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정권의 7년은 언론 탄압의 7년이었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7년은 언론 탄압의 7년이었다. ⓒ 인디플러그


"밥줄을 끊는다."

현대 사회에서 한 기업이 노동자 개개인에게 할 수 있는 가장 극악한 처분일 것이다. 그래서 "해고는 살인이다"는 우리 시대의 이면을 반영하는 명제가 되어 가는 중이다. 우리는 쌍용차 파업을 비롯한 다수의 기업 노동자들의 해고 사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을 포함) 노동자 개인은 물론이요, 그 가족 구성원들까지 삶이 피폐해져 가는 상황을 목도해야만 했다.

MB 정부 들어 사태가 불거졌다. 사회 엘리트라고 분류할 수 있을 방송사 PD, 기자들을 상대로 한 해고 사태가 사회문제시 된 것이다. 이른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이 '해직언론인' 사태는 정권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는 그 누구도, 심지어 대기업과 다를 바 없는 YTN, MBC 구성원들까지 해고에 직면하게 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탄생하기 이전, 언론 환경의 시계를 군사정권 시절로 되돌리려는 어처구니없는 시도였고, 그 시도가 제대로 먹힌 비극이었다.

지난 12일 개봉, 17일까지 1만144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7년-그들이 없는 언론>(아래 <그들이 없는 언론>)은 이 '해직언론인' 사태의 시작과 현재를 그리는 다큐멘터리다. EBS <지식채널e>로 유명한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가 연출하고, 작년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시네마스케이프 부문과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다큐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된 이 작품은 이 "밥줄이 끊긴" 언론인들이 어떻게 투쟁했고, 그러한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한국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담담하게 관찰한 '기록'이기도 하다.

밥줄 끊긴 어느 해직언론인들의 눈물

 정권은 언론인의 밥줄을 움켜쥐었다.

정권은 언론인의 밥줄을 움켜쥐었다. ⓒ 인디플러그


한 가장이 출근 시간에 집을 나선다. 출근은 아니다. 아이와 아내의 배웅을 받고 집을 나선 이 언론인이 자가용으로 향한 곳은 법원이다. 해직언론인들은 그렇게 십수 년에서 수십 년간 몸담았던 직장에서 쫓겨나 카메라를, 마이크를 잡지 못하고 취재 현장이, 회사가 아닌 다른 곳을 전전해야 했다.

이 장면이 <그들이 없는 언론>의 시작이라면, 그 끝은 여전히 복직하지 못하고 전국 일주 마라톤에 임하는 다른 해직 기자의 모습을 비춘다. 그리고 <그들이 없는 언론>은 그 사이 '해직언론인'들의 시간을 채워 나간다. 다수의 장면이 방송사 노조나 언론 노조가 과거 촬영한 장면들에 의지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그러한 '기록'의 차원에서 그 의미를 더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먼저 YTN. 2008년 7월, 이명박 정권의 특보 출신인 구본홍 사장 선임되고, YTN 노조는 즉각 구본홍 사장 선임 반대 투쟁에 돌입한다. 그해 10월, YTN은 이 투쟁에 참여한 노조위원장 노종면을 비롯해 6명의 기자(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를 해고 조치한다. 그 사이 노조들은 강력하게 저항하지만, 정권을 등에 업은 사측의 방해와 탄압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2009년 11월, 법원은 이 6명의 해고 무효를 판결하지만, YTN 사용자 측은 항소했고, 결국 2011년 4월 법원은 2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3인 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다. 3년이 지난 2014년 11월, 대법원은 끝끝내 노종면 등 3인의 해고는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그해 12월 YTN은 복직한 권석재, 우장균, 정유신 기자에게도 2008년 사규 위반 행위를 적용, 정직 5개월 재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후 우장균 기자는 심의실, 정유신 기자는 스포츠부, 권석재 기자는 영상편집팀으로 발령을 받았다.

MBC는 어떻게 종편보다 못한 방송사로 전락했나

 가장 좋은 뉴스를 만들던 MBC는 순식간에 망가지기 시작했다.

