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남주혁은 '물의 남자'다. <잉여공주> <후아유-학교2015> <삼시세끼-어촌편>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까지, 데뷔작부터 그의 필모그래피는 늘 물과 인연이 깊었다. 별자리는 물병자리, 고향은 부산. 유독 물과 궁합이 잘 맞던 그는 첫 주연작 <역도요정 김복주>(아래 <김복주>)에서 맡은 수영선수 정준형 역과 그야말로 '찰떡 궁합'이었다.

<김복주>가 실수투성이에 상처 많은, 하지만 내일을 향한 명확한 꿈을 가진 청춘들의 고군분투를 그렸다면, 정준형은 드라마에서 풋풋하고 설레는, 청춘의 로맨스를 담당했다. 12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남주혁은 <김복주>를 통해 "현실적이지만 현실엔 없는, 그런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장 사랑스러웠던 '남사친'

 MBC 수목 미니시리즈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정준형 역의 배우 남주혁이 12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MBC 수목 미니시리즈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정준형 역의 배우 남주혁이 12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남주혁을 12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이정민


<후아유-학교2015> <치즈 인 더 트랩> 등 여러 작품을 거치며 차곡차곡 '남사친' 연기 경험치를 쌓아 올린 덕분일까? 그런 남주혁의 의도는 그대로 준형이를 통해 전해졌고, 마침내 여심을 흔드는 데 성공했다. <김복주>의 현실성과 판타지를 모두 충족시킨 셈이다.

"복주(이성경 분)나 준형이 또래라면 누구나 꿈꾸는 연인의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놀이동산 장면 같은 경우는 저도 보면서 설렜어요. (웃음)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모든 과정이 설렜죠. 작가님이 청춘의 설렘을 너무 잘 써주신 데다 감독님도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풀어주셨어요. 저도 대본을 읽을 때마다 풋풋하고 설레는 마음을 많이 느끼면서 연기했어요."

정준형은 '남사친' 캐릭터가 주목받은 이래, 가장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남사친'이었다. <오! 나의 귀신님> <고교처세왕> 등 사랑스러운 로맨스를 그리기로 정평이 나 있는 양희승 작가의 필력과 적절한 효과음과 개성 넘치는 편집으로 귀여움을 극대화한 오현종 작가의 연출도 주효했지만, 무엇보다 여러 작품 속에서 '남사친' 매력을 갈고닦은, 남주혁의 역할이 컸다.

극 중 준형은 내내 복주에게 장난치고 '틱틱'거리고 놀려댄다. 연인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 물론 그런 그의 모습 덕분에 21살 철부지들의 연애 모습이 그려질 수 있었고, 그 속에 담긴 준형의 깊은 속내와 복주를 향한 일편단심은 준형이라는 캐릭터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애 같고 철없는, 진중함이라곤 1도 없는 캐릭터는 전통적인 남자친구, 남자주인공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 어쩌면 남주를 '비호감'으로 전락시킬 수도 있었던 위험요소였다. 물론 결과는 그게 아니었지만 말이다.

"6회까지는 저도 준형이가 진지하지 않고 너무 장난만 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장난치는 애가 무슨 매력이 있을까, 시청자분들은 싫으실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런 부분에 있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장난도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초딩처럼 짓궂은 장난은 귀엽게, 어른 남자처럼 멋있는 장난은 허세를 담아…. 여러 가지로 나눠 보여드리고 싶었죠."

'남사친'에 최적화된 배우 vs. '남사친'만 반복하는 배우

 MBC 수목 미니시리즈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정준형 역의 배우 남주혁이 12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뷔 3년 차인 그의 필모 대부분이 비슷한 '남사친' 캐릭터로 채워져 있다. 이건 남주혁의 고민이기도 했다. ⓒ 이정민


남주혁에게 '정준형류' 캐릭터는 그가 가장 많이 경험해본, 현재 가장 잘할 수 있는 캐릭터다. 바꿔 말하면 데뷔 3년 차인 그의 필모 대부분이 비슷한 캐릭터로 채워졌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건 그 역시 갖고 있던 고민이었다. 고민 끝에 찾은 답은, 지금껏 연기해온 캐릭터를 그저 반복하기보다, 입체적인 매력을 통해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감독님, 작가님 모두 준형이가 입체적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멋있기도, 귀엽기도, 사랑스럽기도, 슬프기도 한…. 준형이가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어 더 좋았어요.

극 초반 준형이의 모습은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쟨 저거밖에 못 해'라고도 하시더라고요. 그런 말들이 제게는 너무나 좋은 자극제가 됐어요. 승리욕이 강한 편이라 '두고 봐, 내가 보여줄게' 이런 마음이 크게 들었거든요."

그런 그에게, 큰어머니(이정은 분)와 충돌하는 장면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동안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갇혀있던 준형의 감정이 폭발한 그 장면에서, '남사친' 이미지에 갇혀있던 배우 남주혁의 연기력도, 새로운 매력도 폭발했다. 그는 "대본이 너무 좋아 감정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며 겸손해했지만 말이다.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해야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매번 부담되고 고민돼요. 하지만 이런 부담감이 없다면 뭐든지 잘해낼 수 없다고 생각해요. 부담감을 느끼고 늘 고민하다 보면 좋은 결과도 따라오지 않을까요? 이런 부담감 덕분에 준형이 캐릭터를 끌고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고 한 번이라도 더 고민하게 되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역도요정 김복주>는 그런 걸 배운 작품인 것 같아요."

