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요 미식회>에 출연 중인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tvN <수요 미식회>에 출연 중인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 tvN


"KBS의 특정 정치인 지지자 출연 금지 결정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 혼자만의 일이었으면 그냥 있을 수도 있었다. 나는 어쩌다가 KBS의 출연 금지를 알게 된 것인데, 나 이외에 특정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이들은 자신은 알지도 못한 채 출연 섭외에서 아예 배제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KBS 블랙리스트인 셈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tvN <수요 미식회> 등에 출연 중인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KBS의 일방적인 출연 금지 통보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황씨는 18일 밤 자신의 SNS에 "KBS가 나에게 방송 출연 금지를 통보하였다"는 제목의 장문을 글을 올리며 'KBS 블랙리스트' 설을 언급해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스팟 인터뷰] 황교익 "KBS 출연 금지 통보, 욕부터 나왔다")

황씨는 지난 14일 출범한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 포럼은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지지하는 문화예술체육인의 모임이다. 황씨는 이후 출연이 확정돼 있던 KBS <아침마당> 제작진으로부터 출연 금지 통보를 받았다. 작년 연말 '목요특강' 출연 섭외를 받고, 이미 제작진과 관련 회의까지 마쳤던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연말에 KBS 아침마당 목요특강 출연섭외를 받고 1월 6일 담당 피디와 2명의 작가를 만났다. 아침마당은 예전에 생방으로 특강을 한 적이 있는 프로그램이라 오랜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었다. 2시간 넘게 회의를 하여 '맛있는 식재료 고르는 요령'을 주제로 강연을 하기로 하였다. 2월에 녹화를 하기로 하고, 자료는 주말 즈음에 넘기기로 하였다.

1월 16일 저녁에 작가한테서 전화가 왔다. 자료를 빨리 넘겨달라는 전화인 줄 알았다. 작가의 용무는 달랐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분은 출연이 어렵다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아침마당 출연은 없는 것으로…."

정치인 지지 표명하면 죄다 출연 금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황교익 페이스북 갈무리


"문재인뿐 아니라 여타의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황씨가 소개한 <아침마당> 담당 PD의 출연 금지 배경이다. 황씨는 "황당하다"며 "KBS에 출연을 하려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출마 등을 통하여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정당에 가입한 것도 아니며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한 것도 아닌데, 특히나 선거 기간도 아닌데,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자발적 전문가 네트워크에 참여하였다는 것만으로 방송 출연이 금지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 누구이든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표명할 수 있으며 그 신념의 표명으로 방송 출연 금지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는 없다는 항의를 하였다."

담당 작가와 PD와의 연이은 통화에도 출연 금지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황씨에 따르면, 담당 PD는 "교양제작국 단위의 결정"이라고 설명했고, 방송 출연 금지자 명단이 작성돼 존재하느냐는 황씨의 질문엔 즉답을 피했다고 한다.

"문재인 지지자 말고 다른 어느 정치인의 지지자가 출연 금지 통보를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그는 답을 해주지 않았다. 하여간 결론은 이랬다. KBS에 출연을 하려면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맛칼럼니스트이다. 언론인이다. 내 주요 업무는 집필과 방송 출연, 강의이다. KBS는 나에게 내 직업을 유지하려면 정치적 신념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말라고 협박을 한 것이다. 이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표현의 자유를 빼앗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맞나 싶다. 내 주머닛돈으로 시청료 꼬박꼬박 내는 공영방송 KBS에 이런 식으로 협박을 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KBS <아침마당>, 작년에도 선대인 소장 출연 금지 외압 논란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경합을 통해 3주간 KBS <아침마당>의 출연을 보장 받았던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이 갑작스레 하차를 통보 받았다. ⓒ 이희훈


KBS <아침마당>이 정치적 지지를 이유로 출연자에게 일방적인 출연 금지 통보를 한 것은 황씨가 처음이 아니다. 작년 9월,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아침마당> 제작진의 일방적인 출연 금지 통보에 항의를 한 바 있다.

당시 선 소장은 자신이 6주 동안 출연했던 <아침마당>의 '고급정보열전' 코너에서 갑자기 하차 당했다고 주장해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선 소장이 당시 출연했던 코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시청자들에게 자기 분야 정보를 제공한 뒤 경합을 벌여 향후 출연 여부를 결정짓는 방식이었다. 선 소장은 이미 3주간 출연을 보장 받은 상태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하차 통보를 받았다.  

