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득점'이다.
득점의 양에 따라 경기를 펼친 양 팀의 희비가 갈린다. 그렇기 때문에 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는 '최전방 공격수'다. 최전방 공격수가 얼마만큼 제 역할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뒤바뀐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는 반환점을 돌아 후반기를 치르고 있다. 막바지로 향할수록 치열해지는 순위 싸움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그 가운데 올 시즌은 역대급 득점 랭킹 레이스가 진행되는 중이다.
EPL '지존' 같은 존재인 디에고 코스타와 해리 케인을 비롯해 왕좌에 도전하는 '이적생' 즐라탄과 '전술 변화의 중심' 알렉시스 산체스가 치열함의 절정을 보이고 있다. 뒤이어 로멜루 루카쿠, 저메인 데포, 세르히오 아구에로 등이 선두조를 바짝 쫓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번 글에서는 '효자 공격수'를 조명한다. 전체적인 팀의 득점 능력에 비해 뛰어난 효율성을 보여 크게 기여한 선수들을 나열하고, 그들의 저력을 확인할 예정이다.
득점 랭킹은 5위, 기여도는 독보적인 선두를 달린 선덜랜드의 저메인 데포저메인 데포는 3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저력을 보이며 12골을 집어넣었다. 올 시즌의 그는 선덜랜드의 '올해의 선수'다운 꾸준함으로 EPL을 휩쓸었다. 데포는 위기였던 2015-16 시즌의 선덜랜드를 개인의 능력으로 강등 위기에서 살려냈다. 종합 15골 1도움을 기록한 그는 실질적인 선구자였다. 축구 선수의 전성기라기에는 상당한 나이지만, 나이를 잊은듯하다. 데포는 2016-17 시즌의 수비수를 제외한 프리미어리거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소화하며 '철인'으로도 자리 잡았다. 출전 시간뿐만 아니라 '12골 2도움'의 공격포인트까지 '두 마리의 토끼'를 챙겼다.
▲ '선덜랜드를 사랑하는 남자' 저메인 데포
ⓒ 저메인 데포 트위터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저메인 데포의 소속팀인 선덜랜드는 승점 15점으로 19위에 랭크되었다. 득점 6위에 해당하는 주포를 지녔음에도 불구, 부진에서 허덕이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선덜랜드의 전체 득점이 20개에 그쳤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48득점을 올린 그들은 올 시즌의 전환점을 돌았음에도 절반에 미치지 못 하고 있다.
데포는 20개의 팀 득점 중 12득점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거 최고 '효자 공격수'로 등극했다. 그러나 팀 득점의 60%를 책임진 웃어야 할 기록에도 웃지 못 하는 암울한 현실이다. 선덜랜드가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표정은 더욱 굳어진다. 그들은 최근 프리미어리그 4경기에서 1무 3패를 기록했으며, 컵 대회에서 번리에게 0-2로 패배해 탈락했다. 시즌을 앞두고 야누자이와 아니체베 등을 영입했음에도 경기 결과에 큰 변화는 없었다. 되려 역풍을 맞은 선덜랜드는 강등을 바로 앞에 두고 '필사즉생 필생즉사'로 싸워야만 하는 위기에 봉착했다.
팀 내 기여도가 상당한 저메인 데포를 돕기 위해서라면 선덜랜드는 '마땅한 공격 자원'을 구매해야 한다.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아니체베가 알짜배기 같은 활약을 보였지만 효과가 크지 못 했다.
선덜랜드 공격진의 플레이 수준은 속된 말로 '노답'이다. 파비오 보리니가 부상 이후 제 컨디션을 찾지 못 했고, 야누자이는 여전히 수준 이하를 전전했다. 이 외의 공격 카드는 유스에서 콜업된 조엘 아소로가 전부다. 현 상황에서 지친 저메인 데포가 부상이라도 입는다면 '설상가상'의 선덜랜드는 최악의 국면을 맞이한다. 그들에게는 반드시 최전방 공격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악'의 선덜랜드는 저메인 데포와 또 한 번 위기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톱 7' 클럽 중 최고의 '효자 공격수'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 저메인 데포 공식 트위터 ⓒ 그래픽 김동현
1위를 달리는 첼시부터 7위에 랭크된 에버튼까지, Top 7 클럽 중 최고의 '효자 공격수'는 단연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다. 프리시즌부터 맨유에 합류한 그는 노스웨스트 더비에서 헤딩 동점골을 터뜨리기까지 총 20개의 득점을 올렸다. 리그앙에서의 능력을 EPL에서도 입증하기 위해 바다 건너 영국에 도착한 즐라탄은 이미 맨체스터의 왕관을 차지한 듯하다. 그는 20경기에 출장하여 전부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어 팀이 기록한 32득점 중 14득점을 챙기며 득점 선두 경쟁에 합류했다. 즐라탄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기회를 잡았다. 그는 89번의 슈팅 중 36개를 유효 슈팅으로 연결했고, 그중에서도 14개를 골문에 넣었다.
