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슈퍼리그(CSL)는 천문학적인 돈의 흐름과 시진핑 국가 주석의 '축구 굴기' 정책에 힘입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CSL의 클럽들은 천문학적인 연봉을 앞세워 남미뿐만 아니라 유럽 빅클럽 선수들도 거침없이 영입하고 있다. 심지어 2부 리그인 갑급 리그의 팀들도 어마어마한 이적료로 K리그의 외국인 선수를 데려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CSL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바로 선수 로스터 규정 변경이다. 중국 축구 협회는 올 시즌부터 'U-23룰'을 신설하고,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을 축소했다. 중국 자국 선수들의 출전권을 보장하고, 나아가 중국 국가대표팀의 전력을 향상하겠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가 '홈그로운 룰'을 강화한 이유와 같은 이유이다.

그러나 홈그로운 룰을 강화하는 EPL과 로스터 규정을 변경하는 CSL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중국 축구 협회가 진정으로 국가대표팀의 실력 향상을 원한다면 규정을 변경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뿐더러 리그의 흥행을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먼저 'U-23룰'과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 축소'가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자. 'U-23룰'은 K리그 클래식에서 시행하는 룰과 같은 룰로, 18명의 경기 엔트리에 23세 이하 선수가 2명 이상 있어야 하고, 그중 1명은 반드시 선발 라인업에 있어야 하는 룰이다.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은 본래 경기에서 최대 5명까지 기용할 수 있었던 외국인 선수의 수를 3명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18명의 경기 엔트리에 클럽들이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5명을 모두 넣을 수 있었고, '3+1명 출전(+1은 아시아 쿼터)'만 지키면 교체 카드를 통해 5명 모두 경기에서 뛸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 변경된 룰로는 18인 엔트리에 아시아쿼터 여부와 상관없이 3명까지만 넣을 수 있다.

 2016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SIPG의 라인업.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경기에 출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6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SIPG의 라인업.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경기에 출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상하이 SIPG


중국 현지에서도 이번 규정 변경을 반가워하지 않는다. 중국의 축구팬들은 규정 변경에 반발하고 있고, 클럽들은 리그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판을 다시 짜야 할 상황이 되었다. 중국 축구 협회는 자국 선수들의 수준 향상과 비정상적인 이적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규정을 변경했다고 하는데, 이번 규정 변경은 자국 선수들의 수준 향상이나 이적 시장의 과열을 막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국 선수들의 수준 향상에 대해 생각해보자. 자국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외국인 선수의 출전을 제한했다는 것은 자국 선수들의 출전 비율을 늘리겠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단순히 자국 선수들이 많이 뛰면 수준이 향상해 국가대표팀의 전력이 강해지는가?

완벽하게 틀린 생각이다. 위의 논리가 맞는다면,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이 거의 없는 유럽의 국가대표팀들은 모두 FIFA 랭킹 하위권을 기록하고, 출전 제한을 엄격하게 규정해놓은 아시아 국가대표팀은 FIFA 랭킹 상위권을 차지하고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이다.

자국 선수들의 수준 향상을 위해 진짜 해야 할 일은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이다.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보완해서 좋은 실력을 갖춘 자국 선수들이 등장해 외국인 선수들을 실력으로 이겨 선발로 나오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 유무와 상관없이 자국 선수들의 수준은 올라가게 된다.

이번에는 이적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규정을 변경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외국인 선수의 출전을 제한하는 것이 이적 시장의 과열을 막을 수 있을까? 이미 모든 CSL 구단이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 2명의 선수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열을 막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다.

오히려 한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를 3명밖에 쓸 수 없다고 하면, '이왕 쓸 거 더 수준 높은 선수를 써야지'라는 마음을 가질 것이 분명하고, 수준 높은 선수를 쓰려면 그만큼의 돈이 더 든다. 연봉 총액을 줄이는 것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적 시장의 과열을 막는 데에는 도움이 안 된다.

'U-23룰'은 오히려 이적 시장을 더욱 과열시킨다. 외국인 선수에 낀 거품만큼이나 중국리그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자국 선수에 낀 거품이다. 규정 변경 전에도 한 팀에서 7명의 중국 선수를 선발라인업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그나마 잘하는 중국 선수들이 지나친 이적료와 연봉을 기록해왔다.

중국 선수 이적료 레코드 기록은 상하이 선화의 센터백 비 진하오가 세웠다. 허난 전예에서 상하이 선화로 이적하는데 기록한 이적료는 1114만 유로(약 149억 원), 중국 연령별 대표팀을 지내오긴 했지만 이적 당시 기록으로 국가대표 A팀은 딱 1경기 뛰었던 선수의 이적료가 149억을 기록했다. 톈진 테다가 예전에 광저우 헝다와 중국의 최고스타 가오린을 영입하기 위해 3500만 유로를 제의했다가 거절당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렇게 되면 수준이 높지 않은 중국 선수들이 슈퍼리그로 오기가 더욱 쉬워지고, 수준 높은 중국 축구 스타의 몸값은 지금보다 더욱 올라갈 것이다. 중국 축구협회가 규정 변경을 강행한다면, 1990년대 아시아 축구의 강호였으나 자국 선수들의 몸값이 너무 높아져서 몰락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이 크다

 상하이 푸동공항으로 중국에 도착한 오스카

상하이 푸동공항으로 중국에 도착한 오스카 ⓒ 중국 슈퍼리그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상하이 SIPG로 이적한 오스카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방식이 계속된다면, 아마 슈퍼리그는 EPL의 라이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좋은 계획들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EPL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중국에도 좋은 선수들이 있다. 그들은 새로운 선수들을 많이 돕는다. 그들의 이런 모습이 계속되길 원한다."

"축구가 유럽이나 남미뿐만 아니라 또 다른 대륙에서도 성장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모든 팀이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중국 리그의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중국 슈퍼리그는 어마어마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시장 규모로는 이미 EPL과 라이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아시아에 경제적으로 세계 정상급인 리그가 있다는 것은 아시아 축구에도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CSL는 지금 EPL의 라이벌이 되기 위한 길을 놔두고 방황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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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슈퍼리그 외국인 선수 오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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