당시 선대인 소장은 <오마이뉴스>에 "(방송에 나와) 정부가 규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며 "현재 아파트 신규 분양 시장을 설명해주고 소비자들이 현명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선 소장은 당시 '아파트 분양, 받을까? 말까?' 제목으로 아파트 분양시장의 과열 양상을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번 황씨의 출연 금지 통보가 좀 더 문제적인 것은 특정 정치인의 지지 여부라는 점이다. 작년 선대인 소장의 출연 금지에 대해 <아침마당> 제작진은 "윗선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내려왔다"는 이유를 들었다. 여기까지는 황씨의 사유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후 논란이 커지자 KBS 측은 "국장과 본부장의 판단 하에 결정 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일부 시청자들이 선 소장의 강연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 구체적인 사유였다. 반면 황씨는 '더불어포럼' 공동대표라는 이유로 출연도 하기 전에 출연 금지를 통보를 받았다. 당연스레 KBS 윗선의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선 소장은 <아침마당>에 복귀하지 못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러는 거 아니다"   

한편 '더불어포럼'은 황씨를 비롯해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상임고문을 맡고, 김응용 전 해태타이거즈·삼성라이온즈 감독, 안도현 시인, 원수연 만화가, 황지우 시인, 정상철 배우, 이명환, 유시춘 소설가 등 23인이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는 문화‧예술‧체육계 인사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KBS는 과연 이 인사들 모두에게 출연 금지 통보를 내릴 것인가.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일부 연예인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KBS가 왜 또 다른 외압 논란을 자처하는지 의문이다.

특히나 KBS 양대노조는 '공영방송 사수'와 '적폐 청산'을 내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KBS 사측은 황씨의 <아침마당> 출연 저지가 쏟아질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강행할 정도로 위급하다고 판단한 걸까. 정말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혹은 야당과 '문재인 지지'를 표명한 인사들을 죄다 출연 정지시킬 수 있다고 믿는 걸까.

지난 18일, 특검팀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과 위증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낳은 여파다. 이러한 와중에 KBS 내부 블랙리스트 논란이라도 자처하고 싶은 걸까. KBS 사측은 황교익 칼럼니스트가 쓴 글의 말미를 잘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출연 금지도 철회하기 바란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러는 거 아니다.   

"나는 내 정치적 신념을 바꿀 생각이 없다. 이 신념을 숨길 생각도 없다. 이는 나의 권리이고 나의 자유이다. KBS는 나에 대한 협박을 거두라. 그리고 사과하라.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러는 거 아니다."

한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교익 씨 문제와 관련해 성명 글을 게재했다. 김경수 의원은 "KBS는 황교익씨의 출연금지를 당장 철회해야 합니다"라고 촉구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이다.

[성명] 또 다시 블랙리스트 부활인가? KBS는 황교익씨 출연금지를 철회해야 한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KBS 아침마당 목요특강 출연섭외를 받고 녹화준비가 진행되던 중 갑자기 출연금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난 14일, 각계 전문가들 모임 <더불어포럼> 발족 직후였습니다. 이 모임은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소망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어떤 대가도 없이 자발적으로 모인 네트워크입니다. 노골적 지지선언도 아니고, 문 전 대표와 더불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전문가 네트워크일 뿐입니다. 거기에 참여했다고 해서 방송출연을 금지시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박근혜 정권에서 자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로 온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특검수사도 진행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황교익씨에 대한 출연금지가 공영방송 KBS에 의해 저질러진 사실이 놀랍습니다.

누구의 뜻입니까? 정권의 지시입니까, KBS의 '알아서 기기'입니까?

황교익씨는 맛칼럼니스트라는 직업상 글과 말이 생명입니다. 특정단체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송에서 말을 못 하게 하는 것은 공영방송이 해서는 안 되는 비열한 행위입니다. 블랙리스트는 여전히 진행 중인 것입니다.

KBS는 황교익씨의 출연금지를 당장 철회해야 합니다. 이번 조치의 이유와 배경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2017. 1. 19.
국회의원 김경수


황교익 아침마당 더불어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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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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