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예비소집을 가진 WBC대표팀은 코칭스태프 회의를 통해 오승환(35,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WBC 대표팀에 전격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WBC 대표팀 구성 초기부터 오승환의 대표팀 발탁여부는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었다.

오승환은 지난 2015년 임창용(KIA)과 함께 해외 원정도박 파문을 일으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징계를 받았으나, 해외리그에 소속되어 있어 KBO의 징계는 이행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승환은 처음 발표된 WBC대표팀 50인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김광현(SK), 이용찬(두산) 등 대표팀 주축선수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이 부상으로 낙마하고, 해외파 선수들 소속구단의 출전불가 방침 및 강정호의 음주운전 파문 등 악재가 겹치며 전력구성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 이에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실력위주 대표팀 구성이라는 명분하에 오승환을 포함시키며 원칙도 형평성도 모두 잃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서성이라 추앙되는 왕희지가 남긴 '비인부전(非人不傳)'이라는 말이 있다. '그 사람됨이 아니라면 道(도)나 術(술)을 전수해주지 않아야 한다'는 사제지간의 규율이다.

오승환은 야구를 통해 일반 서민들이 평생 동안 만지기 힘든 큰 돈을 벌었고 팬들의 열렬한지지 속에 일본과 미국이라는 큰 무대에서 뛰며 부와 명예를 모두 이루었다. 그러나 잘못된 자신의 행동에 진심어린 사죄는 부족했고 KBO리그에서 뛰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금껏 그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야구계 어른신들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국가대표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며 팬들에게 사죄하라고 한다. 오승환 선수 본인이 WBC를 통해 팬들 앞에서 지난 잘못을 반성하겠다고 해도 단호하게 혼을 내며 사람됨을 가르쳐야 할 어르신들이 잘못을 꾸짖기 보다는 당장의 성적에 눈이 멀어 판을 깔아주는 볼성사나운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국가대표는 잘못을 저지른 선수의 속죄를 대신하는 수단이 아니다. 잘못을 했으면 응당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오승환 선수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도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는 유명 프로야구 선수지만 해외 원정도박이라는 죄를 지었고, KBO로부터 72경기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팀 발탁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더 신중해야 했고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 댔어야 했다. 오승환 선수 본인 또한 태극마크를 달고 팬들에게 보답을 하고 싶었다면 당당하게 무대로 올라와 팬들 앞에서 진심어린 사죄와 함께 용서를 구했어야 했다.

혹자들은 잘하는 것이 야구고 특히, 시즌 전 열리는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서 역할을 다하며 속죄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행동의 단초를 제공한 것 또한 야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오승환 선수가 야구를 통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선수본인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팬들의 열렬한 지지도 빼놓을 수 없다. 유명 야구선수들의 해외 원정도박이 처음 알려진 그 때 선수 본인은 잘못을 시인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감추려 했고, 확정된 후에도 잘못을 뉘우치기 보다는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인상이 더 강하게 남았다.

KBO리그는 지난해 10개 구단 체제를 유지하며 케이블TV의 5개 채널을 독식해 전 경기를 생중계했고 출범 34년 만에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800만 관중달성을 돌파했다.

그러나 유창식(KIA)과 이태양(NC) 등이 연루된 경기조작, NC구단의 경기조작 은폐의혹, 이재학(NC), 진야곱(두산) 등 불법스포츠배팅, 오정복(kt), 테임즈(NC)의 음주운전 파문, 김상현(kt), 정천헌(LG)의 성추행 혐의 등 선수와 구단들의 범죄와 부정행위는 잊을만 하면 또 다시 터지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 채 인정에 호소하며 은근슬쩍 넘어간 것은 아닌지 KBO는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팬들이 경기장을 찾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정정당당한 승부를 통해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써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을 눈감고 인정에 호소하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면 팬심은 싸늘하게 돌아설 것이고, 암흑기는 훨씬 더 일찍 찾아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끝으로 야구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야구계 어르신들에게 묻고 싶다. 판타지 소설보다 더 믿기 힘든 작금의 현실에서 시민들이 어린 아이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향하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가?

어느 민간인이 국정을 농단하고 국익보다는 개인의 사익을 위해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던 대통령을 심판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시민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 이 정권의 부정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그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부정부패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자 정치인들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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