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닭'의 해 2017년이 밝으면서, 이제 동계스포츠 축제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도 어느덧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로서는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이자 동계올림픽으로는 최초가 되는 올림픽이다. 평창에서 태극기를 달고 빙판 위를 달릴 평창의 얼굴들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그 두 번째는 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인 피겨스케이팅이다. [편집자말]
'피겨여왕' 김연아는 지난 두 차례 동계올림픽(2010 벤쿠버, 2014 소치)에서 전 세계의 극찬을 받으며 여자피겨의 전설로 군림했다. 그녀의 믿기지 않을 선전으로 한국 피겨는 단숨에 세계 피겨계의 주목을 받는 국가 중 하나로 발전했다. 다가오는 평창에선 이제 '김연아 키즈들'이 그녀가 닦아놓은 길을 간다.
 
 박소연의 아이스쇼 연기 모습

박소연의 아이스쇼 연기 모습 ⓒ 박영진


박소연, 김연아 키즈 1세대의 자존심

현재 한국 여자피겨의 선두 주자는 박소연(단국대)이다. 박소연은 김연아 키즈의 1세대로 불리는 이른바 '97라인' 중 한 명이다. 현재 박소연의 존재는 매우 특별하다. 97라인 선수들은 김연아가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직후 국가대표로 서서히 발탁돼 활약하기 시작하던 새싹이었다. 그러나 부상으로 인해 결국 대부분의 선수들이 은퇴했고, 현재는 박소연과 소치올림픽 멤버였던 김해진(이화여대), 아이스댄스로 전향한 이호정(성신여대) 정도만이 남아있다. 그 가운데 박소연은 기량을 유지하고 오랜기간 선전했다.
 
김연아 은퇴 직후 박소연은 일본에서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개인최고기록을 경신해, 김연아 이후 최초로 세계선수권 톱10에 올랐다. 그 결과로 박소연은 시니어 그랑프리 티켓 2장을 자력으로 따냈다. 두 차례 그랑프리에서 모두 5위에 올랐고, 이후 국내에서 열렸던 4대륙선수권 대회에선 9위에 올랐다. 2015년 세계선수권 대회에선 12위를 기록해, 두 번째 시즌 그랑프리 출전권도 역시 자력으로 획득했다.

그러나 2015-2016 시즌은 박소연에게 고전하던 시기였다. 평소 장점을 보이던 점프에서 애를 먹으며 기량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4대륙 선수권에서 김연아 이후 최고 성적인 4위에 올라 다시 가능성을 보였다.
 
올 시즌 두 차례 그랑프리도 모두 자력으로 따낸 그녀는 다시 기량을 회복했다. 시즌 초반에는 점프에서 난조를 보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랑프리 1차 대회부터 서서히 기량이 올라왔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선, 김연아 이후 최초로 180점대를 돌파하며 5위로 선전했다. 그러나 지난달 태릉에서 훈련도중 발목 골절 부상을 당했다.

결국 지난주 강릉에서 열렸던 국가대표와 세계선수권 출전선수를 뽑는 종합선수권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다. 그녀 한명이 없었던 종합선수권은 단 한차례의 실수로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치열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맏언니의 부재가 왠지 모르게 허전함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현재 부상에서 회복하며 재활에 전념하고 있는 그녀는 2월 평창 테스트이벤트로 열리는 4대륙선수권과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예정이다.

 최다빈의 연기 모습

최다빈의 연기 모습 ⓒ 대한빙상경기연맹


 
최다빈-김나현, 동갑내기의 보이지 않는 경쟁

현재 국내 피겨계는 새로운 유망주인 유영(문원초), 임은수(한강중), 김예림(도장중) 등이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평창에는 나이 제한으로 나설수가 없다. 이들의 경쟁에 가려져 있지만, 평창의 출전권을 놓고 매서운 경쟁을 하고 있는 두 선수가 있다. 2000년생 동갑내기인 최다빈(수리고)과 김나현(과천고)이 주인공이다.
 
최다빈은 오랜기간 국내에서 유망주로 주목을 받은 선수다. 평소 기복 없는 경기력으로 항상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주니어 시절엔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두 차례 동메달을 획득했고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6위와 9위를 차지했다. 지난시즌 시니어로 올라와 본격적인 시작한 그녀는 극명하게 드러난 장단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소 기술에는 강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표현력에서 부족한 모습으로 예술점수에서 항상 낮은 점수를 받아 한계가 보이는 것이었다.
 
올 시즌엔 쇼트프로그램에서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발목 부상 등까지 겹쳐 제기량을 내기는 다소 어려웠다. 그랑프리 2차 대회에 자력으로 출전해 7위를 기록했고, 이후 6차 대회에도 추가 배정을 받아 9위를 기록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스케이팅 스킬과 표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새 외국인 코치도 영입했다.

그 결과 최다빈은 눈에 띄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로그램 내의 스피드가 전반적으로 빨라졌고, 회전수 부족을 받던 점프 구성 배치를 변경해 감점 부분도 해결했다. 또한 스케이팅 스킬도 점차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나현의 연기 모습

김나현의 연기 모습 ⓒ 대한빙상경기연맹


김나현은 그동안 가려져 있던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최다빈과 동갑내기이지만 그녀에 비해 경기결과에서 다소 밀리는 모습이 있었기 때문. 그러나 올 시즌 그녀는 놀랍도록 성장했다. 특히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트리플루프-트리플루프 점프의 성공률이 매우 높다. 플립과 루프 점프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소 선수들이 잘 시도하지 않는 콤비네이션 점프를 구성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랑프리 2차 대회에 추가 배정되기 전, 그녀는 B급 대회에 출전해 롬바르디아 트로피 대회에선 은메달까지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올 시즌 호평을 받고 있는 쇼트프로그램은 꾸준히 60점대를 넘고 있다.
 
김나현은 결국 지난주 종합선수권 대회에서 3위에 올라 3월 핀란드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자격을 얻었다. 이 대회는 평창올림픽 티켓을 배정하는 대회인 만큼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김나현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평창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로는 변지현, 안소현(목일중) 등이 있는 가운데, 안소현의 경우 종합선수권에서 선전하며 국가대표로도 발탁됐다.
 
평창에 김연아의 후예들이 선전하기 위해선 3월 세계선수권 대회의 활약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4년 전 김연아는 후배들에게 올림픽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해, 홀로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애매한 판정 등을 모두 실력으로 이겨내고 당당히 1위에 올라 무려 3장의 티켓을 따냈다. 이제는 후배들이 그녀의 뒤를 잇기 위해 세계 피겨와의 경쟁에서 당당히 이겨내야만 한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 11월 차기시즌인 올림픽 시즌 일정을 발표한 가운데, 평창에 출전할 선수를 세 차례의 선발전을 통해 선발한다고 밝혔다. 평창의 은반위에 서기 위해선 세 번의 치열한 선발전도 모두 뚫어내야만 한다. 평창에 설 주인공은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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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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