섭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피고인>에 임하는 지성의 무게와 부담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 속 지성의 모습은, 그런 지성의 고민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했다.
<피고인>은 능력있고 소신있는 강력부 에이스 검사였던 박정우가 감옥에서 눈을 뜨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건 이후 모든 기억을 잃은 그는, 진실을 밝히고 딸을 찾을 수 있을까? <피고인>의 절박한 진실 추적은 오는 23알 월요일 오후 10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