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애인 모욕" 비난한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베벌리 힐스에서 8일(현지시간) 열린 제 74회 골든글로브 사싱식에서 평생 공로상을 수상한 할리우드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가 수상소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 "대선 기간 장애를 가진 뉴욕타임스 기자를 모욕하는 것을 보고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 "트럼프 장애인 모욕" 비난한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베벌리 힐스에서 8일(현지시간) 열린 제 74회 골든글로브 사싱식에서 평생 공로상을 수상한 할리우드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가 수상소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 "대선 기간 장애를 가진 뉴욕타임스 기자를 모욕하는 것을 보고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EPA


"권력을 가진 사람이 공적인 자리에서 남에게 굴욕감을 주려는 본능을 드러내면, 다른 모든 사람의 삶에 퍼져 나갈 겁니다. 마치 다른 사람들도 그런 행동을 해도 된다고 승인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지난 8일(현지시각), 2017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인 '세실 B. 드밀상' 수상자로 선정된 메릴 스트리프의 수상 소감은 동료·후배 배우들의 눈물을 글썽이게 할 만큼 분명 감동적이었다. 그건 명백히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비판이었지만, 작금의 우리네 현실에 적용해 봐도 하나 버릴 게 없는 명연설이기도 했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먼저 권력자의 솔선수범에 대해. 메릴 스트리프는 트럼프를 가리켰지만, 우리는 대통령을 비롯해 그의 권력에 빌붙고 또 그 권력을 완성했던 이들 대부분이 벌이고 있는 '거짓말 쇼'를 참혹하게 목도하는 중이다. 소위 대한민국을 이끈 권력층이 공적인 자리에서 벌이는 이 '거짓말 쇼'는 국민에게 얼마나 큰 굴욕감과 자괴감을 주고 있는가.

7차까지 이어진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를 보자. 대통령의 전 비서실장이, 전 민정수석이, 더군다나 현직의 문화부장관이 끝끝내 비열한 '모르쇠'로 일관하는 '연기'를 했고, 전 국민이 이를 지켜봤다. 대통령은 어떠한가.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이 '신년간담회'를 빙자해 청와대 출입 기자들을 농락하고, 국민 전체를 우롱하는 거짓말을 늘어놨다. 그게 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피해가고, 특검의 수사망을 어떻게든 피해가려는 술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쏟아지는 언론보도를 통해 명약관화해 지고 있다. 이를 보면서 누군가는 '저들이 저럴진대 이 정도 거짓말은...'이란 생각을 품지 않겠는가. 이 명배우가 주는 교훈은 이뿐만이 아니다.

"혐오는 혐오를 부르고, 폭력은 폭력을 낳습니다" 

 메릴 스트리프의 비판과 도널드 트럼프의 반박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갈무리.

메릴 스트리프의 비판과 도널드 트럼프의 반박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갈무리.ⓒ 뉴욕타임스


"혐오는 혐오를 부르고, 폭력은 폭력을 낳습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약자를 괴롭히기 위해 자신의 위치를 이용한다면, 우리는 모두 패배할 거예요."

스트리프가 가리킨 것은 트럼프의 외국인 차별과 장애인 혐오였을 것이다. 더 정확히는 작년 11월,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뉴욕타임스> 기자의 신체 장애를 직접 흉내 내고 조롱했다가 논란을 일으킨 사건을 언급했다고 보면 맞다.

1차원적이고, 자국 보호주의를 부르짖는 트럼프가 신체 장애를 이용해 언론과 유권자들의 뭇매를 맞았다면, 한국의 권력자들은 그보다 더한 차별과 혐오를 몸소 실천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조롱과 그로 인한 국민과의 유리, 그리고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탄압을 들 수 있다.

너무 비유를 확장하는 것 아니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떠올려 보라.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노란색을 그렇게 싫어했다"던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위해 청와대와 국정원, 그리고 여당 국회의원들이 했던 '짓거리'들을.

국정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보고되는 보고서까지 작성, 세월호 참사 보도를 관리하고 세월호 유족들을 국민과 분리하려고 했던 것이 2014년 6월이었다. 여당 국회의원들의 막말은 또 어떠했나. '시체장사'와 같은 패륜적인 막말을 동원해 유족들을 할퀴었고, 이를 확대재생산 하는 일간베스트와 같은 논리를 그대로 수용했던 이들은 또 누구였던가.