승부욕이 넘치던 소년 남주혁

 MBC 수목 미니시리즈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정준형 역의 배우 남주혁이 12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 어떤 비판도 남주혁에게는 자극제가 됐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라는 마음만 북돋웠다고. ⓒ 이정민


스스로도 "승리욕이 강한 편"이라고 말했지만, 꼭 그의 표현이 아니더라도 그의 답변, 말투에서 오는 느낌을 표현하자면 '이글이글'이었다. 단어로 표현하자면 '진취적'인 느낌.

<김복주> 속 청춘들이 예뻤던 이유는, 누구보다 빛나는 시기, 누구보다 뜨겁고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남주혁에게 그들만큼 치열했던 시기가 있었느냐고 묻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치열했다. 어릴 때부터 뭐든지 잘하고 싶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역시 어릴 때부터 '이글이글' '진취적'이었던 남자다. 이어진 "공부 빼고"란 단서에서는 어쩔 수 없이 웃음이 터졌지만.

"중3 때 운동 그만두고 공부를 해야만 했어요. (기자 주: 남주혁은 중학교 때 농구선수로 활동했지만, 중학교 3학년 때 부상으로 그만둬야 했다) 한 번 해보자 했는데 제가 생각보다 잘하더라고요. (일동 웃음) 고등학교 가서도 꽤 높은 성적을 유지했는데, 전 공부가 답이 아니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진지하게 말했건만, 기자들은 모두 웃음이 터졌다. "공부 안 하고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좋아하는 과목만 열심히 했다"던 남주혁. 그가 좋아했던 과목은 국사, 세계사, 국어다. "이과 쪽으로는 소질이 없었다"는 그는 "중학교 때 한국사 자격증, 한자 6급도 땄다"고 말했다.

연기를 시작한 이래, 그의 연기가 늘 호평을 받았던 건 아니었다. 이토록 승리욕이 강한 그에게, 세간의 비판은 꽤 견디기 어려운 일이지 않았을까?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뎠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솔직히 지금도 잘하는 건 아니다. 그냥 내 가능성을 보여드렸다고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어떤 비판도 그에게는 자극제가 되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라는 마음만 북돋웠다고. 보통 승리욕이 강한 사람은 경쟁 상대를 설정하고 경쟁심과 승리욕을 발동시키게 마련. 그에게 경쟁상대가 있느냐고 물었다.

"운동할 때는 실력이 비슷한 친구나, 마음에 안 드는데 저보다 잘하는 친구가 있으면 '무조건 쟤는 이겨야 해', '쟤보다 못하면 싫어' 했었어요. 그런데 연기하면서는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 없는 것 같아요. 나부터 잘해야지 할 뿐이죠. 언젠가 제가 연기를 정말 잘하게 됐을 때, 제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 때, 그땐 다른 배우분들과 경쟁하며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시작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보여드리고 싶은 캐릭터도, 보여드릴 캐릭터도 많아요. 반항아적인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호흡을 맞췄던 지수와 브로맨스 케미 드라마도 해보고 싶어요. 청춘물도 지금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지금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잖아요. 그래서 아직은 더 해보고 싶어요. <삼시세끼>요? 불러주시면 언제든지 달려가야죠. (웃음)"

"정준형과 남주혁, 두 개 인격으로 살겠다"

 MBC 수목 미니시리즈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정준형 역의 배우 남주혁이 12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주혁은 곧 정준형이었다. 때로는 귀엽고, 때론 엉뚱하고, 때론 사랑스럽고, 때론 얄미운. 그런 그에게 인터뷰를 마치며 물을 수밖에 없었다. ⓒ 이정민


남주혁은 '1가구 1준형'이라는 댓글을 보고 "준형이 캐릭터를 잘 소화해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지난 석 달, 뜨거운 땀과 눈물을 흘리는 준형을 연기하며 뜨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이젠 그런 준형을 떠나보내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역도요정 김복주>에게, 그리고 준형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물었다.

"정말 소중했던 작품이에요. 제 연기인생에 있어 행복한 순간이었고, 앞으로도 좋은 순간들이 있다면 모두 이 작품 덕분일 거라고 생각해요. 작가님, 감독님, 스태프들…. 이런 현장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행복했던 현장이었어요.

저는 앞으로 남주혁과 정준형이라는, 두 개의 인격체를 가지고 살아가려고 해요. 준형이는 제 곁을 떠나지 않을 것 같아요. 복주도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캐릭터를 만나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어 행복했어요."

남주혁은 차기작을 고르며 휴식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집에서 쉬는 게 쉬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별다른 계획 없이 집에서 영화도 보고, 게임도 보고,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라고.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스타일이라 당장 내일이라도 어딘가 떠날지도 모른단다. "친구들과 다니면 떠드느라 바닷소리도 잘 안 들리지 않느냐"면서 "혼자 여행하면 생각하는 시간도 많고 파도 소리도 크게 들려 좋더라"며 웃었다.

남주혁은 곧 정준형이었다. 때로는 귀엽고, 때론 엉뚱하고, 때론 사랑스럽고, 때론 얄미운. 그런 그에게 인터뷰를 마치며 물을 수밖에 없었다.

"메시 좋아하세요?"

그의 답은 "메시보단 호날두"였다.

 MBC 수목 미니시리즈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정준형 역의 배우 남주혁이 12일 오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석 달, 뜨거운 땀과 눈물을 흘리는 준형을 연기하며 뜨거운 시간을 보낸 남주혁. 이젠 준형을 떠나보내야 할 때다. ⓒ 이정민



역도요정 김복주 남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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