소속 팀 맨유도 초반 몇 경기에서 웨인 루니와 폴 포그바가 부진에 빠지며 함께 침체됐지만 미키타리안의 복귀와 함께 상승세를 탔다. 이에 즐라탄의 결정력이 더 해지자 더할 나위 없는 경기력이 나오고 있다.
사실 지난 시즌 맨유의 최대 고민은 득점이었다. 반할 감독 체제에서의 맨유는 매 경기 득점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71개의 득점을 터뜨린 '4위' 맨체스터 시티에 이은 5위였지만 득점은 49개에 그쳤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소 다르다. 어떤 상황, 위치에서든지 득점포를 가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즐라탄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즐라탄은 맨유의 공격진을 이끌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에 맨유는(21라운드 기준) 32골을 넣으면서 향상된 공격력을 선보였다. 물론 맨유의 전체적인 능력치가 '만족스러울 수준으로' 향상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럼에도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상황이 점점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키타리안의 복귀와 더불어 즐라탄의 득점포가 쉴 새 없이 일했다. 게다가 폴 포그바가 제 위치를 잡았고, 무리뉴가 서서히 선수단을 정리하며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저메인 데포와 즐라탄에 이어 치열해진 득점 경쟁즐라탄과 더불어 득점 랭킹 공동 선두를 달리는 디에고 코스타의 기세는 잠시 '멈춤' 상태다. 최근 그는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이적료를 제시받은 후 심히 고민 중이라고 밝혀졌으며 클럽과의 불화가 있었다. 특히 콘테 감독이 직접 인터뷰에서 '피지컬 코치와의 불화가 있었다'라며 라인업 제외를 예고했다. 실제로 지난 레스터전에서 첼시는 코스타 없이 제로톱 형태로 경기를 치렀다.
'승부욕의 화신' 산체스는 아스날의 전술이 변화한 후 득점에 있어 절정의 감각을 뽐냈다. 제로톱 형태에서 산체스는 상대방의 수비 라인을 깨부수는 플레이를 보이며 14골을 득점했다. 그는 즐라탄과 코스타와 함께 리그 득점 1위를 달리는 중이다. 그러나 최근 아스날과의 재계약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고, 경기 내외에서 팀 성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불화설'이 있다. 두 선수는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주목된다.
디에고 코스타 - 14득점 5도움, 공격포인트 랭킹 2위 & 선두권 중 최소 유효슈팅 (팀 득점 31%) 알렉시스 산체스 - 14득점 7도움, 공격포인트 랭킹 1위 & 득점과 도움 멀티플레이 (팀 득점 29%)그들의 뒤를 이어서는 '잉글랜드 토종' 해리 케인이 바짝 쫓고 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잠시 팀을 이탈했었으나 복귀 이후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한다. 단 16경기에 출장했음에도 13골을 터뜨리며 선두권을 위협하고 있다. 짧은 출전 시간에도 불구하고 그의 득점은 팀의 득점의 31%를 차지했다. 최근 4경기에서 6골, 특히 가장 최근이던 웨스트 브롬위치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그의 기세는 압도적이다. 해리 케인의 활약에 힘입은 토트넘은 근 8경기에서 24골을 터뜨리며 순조롭게 선두권 경쟁을 향하고 있다.
해리 케인 - 13득점 2도움, 선두권 중 최소 경기 출전 & 최소 오프사이드 기록 (팀 득점 31%)언제든지 득점 랭킹을 뒤바꿀 수 있는 저력의 선수들도 있다. 에버튼의 '헐크' 로멜루 루카쿠는 12골 4도움을 올리며 팀 득점의 38%를 차지했다. 이어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기세 좋은' 델레 알리, 사디오 마네 등이 충분한 저력을 지닌 '다크호스'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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