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언론노조가 공개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 중 시네마달과 다이빙벨 언급 부분.

지난 12월 언론노조가 공개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 중 시네마달과 다이빙벨 언급 부분. ⓒ 전국언론노동조합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이후, 세월호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 2015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맞춰 공식 개봉했을 즈음이다. 당시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체부)가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에 배급사 '시네마달' 지원 내역을 정리해 보고하라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이에 대해 당시 문체부와 영진위는 각종 지원 사업내용은 굳이 따로 정리해 보고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정리가 돼 공유하고 있는 내용이라며 별도로 자료를 요청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개한 김영한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시네마달이 내사를 당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2014년 10월 22일과 23일 메모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長(장), 다이빙벨 상영-대관료 등 자금원 추적-실체 폭로
시네마달 내사-다이빙벨 관련

<다이빙벨> 이후 세무조사에 통신조회

 시네마달이 배급해 온 대표적 다큐멘터리 영화들. 대부분 정치·사회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이었다.

시네마달이 배급해 온 대표적 다큐멘터리 영화들. 대부분 정치·사회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이었다. ⓒ 시네마달


부산영화제의 <다이빙벨> 상영 강행으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강제적으로 쫓겨났다. 영화를 개봉시킨 배급사 시네마달에 대한 탄압도 만만치 않았다. 직원들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이 조회됐고, 계좌추적까지 당했다. 또한, 영세한 규모의 배급사임에도 불구하고 세무조사를 받아야 했다. 폭압적 권력에 일방적 난타를 당한 셈이다.

이 여파로 국내 다큐멘터리 전문배급사인 시네마달이 경영 위기에 봉착하면서 영화계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영화의 중요한 기초자산인 독립영화와 단편영화, 다큐멘터리 배급에 애써온 그간의 노력이 정치적 이유로 사장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시네마달은 독립영화 중에서 특히 다큐멘터리에 비중을 두고 있다. 2008년 여름 설립 이후 100여 편이 넘는 작품들을 제작 배급해 왔다. 대표적인 작품은 용산 참사를 다룬 <두 개의 문>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담은 <잼 다큐 강정>, 소수자를 다룬 <종로의 기적>, 생활 다큐 <소꿉놀이> 등등이다. 다이빙벨 이후 세월호 시리즈로 불리는 <업사이드 다운>, <나쁜 나라> 등을 개봉했다. 최근에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스크린 진출작 <나의 살던 고향은>을 배급하며, 한국 독립다큐멘터리의 저변 확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네마달은 2015년 <다이빙벨> 개봉 이후 영진위 지원 사업에서 선정된 영화가 없었다. 다큐멘터리 개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진위 '다양성 영화 개봉지원사업'은 독립다큐멘터리의 개봉에 큰 역할을 하는데, 시네마달 배급작이 선정된 것은 2015년이 마지막이었다.

그나마 선정된 영화도 정치·사회적인 다큐가 아닌 주로 생활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었다. 감독들이 개봉지원을 신청해 선정되면 시네마달과 배급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었다. 시네마달이란 이름이 들어갈 경우 심사를 통과하기 불가능할 정도여서, 배급사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일반적으로 감독들의 이름으로 지원 사업에 신청을 하는 상태다.

하지만 이 역시도 2016년도에는 단 한 작품도 선정되지 못했다. 2016년 상반기에는 5편의 작품을  신청했으나 모두 탈락했고, 하반기에는 9편 모두 떨어졌다. 시네마달과 배급을 협의한 이들 영화는 주로 파업 노동자들이나, 입시문제, 부산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 등이다.

한국 독립다큐 견인차 역할한 시네마달 상실 위기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이 작품을 배급한 시네마달은 조직적으로 정권에 의해 탄압받은 것일까.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이 작품을 배급한 시네마달은 조직적으로 정권에 의해 탄압받은 것일까. ⓒ 사네마달


영진위의 독립예술영화지원사업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시네마달이 갖는 피해 의식은 <다이빙벨>을 대입하면 바로 드러난다는 점에 있다. 현재 구조에서 <다이빙벨> 같은 영화는 영진위의 지원사업에 선정되기가 어렵고, <다이빙벨>을 상영하려는 영화관들도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다.

결국, 영진위의 독립예술영화지원사업은 청와대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블랙리스트나 김영한 업무일지에서 드러난 것처럼 특정 영화나 창작의 자유를 제한하는 형태로 악용된다. 독립영화 진영이 영진위의 지원사업에 반발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다. 최근 일부 영진위 직원들이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블랙리스트 등의 문제가 영진위에 대한 조사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영화제작배급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문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시네마달 경우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언급한 사안이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고 큰 사안이다"라며 "반영화적인 정책이 결국 영세한 영화사를 죽이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시네마달이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의 견인차로 기능해왔던 배급사의 상실 위기에 마음이 몹시 차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모금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임시방편적인 방법일 뿐이고 정책적인 대안 마련을 통한 지원과 제대로 된 피해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편향적인 정책을 추진해온 문체부 장관과 영진위원장 및 부역자들의 퇴진과 엄벌은 기본전제다.

시네마달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 때도 힘들었지만 <다이빙벨> 이후 더 심각했다"며 "연간 배급하는 작품 수가 평균 6~7편이지만 수익은 거의 없고 현상 유지만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상태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으나 거듭되는 질문에 "현재 폐업위기에 닥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위기 상황임을 인정했다.

비판적인 영화들을 막거나 제한하던 군사 독재식 발상이 한국 독립다큐멘터리를 이끌어오던 작은 독립영화사를 질식사시키려 몰아가고 있는 현실에 영화인들의 분노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시네마달 독립다큐 다이빙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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