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의 한장면

<더 킹>의 한장면 ⓒ NEW


고등학생 태수(조인성 분)는 목포를 주름잡는 문제아다. 그는 어느날 사기꾼 아버지를 무릎 꿇리는 검사를 본 뒤 자신도 검사가 되어 사람들 위에 군림하겠다는 꿈을 갖는다. 전교 성적 최하위권이었던 태수는 노력 끝에 서울대에 진학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되는 데 성공하지만, 이내 예상처럼 화려하지 않은 검사의 삶에 실망한다. 그러던 중 태수는 우연한 계기로 대학 선배인 검사 동철(배성우 분)을 통해 대검찰청 스타 검사 강식(정우성 분)과 연을 맺고 그 휘하에 들어간다. 여기에 고등학교 동창인 조직폭력배 두일(류준열 분)까지 강식 '라인'에 가세하면서 이들은 승승장구한다.

영화 <더 킹>은 권력의 본질을 천진한 눈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작품이다. 영화 속 권력은 약자로서 타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강자가 되기 위해 쟁취해야 할 목표이자 이용 도구다. 영화는 바로 그 권력욕에 취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더할나위 없이 달콤한 권력의 맛을 보여주고, 그 이면에 숨은 폭력과 잔인성에도 주목한다. 말하자면 이 영화 속 권력은 사회 정의나 인간애 따위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저 누구나 동경해 마지않는 절대적 힘의 원천인 동시에 끔찍한 비극과 상처의 불씨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말이다.

 <더 킹>의 한장면

<더 킹>의 한장면 ⓒ NEW


사회적 약자의 고군분투로 시작해 희극 또는 비극으로 분명하게 귀결되는 기존 작품들 사이에서 <더 킹>은 더없이 신선하다. 이는 영화가 태수와 강식, 두일로 나뉘는 삼각 관계를 선악 구도로 그리는 대신 '권력욕'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인물들을 움직이는 건 "대한민국 위에 군림하고 싶다"는 욕망이고, 이들은 이를 위해 정의의 사도와 잔인무도한 악당을 수시로 오간다. "사회적 모순을 마당놀이처럼 풍자와 해학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가 나름 성공적으로 실현된 셈이다.

198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30년 현대사를 태수 개인의 시각으로 담아낸 방식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의 매력 요소다. '양아치' 고등학생이었던 태수가 서울대에 진학하고 검사의 꿈을 이루는 전개, 그리고 그가 강식의 라인을 타고 승승장구하던 중 맞딱뜨리는 이런저런 문제들까지. 영화는 대통령이 다섯 번이나 바뀌는 세월 동안 이어지는 태수의 나레이션을 통해 크고작은 국가적 사건들을 개인의 생애사 속에 절묘하게 뭉뚱그린다. 여기에 색상 대비가 부각된 클래식한 색감 또한 태수가 겪는 우여곡절을 내내 만화적으로 그려내며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사건들을 천진난만하게 비춘다.

 <더 킹>의 한장면

<더 킹>의 한장면 ⓒ NEW


'실세' 검사인 강식을 비롯해 다분히 희화적으로 그려지는 인물들의 모습은 영화가 지닌 풍자의 정점이다. 특히 강식 라인의 멤버들이 모여 시시때때로 파티를 갖는 펜트하우스 신은 인상적이다. 검찰과 언론사, 뒷골목에서 합심해 '대박'을 이뤄낸 이들이 쾌락에 취해 함께 어울리는 장면들은 권력에 도취된 개인의 추악함을 효과적으로 조명한다. 90년대 가요를 따라 부르며 군무까지 추는 이들의 모습이 슬로 모션과 와이드 앵글로 부각되는 지점은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속 장면과도 닮았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몇몇 에피소드와 촌철살인 대사들은 현 시국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선을 앞두고 지지하는 후보에게 유리한 사건을 공론화하거나 여론 전환을 위해 연예 스캔들을 퍼뜨리는 등 "이슈로 이슈를 덮는" 검찰·언론·정치계의 팀 플레이는 '정치 엔지니어링'이란 미명 하에 날카롭게 폐부를 찌른다. 여기에 "사건은 김치처럼 푹 익혀 두었다가 정말 맛있을 때 꺼내 먹어야 한다"는 강식의 말은 검찰의 불투명성을 의미심장하게 조명한다. 오는 18일 개봉.

더킹 조인성 정우성 류준열 배성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것에 의미를 담습니다. 그 의미가 당신에게 가 닿기를.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