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과 스페인 사람들에게 축구는 일상이자 열망의 대상이다. 또한 필수 소지품처럼 항상 함께하고 싶은 대상으로 팬들 가슴속에 깊이 뿌리내린 존재다. 팬들은 클럽을 위해 남다른 방식으로 애정을 표한다. 그들은 소수의 국가에서만 시행 중인 '소시오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클럽에 충성한다. 의미가 남다르다. 클럽에는 금전적 지원을, 팬들에게는 자부심을 부여하며 윈-윈 할 수 있는 정책이다.
소시오 시스템은 다양한 구단 운영 방법의 일부다. 클럽을 응원하는 팬들이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 이상의 회비를 내고, 그에 대한 혜택을 받으며 상부상조한다. 그리고 클럽은 이들을 '소시오'라고 부른다.
소시오 정책이 가장 활발하게 보편화된 국가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다. 특히 포르투갈은 스포르팅과 FC 포르투를 비롯해 전 세계 소시오 가입자 수 2위 벤피카 구단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스페인도 압도적인 수의 소시오들을 갖고 있는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빌바오 등에서 소시오 정책을 이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소시오들을 상시 모집한 바가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자신들이 식민 지배를 했던 국가와 전 세계에 퍼진 이민자들을 비롯해 두터운 팬층을 자랑한다. 남녀노소, 인종과 출신 국가를 불문하고 클럽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든지 소시오로 인정한다. '클럽, 그 이상의 클럽'이라는 바르셀로나의 슬로건처럼 이들은 단단한 결속력을 가졌고, 축구를 향한 마음으로 하나 된다. 대한민국에도 몇몇 축구팬들이 소시오로 가입되어 있다.
▲ 세계적인 숫자의 소시오를 보유한 벤피카의 경기장 ⓒ 벤피카 공식 트위터
소시오가 되는 것은 단순히 연간회원권을 산다는 의미로 볼 수 없다. 그들은 경기 입장권과 MD샵 물품 구매 비용을 제외하고 별도의 금액을 구단에 지불한다. 그들은 경기장을 찾아 성원을 보내는 응원 이상의 열정을 쏟아붓는다. 진심을 다해 구단 운영을 위한 도움을 주고자 하는 열정적인 팬들이다.
이들에게는 구단에서 부여하는 여러 혜택이 주어진다. 대표적으로 바르셀로나는 소시오 시스템을 '협동조합'의 개념으로 운영 중이다. 바르셀로나의 소시오들은 구단의 조합원이 되어 활동한다. 이들은 구단의 의사 결정에 참여한다. 바르셀로나 소시오에게 주어지는 또 다른 혜택도 있다. 소시오는 일반 팬들보다 우선적으로 티켓을 구입할 기회가 주어지며 20%~40%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시즌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도 소시오에게만 주어진다. 이들은 한 시즌 동안 고유 지정석을 갖게 되며, 어떤 경기든 자신의 자리에서 지켜볼 수 있다.(바르셀로나의 소시오가 되기 위해서라면 사전 멤버십을 3년간 유지해야 한다. 이후 정회원으로 전환되어 공식적인 소시오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바르셀로나 구단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소시오 가입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사랑하는 클럽이 펼치는 경기를 관람하고, 그 클럽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소시오들도 비슷한 환경에서 클럽을 지지할 수 있다. 그들은 클럽을 운영하는 왕실보다도 입김이 강할 정도로 높은 비중과 권리를 갖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소시오 클럽은 지역 문화와 연계된 컨텐츠를 만들어오고 있다. 클럽에 지원하는 스폰서와 더불어 지역 단체와 협력하는 관계를 구성하고, 이벤트를 통해 지역에 기여하는 시스템을 이어오고 있다.
소시오 정책은 경제적으로 빈곤했던 스페인 클럽들을 '축구 리그 랭킹 1위'로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한 구단주가 구단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공동 투자자들이 함께하며 구단 운영에 탄력을 주었다. 아틀레티코 빌바오는 소시오 시스템을 통해 자금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경기장을 건설한 바가 있다.
이처럼 소시오들이 활발하게 활동함으로써 스페인 대부분의 축구 클럽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지향해 왔다. 대표적으로 많은 이들이 주식을 매입하여 대주주가 되고자 했지만 소시오의 반대에 막히곤 했다. 또한 스페인은 구단주 개념이 없기에 구단을 사고파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았다. 깨끗하게 구단을 운영 해온 클럽들은 마침내 목표를 이루어나가며 큰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 친절하게 팬서비스를 하는 라모스 ⓒ 레알 마드리드 공식 트위터
그러나 소시오 정책은 이베리아 반도라는 한정된 지역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에서는 소시오 정책이 활발하지 않다. 분데스리가도 소시오 정책이 활발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1인당 보유 가능 주식을 제한하며 대주주의 존재를 거부했다.
분데스리가 같은 안전장치조차 없는 이탈리아와 잉글랜드는 외국인 자본에 흔들리기 십상이고, 돈의 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먼저 이탈리아는 '기업구단'의 성격을 지니면서 소시오 정책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보였다. 기업과 구단이 강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며 운영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아넬리 가문이 창립한 피아트의 유벤투스가 있다. 세계적인 대기업 피아트는 유벤투스에 애정을 보이며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참여에 힘을 쏟았다. 피아트와 엑소르 그룹은 유벤투스를 비롯해 크리켓과 F1 페라리에 크게 투자하고 있다. 언론 재벌가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AC 밀란도 비슷하다. 그는 1986년에 처음으로 밀란을 인수했고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클럽의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비교적으로 기업과 구단의 관계에 의해 외국인 자본이 적은 편이다. 이에 비해 잉글랜드는 무지막지한 수준으로 외국 자본들을 끌어들였다. 구단의 매매가 쉽게 빠르게 진행되기에 거액을 앞세운 대주주 앞에서 작은 주주들은 무너져내렸다. 그렇기에 잉글랜드의 소시오들은 권리가 크지 않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전 세계에서 4위에 해당하는 소시오들을 소유했지만 영향력이 적은 편이다.
이외에도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 등 대자본에 팬들이 모두 굴복하고 말았다. 잉글랜드 리그에는 이탈리아와 같은 기업과의 유대관계가 없고, 스페인의 소시오 정책이 존재하지 않으며, 분데스리가의 안전장치가 부족하다. 잉글랜드 축구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주목도에 비해 성장하지 못했다. 대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클럽들은 클럽의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부터 보기 때문이다. 대자본에 모든 권리를 내려놓은 잉글랜드 축구, 중요한 존재를 잊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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