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썰매 대표팀이 유럽이라는 난관에 고전하고 있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팀은 지난 7일(한국시각)부터 독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2016-2017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IBSF 월드컵 시리즈 대회에 다시 출전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열렸던 두 번의 월드컵 대회에서 호성적을 거두며 평창 동계올림픽 전 시즌을 기분 좋게 출발한 대표팀은 휴식기 이후 출전한 이번 시리즈에서도 기대를 모았지만 유럽의 난코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봅슬레이의 원윤종-서영수 선수 모습

봅슬레이의 원윤종-서영수 선수 모습 ⓒ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5위권 성적, 기분 좋은데 아직 아쉽다

올 시즌 IBSF 월드컵은 3차 대회부터 7차 대회까지 모두 유럽 지역에서 열린다. 그 가운데 지난 2주간 열렸던 3, 4차 월드컵은 모두 독일에서 열렸다. 그동안 썰매종목은 전통적으로 독일, 라트비아 등 유럽권 선수들이 오랫동안 강세를 보여온 종목이기에, 자국이나 시차가 없는 곳에서 대회가 열린다면 더욱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썰매 종목은 코너가 많고 빠르게 레이스가 진행되며, 경기 중 작은 부딪힘도 기록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홈 이점이 더욱 두드러지는 종목이다.
 
실제로 3차 월드컵이 열렸던 독일 알텐베르크의 경우 곳곳에 까다로운 구간들이 많아 이 코스에 대해 가장 많이 선수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두 차례 월드컵에서 봅슬레이의 원윤종(강원도청)-서영우(경기BS연맹), 스켈레톤의 윤성빈(한국체대)은 모두 5위권의 성적을 냈다. 과거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던 한국 썰매가 5위권이란 정상권의 성적을 낸 것은 분명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 새 역사를 쓰며 세계랭킹 1, 2위를 석권한 것에 비하면 조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 1일 이번 대회를 앞두고 출국하면서도 "모든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이 목표"라고 했던 만큼 아쉬움은 더욱 크다.
 
특히 지난 주말 열렸던 4차 월드컵에서 윤성빈의 레이스는 너무 아쉬웠다. 올 시즌을 앞두고 많은 신경을 많이 쓴 스타트에서 뼈아픈 실수가 나왔다. 당시 1차 레이스에서 두 번째로 빠른 4초 88로 출발해 3위로 도착했던 그는 2차 레이스 스타트에서 미세하게 흔들리며 벽에 부딪혔다. 갈수록 탄력을 받으며 가속을 받았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좁히지 못하고 최종 5위로 밀렸다. 올 시즌 1, 2차 월드컵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냈던 그는 3, 4차 월드컵에선 모두 5위를 기록했다.
 
그 사이 스켈레톤에선 황제로 군림해온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가 다시 살아났다. 시즌 초 북미에서 열렸던 1, 2차 대회에서 레이스 도중 전복 사고를 당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그의 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서서히 일었다. 그러나 대회 장소가 유럽으로 바뀌자 그는 다시 날개를 단 듯 날고 있다. 4차 월드컵에선 그는 금메달을 획득했고, 그의 형인 토마스 두쿠르스가 은메달을 차지해 그야말로 겹경사를 맞이했다. 윤성빈은 그들의 기쁨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스켈레톤의 윤성빈(가운데)의 모습

스켈레톤의 윤성빈(가운데)의 모습 ⓒ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평창의 성공 위해서 필요한 것은 오로지 연습

현재 이번 대회에서도 드러나듯이 썰매 종목은 무엇보다 그 경기장에 익숙한 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다가오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썰매가 최정상에 서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평창에서의 '연습'이다.

지난해 평창 슬라이딩센터는 완공을 앞두고 IBSF와 국제루지경기연맹(FIL) 등으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해 준비했지만, 사전인증 절차를 거치는 도중 얼음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 받았다. 이로 인해 썰매 대표팀은 물론 멀리 외국에서 전지훈련을 온 선수들까지 모두 짐을싸서 돌아가거나 실내에서 체력 훈련을 해야만 했다. 이후 2차 시설 점검에서 승인을 받아 한국 대표팀이 이 곳에서 훈련을 시작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다가오는 3월에 시즌 마지막 월드컵인 8차 대회가 바로 평창에서 열린다. 올림픽 테스트이벤트인만큼 세계 정상권 선수들이 모두 출전할 것으로 보이며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아질 전망이다.
 
선수들 역시 평창에서의 성공열쇠는 연습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성빈은 지난 1일 3차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로 출국하기 전 인터뷰에서 "평창 트랙에서 많이 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한국 썰매가 주목을 받은 건 불과 지난 시즌부터였다. 전통을 자랑하는 유럽국가들에 비해 결코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한국 썰매는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평창 올림픽까지 남은 단 1년, 올림픽에서 모두가 바라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평창 현지에서 연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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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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