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시즌에 걸쳐 삼성의 2루는 팀의 강점 중 하나였다. 해당 기간동안 특급 외인 타자인 나바로가 삼성의 2루수를 꿰차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마이코 나바로는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장타력으로 타격 쪽에서는 최고의 생산력을 과시했다. 거포가 흔치않은 2루수임에도 불구하고 리그 홈런 순위 상위권에 위치하며 파괴력있는 타격을 선보였다.

 나바로가 가장 빛났던 순간. 2014년 한국시리즈 6차전서 3점 홈런을 터뜨리고 포효하던 모습

나바로가 가장 빛났던 순간. 2014년 한국시리즈 6차전서 3점 홈런을 터뜨리고 포효하던 모습 ⓒ 삼성 라이온즈


또한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며 삼성의 '우승 청부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수비에서도 나바로는 빛났다. 나바로는 한국에 오기 전 메이저리그에서 내야 전 포지션을 봤던 선수였다. 2루수 뿐 아니라 김상수의 공백 시에는 유격수로서도 유연한 수비를 보여주었다. 간혹 성의없는 플레이를 지적받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나바로는 삼성의 복덩이었다.

문제는 나바로가 잘해도 너무 잘했다는 점이다. 특급 외인 타자를 찾는 일본리그의 레이더에 나바로가 포착된 것이다. 재계약 비용과 나바로의 성실성에 관한 설왕설래 끝에 2016시즌을 앞두고 나바로는 지바 롯데와 계약을 맺었고 리그에서 가장 강했던 삼성 2루수는 그렇게 공석이 되었다.

공석이 된 삼성의 2루 자리는 나바로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백상원이 차지했다. 백상원은 2010년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2차 4라운드 28순위)했던 내야수다. 입단 첫해부터 퓨쳐스리그 타격왕에 오르며 내야의 유망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에 바로 상무에 입대했고 상무에서도 좋은 기록을 남기며 기대를 모았다. 제대 후 팀에 합류했지만 삼성의 두터운 선수진 탓에 많은 기회를 얻진 못했다. 특히 나바로가 합류한 2014년부터는 완벽하게 그 그늘에 가려지고 말았다.

 2016 시즌이 오기전까지 백상원에게 주어진 기회는 적었다.

2016 시즌이 오기전까지 백상원에게 주어진 기회는 적었다. ⓒ 삼성 라이온즈


그러나 자리가 없는 상황에도 백상원은 흔들림 없이 미래를 준비했다. 이런 점을 삼성 벤치는 높게 평가했고 2016시즌 나바로의 후임 2루수로 백상원을 선택했다.

하지만 나바로의 공백이 워낙 컸던 탓일까? 첫 풀타임 시즌임을 감안하면 백상원의 2016시즌 성적이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전임자에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순 없었다. 거기에는 최근 KBO리그의 2루수 흐름도 한 몫을 했다.

과거에는 타격이 뛰어난 2루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타격이 좋은 2루수들이 다수 팀에 등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나바로가 아니더라도 타팀 2루수의 시즌 성적과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백상원의 2016시즌 2루수 부문 타격 순위(규정타석 이상)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백상원의 2016시즌 2루수 부문 타격 순위(규정타석 이상)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타격 성적을 살펴보면 백상원은 대부분의 지표에서 10개구단 주전 2루수중 8위를 기록했다.백상원에게 타격 성적은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정교한 타격에서 강점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많은 툴을 가지지 못한 백상원의 특성상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kt 박경수나 KIA 서동욱처럼 한방을 날릴 수 있는 장타력이 아니고 NC 박민우처럼 주력이 뛰어나지도 않다. 거기에 백상원은 2루수 수비에서도 썩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에 퓨쳐스에서처럼 3할을 훌쩍 넘는 고타율과 4할 전후반의 출루율을 기록하지 못하는 이상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없다.

2016시즌 9위로 추락하기 전까지 삼성은 리그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었다. 그런 이유로 드래프트에서 항상 하위 순번을 지명을 했기때문에 타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유망주를 모으기 힘들었다. 쓸만한 투수 유망주도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 삼성 팜에서 구자욱처럼 믿고 육성할 내야 유망주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거기에 2루수를 볼 수 있는 최재원이 있었지만 지난 겨울 FA 우규민의 보상선수로 1년만에 팀을 이탈했다. 외인 타자도 일본리그에서 주로 1루수를 맡았던 마우로 고메즈 영입으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2016시즌 KBO리그 2루수들의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2016시즌 KBO리그 2루수들의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백상원의 처지도 절박하다. 2010년 팀에 입단해 입단 7년차 만에 잡은 주전 기회였다. 그는 입단 이후 퓨쳐스에서는 충분한 담금질을 거친 선수였다. 제대 후에는 1군과 2군을 오가며 확고한 자리를 굳히지 못했다. 퓨쳐스와 백업을 전전하다 입단 7년 만에 잡은 기회를 이렇게 허비하기에는 너무 아깝다.

하지만 지레 포기할 상황도 아니다. 2016시즌이 백상원에겐 첫 풀타임 시즌이었다는 점이다. 퓨쳐스에서 두각을 드러낸 선수도 풀타임을 뛰다보면 부침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  1군 무대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백상원의 기록은 그리 나쁘지 않다.

실제로 리그 상위권 2루수인 박경수,서건창,정근우,서동욱 등은 1군 무대에서 이미 잔뼈가 굵은 선수들이다. 백상원의 경력으로는 견주기가 쉽지 않은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거기에 올 시즌 보여준 볼넷/삼진 비율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올해 1군에서 백상원은 51볼넷/69삼진의 비율을 기록했다. 1군 첫 시즌을 감안하면 준수한 기록이다.

 백상원의 입단 후 6년간 퓨쳐스리그 기록 (출처: KBO 퓨처스 기록실)

백상원의 입단 후 6년간 퓨쳐스리그 기록 (출처: KBO 퓨처스 기록실)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퓨쳐스리그에서도 꾸준하게 좋은 볼넷/삼진 비율을 보여준 바 있다. 비록 장타력은 모자라지만 선구안이나 컨택에 있어서는 분명히 장점이 있는 선수다. 보통 첫 1군 풀타임 이후 볼넷/삼진 비율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표가 점점 좋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점을 감안할 때 2017시즌 백상원이 공수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전임 2루수가 워낙 뛰어난 선수였고 동 포지션에 좋은 선수들이 갑자스레 늘어나고 있다. 꿈에 그리던 주전 자리를 얻었지만 곧바로 악재에 부딪힌 백상원이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기엔 그가 보낸 인고의 시간이 만만치 않다. 2017년 확고한 주전 2루수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백상원이 퓨처스리그 시절의 기록을 1군 무대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 지 주목해 보자.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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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필진/ 감수 및 편집: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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