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준비하는 대한만국 야구대표팀의 행보가 갈수록 가관이다. 김인식 감독은 11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코칭스태프 회의를 열고 메이저리거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세인트루이스) 대표팀 발탁 방침을 발표했다.

오승환은 2015년 해외원정도박 파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벌금 1000만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KBO(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도 '한국에 복귀할 경우 해당 시즌 정규시즌의 50% 출전 금지(72경기)'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오승환이 해외 리그 소속이라 KBO의 징계는 아직 이수되지 않은 상태다. 한마디로 잘못을 저질렀다고 확인하고 징계까지 내린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뛰지도 못하도록 처분을 내려놓고는 대표팀에서는 별개로 써먹겠다고 한 셈이다. 

김인식 감독과 KBO의 결정은 당초의 원칙을 깬 말바꾸기라는 비판을  피할수 없다. 애초 오승환은 지난해 11월  발표된 최종 엔트리 28명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김 감독도 여론을 존중하여 오승환을 대표팀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부상선수가 속출하고 대표팀 선수구성이 어려워지자 김 감독은 오승환의 빈 자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 회장과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 등 야구계 원로들은 현실론을 주장하며 오승환의 발탁에 힘을 실었다. 김인식 감독은 지난 4일까지만 해도 여론을 의식해 오승환의 승선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으나 일주일만에 결국 입장을 바꾸어 발탁으로 가닥을 잡았다.

결국 오승환을 발탁한 김인식 감독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스(WBC) 기술위원회를 마친 김인식 WBC 감독이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스(WBC) 기술위원회를 마친 김인식 WBC 감독이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오승환은 우여곡절 끝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게 됐지만 이는 결국 또다른 논란의 시작일 뿐이다. 김 감독을 비롯하여 오승환의 발탁을 지지한 야구인들은 오승환이 국가대표팀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여론도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지만 이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야구는 야구고 속죄는 속죄. 원칙은 원칙이다. 야구와 무관한 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두고 야구로 속죄하라는 논리라면, 음주운전을 일으킨 강정호(피츠버그)를 제외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도박이나 음주운전이나 금지된 일탈행위인 것은 마찬가지인데 여론의 눈치를 보며 누구는 뽑고 누구는 제외하는 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자의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부상선수가 많아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도 구차한 변명이다. 애초에 국제대회 개막을 수개월이나 남겨놓은 상황에서 선수들의 몸 상태와 출전 의지에 대한 면밀한 사전 체크도 없이 최종엔트리만 성급히 발표하여 대혼란을 초래한 책임은 처음부터 김인식 감독과 KBO에 있다. 오승환을 대표팀에서 제외했다면 어떤 돌발변수가 발생하더라도  그를 전력에서 배제하고 팀을 구상했어야 했다.

오히려 리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도 '국제 경험이 없다'거나 근거가 불분명한 주관적인 이유만으로 대거 제외시켜 놓고, 정작 출전 자체도 불투명한 메이저리거나 스타 선수에 집착하다가 이제와서 상황이 어려워지니 '선수가 없다'고 말을 바꾸는 것은 무책임하다.

또다른 메이저리거인 추신수(텍사스)와 김현수(볼티모어) 등이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WBC 출전이 불발되며 대표팀은 더욱 우스운 꼴에 놓였다. 텍사스는 부상 후유증을 이유로 추신수의 출전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김현수도 구단의 압박에 부담을 느껴 본인이 직접 김인식 감독에게 대표팀 고사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환의 소속팀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일단 오승환의 차출에 반대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른 구단들의 상황을 파악하면 입장이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수 없다. 설사 오승환이 가세한다고 해도 이미 너무 많은 선수들이 전열에서 이탈하며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쯤되면 도대체 이렇게까지 해서 WBC에 출전하는 게 한국야구를 위하여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성적에 그토록 연연하면서 전력은 전력대로 약해졌고, 선수선발에서부터 무수한 잡음을 초래하며 명분도 잃었다. 소속팀에서 보여준 활약을 기준으로 대표팀을 구성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며 미래를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김인식 감독은 역대 대표팀 중 선수구성이 가장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지만, 전력의 수준을 떠나 이렇게 시작도 하기 전에 말이 많고 논란이 끊이지않는 대표팀도 처음이다.

국가대표팀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로서 국민들에게 명예와 자부심을 안겨줄 수 있어야 한다. 고령의 김인식 감독이 어려운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되면서 겪었을 고뇌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주어진 상황에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면 설사 결과가  좋지않다고 해도 명분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야구대표팀은 이도저도 아니다. 원칙을 깨면서까지 조금 성과를 올렸다고 팬들이 그런 국가대표팀을 보며 마냥 기뻐할 수 있을까. WBC가 한국야구에 그 정도로 절박하게 매달려야 하는 가치가 있는 대회일까. 오락가락하는 야구대표팀의 행보를 보면서 실망과 한숨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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