'블랙리스트'야말로 이 정권이 권력을 이용해 혐오와 차별을 조장한 실질적이고 치졸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세월호 참사를 언급했다고, 야당을 지지했다고, 더욱이 물증이 아닌 그러한 심증만으로도 지원을 끊고 밥줄을 끊으려 했던 블랙리스트가 문화예술계는 물론 사회 전 분야에 가동됐다는 의혹들이 새해 들어 실질적인 증거와 증언들로 입증되고 있다. 국민이 '패배감'을 느끼는 이유가 너무나 당연하지 않겠는가.

조윤선 장관이 꼭 봐야 할 명연설

청문회장 나온 조윤선 장관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7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청문회장 나온 조윤선 장관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7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남소연


사실 메릴 스트리프의 연설이 감동적인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자신을 포함해 할리우드 배우들, 그중 유색인종 배우들의 활약을 적시하는 가운데 할리우드의 개방성과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의 존재를 연결하고 그 가치를 역설하는 탁월한 비유에 있었다.

그것도 "모든 착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인"이란 농담을 곁들여 소개한 라이언 고슬링과 케냐 출신이면서 런던에서 자라 태즈메이니아에서 자란 인도인을 연기한 데브 파텔을 제외하고 대부분 여성 배우들을 일례로 들면서 말이다.

"저는 뉴저지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곳 공립학교에 다녔어요. 바이올라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소작인의 작은 집에서 태어나 로드아일랜드의 센트럴 폴즈로 이주했죠. 사라 폴슨은 플로리다의 '싱글맘'에게서 태어나 브루클린에서 자랐죠. 일고여덟 남매 중 하나인 사라 제시커 파커는 오하이오 출신이고요. 에이미 아담스는 이탈리아 비첸차에서 태어났어요. 나탈리 포트만은 예루살렘에서 태어났고요. 이들의 출생증명서는 다 어디 있죠?"

"우리가 누군가요? 할리우드는 대체 뭐죠?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의 집합체일 뿐"이라고 자문하는 메릴 스트리프. 그러면서 그는 "할리우드는 아웃사이더와 외국인들과 함께 나아가고 있다"며 "만약 우리가 그들을 다 내쫓으면 미식축구나 종합 격투기 말고는 볼 게 없을 거예요. 전혀 '예술'이 아닌 것들이죠"라고 덧붙여 참석한 배우들과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미국의 기저의 사회문제로 '인종 문제'를 꼽을 수 있다면, 한국은 '레드 콤플렉스'를 수반하는 '분단'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블랙리스트는 물론, 세월호 유족들까지 '종북좌파'로 몰았던 청와대와 국정원, 문체부의 한심하기 짝이 없는 '국론분열' 책을 떠올려 보면 자명해진다.

할리우드가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의 집합체"라면 한국의 문화예술계 역시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집합체일 뿐이다. 이들을 굳이 '사상'이나 '이데올로기'도 아닌 '내 편', '네 편'으로 나눈 광범위한 블랙리스트는 얼마나 저열한가.

"우리는 권력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원칙 있는 언론이 필요해요. 격분이 일어날 때 권력자를 끌어내릴 힘을 가진 언론들이요. 그것이 바로 미국의 건국자들이 언론을 신성시하고 헌법에 언론의 자유를 명시한 이유입니다."

메릴 스트리프는 그래서 한발 더 나아간다. 미국 헌법이 수호하는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는 동시에 '언론인 보호 위원회' 등 제대로 된 보도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위원회와 언론의 중요성까지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는 어떠했나. 박근혜 정부에 빌붙어 본연의 기능을 '셀프 정지'시켰던 지상파와 종편, 보수언론의 지난 4년을 기억할 때다. 박 대통령의 신년 간담회에 불려가 병풍 역할을 했던 청와대 출입 기자단의 헛발질도 같은 맥락이다. 이 명배우의 연설엔 도무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그리고 진실은 비껴갈 수 없는 법이다. 트럼프는 이 메릴 스트리프의 연설에 즉각 그리도 애호하는 트위터를 통해 "스트리프는 대선에서 대패한 힐러리 클린턴의 아첨꾼(flunky)"이라고 기어코 깎아내렸고, 이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좌파 영화인들(liberal movie people)의 비판에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 트럼프는 과거 메릴 스트리프의 팬이었다. 영화 촬영현장에서 함께 자랑스럽다는 듯 찍은 사진이 발각(?)되기도 했고, 지난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가장 좋아하는 여성 배우로 메릴 스트리프를 꼽기도 했다.

역시나, 한없이 가벼운 권력자들일수록 거짓말에 능하고 자기 말을 뒤집는 법이다. 우리가 매일 매일 목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명연설을 널리 널리 추천하는 바이다. 특히 조윤선 문체부 장관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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