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오버로드>의 한 장면. 로봇 군단이 인류를 지배하는 시대이지만, 그렇게 어둡지 않게 그려졌다.

<로봇 오버로드>의 한 장면. 로봇 군단이 인류를 지배하는 시대이지만, 그렇게 어둡지 않게 그려졌다. ⓒ 노바엔터테인먼트


로봇 군단이 지구를 점령한 머지않은 미래. 인간들은 귀 뒤에 삽입된 '주입기'를 통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며 집 안에서만 지내야 한다. 전쟁 통에 아빠가 행방불명된 10대 청소년 숀(캘런 맥오리피 분)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엄마 케이트(질리언 앤더슨 분), 친구 알렉산드라(엘라 헌트 분), 네이든(제임스 타피 분)과 한집에서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 소년 코너(마일로 파커 분)가 아빠를 잃은 뒤 숀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우연한 계기로 주입기 작동을 멈추는 방법을 발견한다. 이에 로봇의 눈을 피해 집 밖으로 나가는 데 성공한 네 아이들은 숀의 아빠를 찾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영화 <로봇 오버로드>는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틴에이저 무비 스타일로 그려낸 SF 작품이다. 잿빛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이 로봇에게 지배당하는 세계를 다루면서도 이를 대하는 분위기는 절대 어둡지 않다. 발견 즉시 인간을 재로 만들어 버리는 로봇의 잔인무도함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의 서사는 사투라기보단 모험에 가깝게 여겨진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시리즈와 닮은 작품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헝거게임>이나 심지어 <나니아 연대기>를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로봇 오버로드> 안의 싸움은 사투라기보다는 모험에 가깝다.

<로봇 오버로드> 안의 싸움은 사투라기보다는 모험에 가깝다. ⓒ 노바엔터테인먼트


로봇 군단과 이들의 수족 역할을 하는 '협력자'에 대한 설정은 영화 전반에 깔린 가벼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으로 남는다. 인간을 24시간 감시하는 로봇들에게선 CCTV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화 사회의 부작용이 엿보이고, "온 우주에 존재하는 생각을 연구하기 위해서"라는 구실은 안보라는 핑계로 개인이 무시되는 국가주의적 폭력으로도 비친다. 별이 그려진 모자에 붉은 완장을 한 채 로봇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스마이트(벤 킹슬리 분)에게서 드러나는 파시즘적 면모도 같은 맥락에서다.

코너를 구한 숀이 친구와 가족을 지키고 나아가 세상을 구하는 후반부 전개는 나름 영화의 클라이맥스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아빠를 찾아 나선 숀 일행이 우연히 들어간 호텔에서 새로운 조력자를 만난 뒤 단서를 얻는 에피소드를 비롯, 산 넘고 물 건너 아빠 대니의 자취를 좇는 이들의 여정에서는 로드무비적 색채도 느껴진다. 여기에 숀이 로봇 조종 능력을 갖추게 되고 이를 이용해 반격에 나서는 전개는 이 영화를 히어로 무비의 반열에까지 끌어올린다.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과 빈약한 개연성에도 이러한 요소들은 캐릭터들의 천진함과 맞물려 영화에서 나름대로 무리 없이 기능한다.

 개연성은 부족하지만, 배우들의 열연이 이를 덮는다.

개연성은 부족하지만, 배우들의 열연이 이를 덮는다. ⓒ 노바엔터테인먼트


여느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들처럼 스타 배우에 의존하지 않는 캐릭터 분배 또한 <로봇 오버로드>에서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여기에는 숀을 중심으로 한 서사 속에서도 나름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조연 배우들의 연기가 큰 몫을 담당한다. 특히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016)에 출연한 마일로 파커의 2년 전 앳된 모습은 장난스러운 캐릭터와 만나 퍽 매력적이고, 적잖이 망가지는 악당을 연기한 벤 킹슬리의 얄미우면서도 코믹한 연기 또한 신선하게 다가온다. 오는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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