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 속 윤아.

ⓒ (주)JK필름


<공조>는 TV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와 영화 <럭키>로 최고 주가를 자랑하는 유해진과 <역린>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현빈이 만난 영화다. 두 배우가 놀 수 있는 판은 JK필름이 마련했다. JK필름은 <해운대> <국제시장>으로 천만 봉우리를 두 번이나 정복한 윤제균 감독이 만든 제작사다. JK필름은 윤제균 감독의 영화와 그가 제작한 영화를 내놓는, '윤제균 표' 영화의 산실이다.

JK필름의 영화는 두 가지로 요약이 가능하다. 하나는 윤제균 감독이 연출작에서 보여주었던 드라마와 코미디의 혼합비를 수용한 <하모니><댄싱퀸><히말라야>가 있다. 다른 하나는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를 흠모하며 만든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퀵>은 <스피드>를, <7광구>는 <에이리언>을, <스파이>는 <트루 라이즈>를 참고로 삼아 장르적 재미를 추구했다.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 분)과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 분)가 남북 최초의 공조 수사를 벌이는 <공조>는 후자에 속한다. 일간스포츠의 기사에 따르면 제작자 윤제균은 <공조>를 "흔히 아는 남한 형사의 익숙함과 낯선 북한 형사의 새로움, 이 두 형사가 만나서 벌어지는 시너지 효과가 분명 관객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라고 밝혔다. <공조>의 설정은 소련 형사와 미국 형사가 함께 범인을 쫓는 <레드 히트>의 것을 빌려온 것으로 보인다. <레드 히트>의 익숙함을 기초로 해서 <공조>가 찾은 새로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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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을 자랑하는 소련 형사와 상대적으로 왜소한 미국 형사,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충돌, 서로 대립하던 두 형사가 범인을 추적하면서 서로를 동료로 받아들이는 과정 등 <레드 히트>의 많은 부분은 <공조>에 영향을 주었다. 최근 한국 영화에서 드러난 경향도 <공조>에서 감지된다.

두 형사가 좌충우돌하며 범인을 찾는 과정엔 <체포왕><조선명탐정><탐정>이 보여준 코미디의 기운이 흐른다. 북한 형사 림철령이 보여주는 뛰어난 신체 능력은 <의형제><용의자><동창생><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보여주었던 인간병기의 이미지를 가져왔다.

<공조>는 정(情)의 온도를 높이면서 외국산 버디 무비와 차별을 형성한다. 영화에서 강조되는 가족엔 남북이란 코드가 들어가며 우리 민족이 느끼는 숨결이 생긴다. 림철령은 북한 최대 범죄 조직의 리더 차기성(김주혁 분)에게 아내와 동료를 잃었다. 차기성을 잡기 위해 남한에 온 림철령은 주어진 3일 동안 강진태의 집에 머물며 그의 아내 박소연(장영남 분), 처제 박민영(임윤아 분), 딸 박민하(강연아 분)와 한솥밥을 먹는다. 모든 것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던 림철령에게 강진태의 가족은 온기를 전한다. 그리고 림철령은 강진태와 형제이며 가족으로 점차 변화한다.

유해진은 <간첩>의 냉혹하기 짝이 없는 북한 최고의 암살자 '최부장'역과 180도 방향을 바꾼, 생계형 남한 형사로 분해 캐릭터의 재미를 준다. 남북 최초의 공조 수사란 상황은 형사와 도사의 공조 수사였던 <극비수사>와 다른 재미를 준다. 다만, 유해진 배우가 주는 웃음의 열기가 다소 미지근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도리어 임윤아가 엉뚱한 매력으로 폭소를 자아낸다.

시대의 중압감을 덜어내고 웃음이 부족한 자리를 채워주는 몫은 현빈의 액션 연기가 맡았다. 골목을 누비고, 자동차로 추격하고, 몸과 몸이 부딪히는 <공조>의 액션은 다양한 공간에서 여러 방식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정장 차림의 현빈이 주는 근사함과 강인함은 점퍼 차림의 유해진이 풍기는 넉살과 포용력과 어우러져 근사한 남북 브로맨스를 만든다. 두 사람의 화학반응 속엔 그간 보여준 익숙함과 보지 못했던 새로움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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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남북의 만남은 그 자체로 우리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정서적 울림을 전한다. <공조>에서 림철령과 강진태가 형제로 거듭나는 과정이 그렇다. 한편으로 남북을 다룬 영화엔 우리가 북한을 바라보는 혼란스러운 시각이 드러난다.

체제 경쟁이 아닌, 사람에 주목하는 <의형제><은밀하게 위대하게><서부전선><공조>는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희망한다. 분단국가란 차가운 현실은 <포화속으로>와 <인천상륙작전>을 잉태하며 반공 이데올로기에 충실함도 보여주었다. 북한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은 <용의자><동창생> 같은 영화엔 '북한=인간병기'란 판타지적인 도식화가 드러난다. <공조>엔 가족의 정, 인간병기의 판타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마구 뒤섞여 있다.

<공조>에서 벌어지는 남북 최초의 공조 수사는 아직 다가오지 않는 현실이다. 또한, 곧 다가올 수 있는 미래이기도 하다. 남북이 공조 수사를 펼치는 <공조>를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우리와 다를 것이다. 그들에겐 <공조>가 평범한 버디 무비이겠지만, 우리에게 <공조>는 따뜻한 가족 영화로 다가온다. 이것이 <공조>가 주는 익숙함이면서 동시에 새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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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 김성훈 현빈 유해진 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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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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