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방송연예대상' 정준하 밀어주는 무한도전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6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이 대상 후보인 정준하를 지지하는 액션을 취하고 있다.

▲ 'MBC 방송연예대상' 정준하 밀어주는 무한도전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6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이 대상 후보인 정준하를 지지하는 액션을 취하고 있다.ⓒ 이정민


"열심히 고민해도 시간을 빚진 것 같고…. 쫓기는 것처럼 가슴 두근거리고…. 택시할증시간 끝날 때쯤 상쾌하지 못한 마음으로 퇴근하는 회의실 가족들에게 이번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준다면…. 한 달의 점검 기간과 두 달의 준비 기간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 #에라모르겠다 #방송국놈들아 #우리도살자 #이러다뭔일나겠다"

작년 연말 김태호 PD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결국 산타 할아버지가 소원을 이뤄준 것일까, '방송국놈들'이 읍소를 들어준 것일까. 그리고 지난 11일, MBC <무한도전>의 휴식기, 아니 '정상화' 소식이 들려왔다.

김태호 PD가 <스포츠조선>과 한 인터뷰를 통해 전해진 결과를 종합해 보면, 설 파일럿 프로그램인 <사십춘기>가 3~4주 편성되고, 4주간 '레전드편'이 편성된다. 원래 6주간 과거 방송을 재편집해 내보내는 레전드편을 구상하다 <사십춘기> 편성과 맞물려 7~8주 간의 '정상화' 기간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 사이 기존 회의와 촬영 준비, 녹화 등은 계속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격하게 환영한다. 그간 김태호 PD를 필두로 제작진과 출연진이 피로감을 호소해 왔고, 그에 맞춰 시즌제에 대한 호응도 일정 정도 형성돼 왔던 터다. 일반적인 휴식기가 아닌 '정상화' 기간을 가져가면서까지 제작진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완성도를 기하는 것을 반대할 이들이 과연 존재할까. 광고 판매를 신경 써야 할 MBC 사측 말고 또 있을까.

결국 시즌제 대신 선택한 <무한도전>의 '정상화'

 지난 7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정준하 대상 프로젝트'는 최종적으로 6개의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과연 2017년 이 6개 중 몇 개의 프로젝트나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7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 '정준하 대상 프로젝트'는 최종적으로 6개의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과연 2017년 이 6개 중 몇 개의 프로젝트나 성공할 수 있을까.ⓒ MBC


행여 시청률이 잠시 잠깐 떨어진다고 해도 그건 제작진과 MBC 모두 감수해야 할 몫이다. 이후 제작진의 피로도가 누적돼 '시즌제'를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이 온다면 혹은 그보다 더한 상황이 도래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무한도전>에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은 분명 아닐 것이다. 타 지상파가 동시간대 편성을 파격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 만한 여력이 크게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온전히 이 '정상화' 기간은 공히 제작진과 시청자가 함께 만족해도 좋을 여건을 만들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즌제'는 공염불이 됐다. 한국에서 온전히 시즌제를 이어가고 있는 예능은 미 NBC에서 포맷을 사온 <SNL 코리아>가 유일하다. 그나마도 케이블채널이라서 가능한 일일 수 있다. 아직까지 지상파에서 그러한 모험(?)을 요구하는 건 쉽지도 않고,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그리 크지 않다.

시청률이 잘 나와도 문제, 안 나오면 더 문제다. 지난 2014년, 역시 유재석이 KBS에서 진행했던 <나는 남자다>는 예정했던 20회 1시즌으로 종영된 후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춘 케이스다.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의 흥행에 빛을 바랜 6~7% 시청률로는 시즌제라는 모험을 감행하기 힘들었을 터다.

<무한도전>은 다르다고 역설하고 싶지만, '방송국'이 쉬이 놔줄 거라 예상하는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작금의 MBC가 광고 완판은 물론 채널 이미지에 있어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무한도전>을 시즌제라는 허울 속에 1년의 반에서 1/3에 가까운 휴지기를 줄 리 만무하다.

결국 지금의 '정상화'가 제작진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는, 시즌제가 요원해진 <무한도전>이 '정상화'기간 동안 좀 더 '정상화'시킬, 아니 신경 써야 할 대목들을 점검하는 편이 더 나은 선택지일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까지 솔선수범하는 <무한도전>  

 제42회 한국방송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MBC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출연진.

