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킹>의 포스터.

영화 <더킹>의 포스터. ⓒ NEW


지금까지 등장했던 여러 장르 영화에서 검사는 조폭과 함께 단연 단골손님 중 하나였다. 현실 세계의 반영은 논외로 하더라도 다양한 작품 안에서 검사는 때론 정의롭거나 권력에 빌붙어 악의 축이 되어 왔다. 주요 캐릭터 중 하나로 충실히 그려졌다는 뜻이다.

오는 18일 개봉에 앞서 12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에 선 공개 된 <더킹> 역시 검사가 등장한다. 그것도 집단으로 말이다. 게다가 이들 중 세 명의 검사가 주인공이다. 배우 정우성, 조인성, 배성우가 각각 서로 다른 성격의 검사 역을 맡았다.

권력자들의 속성  

전반적으로 <더킹>은 직설적이다. 85학번으로 우연히 민주화 항쟁에 참여하고, 우연한 계기로 검사가 되기로 한 태수(조인성 분)의 시선을 빌려, 그 앞에 놓인 더 강하고 높은 권력의 검사들 틈으로 들어간다. 대부분 이야기는 바로 힘의 중심이 된 검사들이 벌이는 각종 기획 수사들, 그와 연관된 정치인과 조직폭력배들이 얽혀드는 사건 안에서 해결된다. 쉽게 말해 권력의 시녀가 된 이들이 벌이는 패악질을 잔뜩 나열한다.

그런 이유로 <더킹>의 인상 평가는 전형적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만 그렸으면 사실 관객에게 호소하긴 쉽지 않다. 앞서 말한 대로 이미 한국 영화엔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검사들이 존재해 왔으니까.

이 영화가 차별성을 담보하는 지점은 일단 형식에서다. 주요 캐릭터를 직선적으로 배치하지 않았다. 태수의 입을 빌려 그간의 일을 고백하는 방식을 취했다. 시간적으로 현재-과거-현재 그리고 미래의 흐름이다.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은 "태수를 통해 관객들이 욕망과 권력의 세계를 정확하게 보길 원했다"며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그 세계를 담기 위해 다큐멘터리 방식을 썼다"고 전했다. 1인칭으로서 태수는 일종의 권력 중심에 숨어들어간 '트로이의 목마'인 셈이다.

<더킹>은 권력의 민낯에 돋보기를 들이민다. 어려운 사법고시를 패스한 이후 잡게 된 한강식(정우성 분) 부장검사라는 단단한 동아줄은 성폭행의 피해자가 된 소녀의 억울함에도 눈감도록 하고, 그에 얽혀있는 비열한 정치인의 행태도 비호하게 만든다. 갈등하던 그에게 한강식이 던지는 대사가 예사롭지 않다. "요즘 젊은이들은 역사공부를 안 한다.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설파하던 강식은 "권력 옆에 딱 붙어있어야 성공한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한다.

"제 나이 또래 사람들이 이제껏 현대사를 거치면서 살아왔는데 한국사회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살기 편한 사회가 아닌가, 그에 대한 답답함이 컸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분노하는 영화 말고 권력자 입장에서 보다보면 보다 그들의 시스템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윤리적으로 생각하게 될 거 같아서 만들게 됐습니다." (한재림 감독)

감독의 말대로 <더킹>은 왕좌에서 그 맛을 제대로 보고 권력 위에서 쾌속 질주하는 군상들에 대한 영화다. 그 점이 이 영화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진짜 왕관의 주인

 영화 <더킹>의 한 장면.

영화 <더킹>의 한 장면. ⓒ NEW


영화가 직설적인 이유는 오프닝 장면부터 드러난다. 화면을 이등분 해 대상을 대칭으로 보이게 하는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지난 20년 간 일어난 굵직한 사건을 제시한다. 동시에 전두환부터 시작해 현대사의 모든 한국 대통령의 모습을 덧붙인다. 이들이 바로 영화의 주인공임을 주지시키는 순간이다.

"데칼코마니로 보니 대상이 객관적이며 이질적으로 보이더라고요. 새로웠습니다. 이 영화가 한국사회를 그렇게 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제겐 권선징악보단 희망이 중요했습니다. 언론의 작은 힘이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에 불을 붙였잖아요. 작은 힘들이 모여 큰 결과를 만들어 낸 거라 생각합니다." (한재림 감독)

그렇기에 영화를 보다보면 부지불식간에 우리가 TV에서 접했던 검사들의 이면을 만나게 된다. 조롱거리가 된 검사에서부터 청문회 정국에서 끝까지 발뺌하는 민정수석이 된 검사의 모습이 영화 안 캐릭터에서 언뜻언뜻 보인다. 정우성, 조인성, 배성우 등의 출연배우들은 "실존 인물을 모델로 삼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지만, <더킹>은 자연스럽게 몇몇 검사를 연상시킬 장치를 마련해놨다.

또 하나 <더킹>은 묻는다.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라고. 이 과정에서 영화가 공들여 묘사했던 검찰과 정치인들의 대척점에 진짜 왕관의 주인이 따로 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태식이 말미에 던진 몇 마디의 대사가 가슴을 때린다. 여러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TV뉴스가 영화 속 캐릭터들의 대사와 함께 버무려져 있는데 유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뉴스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한재림 감독은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이자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라 말했다. 한 감독은 "사람의 가치 철학을 경제성과 욕망으로 (저울질해) 사소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터진 비극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34분 후 영화는 끝난다. 극장 문을 나서면 여전히 우리가 당면한 갑갑한 정국이 남는다. 배우 정우성이 간담회 말미에 남긴 말을 덧붙인다.

"영화에 나오는 탄핵 장면이나 지금의 탄핵 정국 모두 아픈 일이죠. 그렇다고 외면하면 안 되고 똑바로 직시했을 때 사회 부조리를 이겨낼 수 있고, 바른 쪽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한 줄 평 : 왕관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극장 문을 나서도 남는 여운이 이 영화의 힘.
평 점 : ★★★★(4/5) 

영화 <더킹> 관련 정보
각본 및 감독 : 한재림
출연 :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김아중, 류준열, 김의성
제작 : 우주필름
제공 및 배급 : NEW
크랭크인 : 2016년 2월 4일
크랭크업 : 2016년 7월 3일
러닝타임 : 134분
상영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7년 1월 18일


더킹 조인성 정우성 검찰 류준열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