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 축구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던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가 돌연 외국인 출전 규정의 변화라는 새로운 변수에 직면했다. 중국 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도 상당수인 만큼 한국축구에도 적지않은 나비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지 언론 등에 보도에 따르면 슈퍼리그는 외국인 선수 출전이 선발·교체 포함 3인으로 제한되는 로컬룰을 새로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쿼터도 여기에 포함된다.

기존 중국축구의 외국인 제도에서는 기본 3인과 별개로 AFC 회원국 선수 1명을 추가할 수 있는 아시아쿼터 규정이 있었고, 이중 상당수가 한국인 출신 선수들이었다. 그동안 중국 클럽들은 이러한 규정에 따라 공격진은 주로 유럽과 남미에서 활약하던 스타급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오고, 수비진은 한국 선수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다.

하지만 규정이 바뀌면 외국인 선수들간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구단도 외국인 선수들의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거액을 주고 데려온 외국인 공격수들에 비하여 한국 선수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축구는 최근 어마어마한 투자를 통하여 세계 각국의 스타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는 아시아는 물론이고 어느덧 유럽 빅클럽까지도 선수 영입 경쟁에서 위협을 느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그런데 날로 폭등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에 대하여 중국 자국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제기됐다. 중국 클럽들이 자국 인프라 발전은 도외시한 채 단기간에 거액을 들여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데만 혈안이 되며 몸값 인플레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축구 굴기'를 선언한 시진핑 정부에서도 이런 기형적인 구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중국축구협회가 개혁에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바뀐 규정에 따르면 중국도 앞으로 출전명단에 23세 이하 선수 2명을 의무적으로 포함시키고, 그 중 1명은 무조건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될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의 유망주를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다. 아시아쿼터를 포함한 외국인 선수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만큼 중국 자국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중국축구의 외인제 변화가 한국축구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 단기적으로는 피해를 입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일단 중국에서 뛰고있는 일부 한국 선수들과 국가대표팀으로서는 당장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김기희, 장현수, 김영권, 홍정호 등 국가대표급 수비자원들의 상당수가 대부분 중국에서 뛰고 있다. 외국인 제도 규정변화에 따라 이들에 돌아갈 출전기회가 줄어들게 되면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나마 AFC 챔피언스리그라고 병행하는 팀에 속해 있으면 다행이지만 중국리그에만 출전해야 하는 팀들의 경우 한국인 선수들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물론 같은 팀 외국인 동료들이 대부분 공격 자원에 편중된 만큼 포지션이 겹치지 않아서 생각보다 피해가 적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미드필더나 공격수 자원들은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실력 차이가 아주 크지 않은 한 가용한도에 제약이 있다면 아무래도 수비수보다는 몸값이 더 비싼 외국인 공격수들의 기용을 더 선호할 가능성도 높다. 중국 클럽들은 현재 대부분 외국인 공격수에 대한 의존도가 큰 편이다.

이런 상황은 국가대표팀으로서도 부담이다. 대표팀은 현재 가뜩이나 수비 불안으로 고심하고 있다. 당장 올해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이 결린 아시아 최종예선 재개를 앞두고 있는 대표팀으로서는 상당수 '중국파'에 의존하고 있는 수비자원들의 경기력이 떨어진다면 대표팀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장은 조금 힘들어도 장기적으로 이런 상황이 전화위복이  될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중국발 몸값 거품이 줄어들면서 선수들도 무분별한 중국행에 대하여 한 번 더 재고할 것이고 이적시장이 정상화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K리그 역시 그동안 중국과의 선수 영입 경쟁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국내 선수들은 물론이고 K리그에서 실력이 검증된 외국인 선수들도 중국 클럽의 무차별 황사머니에 빼앗기기 일쑤였다. 정작 돈만 보고 중국으로 건너간 국가대표급 선수들은 오히려 기량이 정체되거나 퇴행하는 조짐을 드러내며 '현지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선수라면 돈만 쫓을 것이 아니라 명예와 비전이 더 중요하다. 한창 젊은 나이에 돈만 보고 중국으로 갔다가 경쟁에서 밀리고 기량도 정체된다면 축구인생에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중국으로 가는 문이 좁아진다면 상대적으로 K리그 역시 선수 영입 시장에서 조금은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중국축구의 외인 규정 변화는 오히려 한국축구를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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