가장 좋은 뉴스를 만들던 MBC는 순식간에 망가지기 시작했다. ⓒ 인디플러그


그리고 MBC.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재철 사장이 선임되면서 MBC 구성원들은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면서 저항하기 시작했다. 예고된 탄압은 2011년 5월, <PD수첩> 제작진 교체와 이후 정부 비판적인 뉴스의 누락 등으로 나타났고, 결국 MBC는 2012년 1월 30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170일이라는 MBC 사상 최장기간의 파업 동안 KBS, <연합뉴스> 노조가 파업에 동참했고, 국민에게 권력이 장악한 방송·언론 환경의 심각성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 그러는 사이 MBC는 정영하 당시 노조위원장과 강지웅 사무처장, 노조 홍보를 맡고 있던 이용마 기자를 파업 중에 해고했고, 박성호 MBC 기자회 회장과 전 노조위원장인 박성제 기자, <PD수첩>의 최승호 PD까지 정확한 사유 없이 해고하기에 이른다. 이들 역시 MBC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없는 언론>은 이들 기자와 PD들의 밥줄을 끊는 행위가 얼마나 조직적이고 치졸하게 전개됐는지를 담담한 어조로 그려낸다. 왜 방송사 사측은 제 식구인 기자·PD들을 해고하면서까지 정권을 비호했는지, 그에 맞서 노조원들과 구성원들은 어떻게 저항했는지, 또 그러한 언론 탄압의 결과로 이 한국사회는 어떻게 더 망가졌는지를 냉정히, 냉철하게 조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없는 언론>은 때로 그들과 동료들의 굵은 눈물을 담아내고, 때로는 어이없는 사측의 무리수를 '쿨'하게 조소하기도 한다. 그 활약상 중 눈에 띄는 인물은 김재철 전 MBC 사장일 수밖에 없다.

워낙 그의 비행(?)이 언론을 통해 많이 드러났기도 했지만, 법인카드로 일류 호텔에 드나 들고 정치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으며, 소위 '쪼잔한' 언행을 워낙 많이 했기에 훨씬 더 도드라질 수밖에 없는 캐릭터가 바로 그 김재철 전 사장이었다. 그의 기행은 정권에 부역한 언론사 고위층이 이 사회와 언론환경을 좀먹은 '부역자'임을 명확히 드러내 주는 한 챕터라 할 수 있다.

김재철은 권좌에서 물러났지만, '종편'보다 못한 방송으로 전락한 MBC의 현재는 여전히 암울하다. 그 이면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위치한다. 박 후보 캠프는 MBC 파업 당시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당선 이후 그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고, 안광한 사장 체제는 김재철 사장보다 더한 '정권 부역'을 요구했다. 그 결과가 바로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 체제의 JTBC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MBC의 현재인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부의 해직언론인 양산 비화, 지금이라 더 유효

 그들은 아직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들은 아직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 ⓒ 인디플러그


사실 <그들이 없는 언론>의 톤은 꽤 조심스럽다. 선명한 주장을 담거나 해직언론인을 양산하고 언론방송 환경을 망친 주범들에 대한 비판은 간접화법에 멈춰선다. 그보다는 해직언론인들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그들과 동료들의 투쟁과 눈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조'보다는 '사람'을 통해 언론환경을 짚어 보자는 의도고, '7년의 기록'이라는 주제와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좀 더 직설화법을 동원했어도, 좀 더 방송사 바깥의 환경을 다뤘어도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7년간 이뤄진 방송언론 환경의 악화는 작금의 국정농단 사태를 가져온 요인 중 하나로 꼽히지 않는가.

크게는 방송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마비시킨 이명박 정권의 책략은 더없이 성공했고, 그 수혜를 입은 것이 바로 박근혜 정권이었으며, 그러한 언론방송 환경의 악화가 '정윤회 문건' 사건의 축소보도로, '최순실 국정농단'의 미비한 감시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연출의 영역이긴 하지만, <그들이 없는 언론>이 그러한 구조적인 문제에 좀 더 선 굵은 목소리를 냈어도 좋지 않았을까.

물론 그 7년의 '기록'은 자신의 직장에 복귀하지 못한 해직언론인들의 현재를 담아낸 걸로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전망이다. 개봉 전후 닥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과 국정농단 사태의 특검 조사, 그리고 블랙리스트 파문과 함께 언론환경의 악화가 국민에게 다시금 환기되고 있으니까.