제42회 한국방송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MBC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출연진.ⓒ MBC


'국민 예능'이란 거창하고 거북한 수식마저도 어울리는 단 하나의 예능, <무한도전>이 짊어진 무게가 이리 크다. 그 사이 유재석은 '국민 MC'가 됐고, 2016년에도 MBC 연예대상 대상 수사자가 됐다. 또 그 사이 멤버들은 가장이 됐으며, 부침 속에 살아남은 박명수와 정준하, 하하는 각자 대체불가의 엔터테이너가 됐다. 누구들은 자의반 타의반 떠나갔지만, 새 멤버인 광희와 양세형도 자리를 잡아 나가는 중이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 남자들이 매주 새로운 상황 속에서 펼치는 좌충우돌 도전기'란 애초의 콘셉트 역시 빛이 바랜 지 오래란 얘기다. 매번 해외로 나갈 수도 없다. 또 매번 역사를 소환할 수도 없다. 지난 8월, 미국 LA 편에서 과거 롤러코스터 특집의 재탕이냐는 비난이 일었지만 '안창호 편'으로 자연스레 넘어가며 "역시 <무도>"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던 것은 그야말로 <무한도전>의 저력이라 평할 수 있다.

그렇게, <무한도전> 제작진은 규모와 내실 사이에서 자기와의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극한알바를 해도 이제는 해외에서 해야 할 것 같고, 유재석이 엑소의 안무에 도전해도 해외 공연까지 따라 잡고야 만다. 그렇게 <무한도전>에 쏠린 관심과 족적은 명실상부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고를 찍은 지 오래다. '정준하 대상 프로젝트'도 비슷한 대목이다.

꼭 베어 그릴스가 등장하고, 이스터 섬을 찾아가며, 아프리카 메기잡이를 실현해야 시청자들의 직성이 풀리는 건 아니다. 굳이 메시와 족구를 하지 않아도, '미드'에 출연하지 않아도 된다. 비대해진 관심만큼 <무한도전>이 규모에 집착하고 해외 프로젝트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아마도 영민한 제작진은 그 과정만으로도 웃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간파하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볼거리=해외=규모의 경제학' 등식이 정답일 순 없다. 반면 그러한 볼거리가 그간 받아온 시청자들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라 믿는다면, 그것 또한 제작진의 '정상화' 방안일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무한도전>이 잘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아이템에 대한 선택과 집중일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까지 해온 대로, 규모에 대한 집착을 조절하는 동시에 그간 지켜낸 시청자들에 대한 책임감과 책무 사이의 완급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관건일 터다. '국민 내각'을 기획하는 프로그램 역시 <무한도전> 뿐이지 않은가.  

또 하나, <무한도전> 멤버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 '남자'가 아니다. 지난 2005년, 프로그램 출범 당시 용인됐던 '스탠스'가 다르게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달리 말해, 그간 함께 나이를 먹어 온 여성 시청자들의 태도나 시선이 달라지고 성숙해졌다는 뜻이다. 멤버들과 제작진에게 가족이 생기고, 가장이 되면서 시선의 변화가 온 것처럼 말이다. 거기에 더해 '남자들만이 짖고 까부는' 어떤 남성 중심적인 시선 역시 세심하게 돌아봐야 할 지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이 <무한도전> 전반에 느껴지는 어른으로서 사회적인 시선은 분명 깊어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역사를 챙기고, 보통 사람들을 챙기고, 소외된 사람들을 챙기는 그 시선이야말로 <무한도전>이 'MBC 채널 이미지'를 책임진다는 평가의 요체일 것이다.

지난 연말, 멤버 모두가 세월호 '노란 리본'을 달고 출연하는 프로그램 역시 <무한도전>이 유일하지 않았던가. 앞으로 더 좋은, '정상화'된 <무한도전>을 위해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상화'를 응원한다. <무한도전>은 그렇게 '비정상의 정상화'마저 솔선수범하고 있다. 

 <무한도전> 홈페이지 내 국민내각 공지 이미지.

<무한도전> 홈페이지 내 국민내각 공지 이미지.ⓒ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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