더욱이 이러한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MBC는 기자·PD들의 성명과 1인 시위가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렇게 <그들이 없는 언론>이 유의미한 작품임을 영화관 밖 현실이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명박근혜정부의 해직언론인 양산 비화'라는 카피를 담은 이 작품은 오는 19일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 주최로 국회시사회를 열 계획이다. 최근 개혁입법을 향한 국민의 열망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야당은 언론개혁과 관련 방송법과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 등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그들이 없는 언론>을 더 많은 관객이, 언론계 종사자들이 봐야 할 이유가 하나둘 늘어가고 있다. 1만을 돌파한 이 다큐멘터리 역시 <자백>과 <무현-두 도시 이야기>에 이어 좀 더 관객의 관심을 받아야 마땅하다. 언론 환경의 변화야말로 한국사회의 변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국민은 물론 '해직언론인' 문제를 몰랐던 이들의 인식 변화를 가져다줄 작품이 바로 이 <그들이 없는 언론>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 오는 19일 국회시사회를 개최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 오는 19일 국회시사회를 개최한다. ⓒ 인디플러그


이명박근혜 정권의 언론 장악 연대기
2007년 12월 19일
- 제17대 대통령 이명박 당선

2008년 7월 17일
- YTN, 이명박 정권의 특보출신인 구본홍 사장 선임

2008년 10월 6일
- YTN, 이명박 정권의 특보출신인 구본홍 사장 선임에 반대하는 투쟁에 참여한 기자 6인(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 해고.

2009년 3월 22일
- YTN, 파업 하루 전 기자 4인(노종면, 임장혁, 조승호, 현덕수) 긴급체포 및 노조위원장 노종면 기자 구속.

2009년 4월 1일
- YTN, 노조는 파업을 끝내고 사측과 모든 고소 고발 철회 합의. 그 다음날 노종면 기자 석방.

2009년 11월 13일
- YTN, 법원 기자 6인(권석재, 노종면, 우장균, 정유신, 조승호, 현덕수) 해고 무효 판결.

2010년
- MBC,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김재철 사장 선임. 김재철 취임 이후 시사 프로그램 폐지, 보복성 인사 증가, 정권 옹호 방송 증가. 김재철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 진행.

2011년 4월
- YTN, 법원 YTN 해직기자 6명 전원 복직을 선언한 1심 판결을 뒤집고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3명의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

2011년 5월 12일
- MBC, <PD수첩> 제작진 교체.

2011년 11월
- MBC, 한미 FTA 반대 시위를 보도에서 누락시킴. 시위 현장에서 MBC 기자들에 대한 저항 시작.

2012년 1월 30일
- MBC, 총파업 시작. 노조에서 <제대로 뉴스데스크>, <파워업 PD수첩> 제작.

2012년 2월 17일
- MBC, 파업 콘서트 진행.

2012년 3월
- MBC, 파업에 대한 보복성 해직 진행. 이용마 기자와 정영하 당시 노조위원장, 강지웅 사무처장은 파업 중 해고. 박성호 기자회장은 해고됐다가 재심에서 다시 정직 6개월, 이후 다시 해고당하는 이중해고. 전 노조위원장 출신 박성제 기자와 PD수첩 최승호 PD는 이유없이 해고.

2012년 7월 17일
- MBC, 총파업 170일 만에 잠정 중단. (MBC 사상 최장기간 파업)

2012년 12월 19일
-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당선

2014년 1월
- MBC, 해직정직 무효소송 1심 승소

2014년 11월 27일
- YTN, 노종면·조승호·현덕수 3인에 대한 해고 유효 대법원 판결

2014년 12월 1일
- YTN, 권석재·우장균·정유신 복직. 이날 사측은 2008년 사규위반 행위를 적용하여 정직 5개월 재징계. 복직 후 우장균 기자는 심의실, 정유신 기자는 스포츠부, 권석재 기자는 영상편집팀으로 발령.

2015년 4월
- MBC, 해직정직 무효소송 2심 승소. 하지만 MBC의 불복으로 복직 안 됨.

2016년 7월
- YTN, 권석재·우장균·정유신 정직 재징계 무효소송이 2심에서 패소. 상고 포기.


7년그들이없는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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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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