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 포스터.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 포스터. 상영관 잡는 게 만만치 않다. 과연 대중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을까.ⓒ 인디플러그


한 달에 백여 편이 넘게 개봉하는 극장가는 매일 소리 없는 전쟁 중이다. 상영관을 하나라도 더 지켜야 하는 영화사 측과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내야 하는 극장주 사이에서 말이다. 새해에도 마찬가지다. 1월 초 벌써 서른 편에 달하는 영화들이 개봉했다. 이중 IPTV 직행용 영화를 제외하면 10편 정도가 2300여 개의 스크린을 나눠 갖는 현실이다.

할리우드 직배 및 탄탄한 국내 배급사를 낀 주요 상업영화 사이에서 관객들의 인정을 받은 이른바 사회적 다큐멘터리는 말 그대로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연말 <오마이스타>는 기사 '<마스터> 흥행 위해 <판도라> 축소? 이해 못 할 극장의 전략들'(http://omn.kr/m0bk)을 통해 국내 극장가의 현실을 짚어봤다. 상업영화들도 저마다 극장이 없다며 공정 경쟁을 외친다. 하물며 다큐멘터리는 오죽할까. 여러 영화제에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음에도 개봉 즈음엔 상업영화들보다 더한 차별을 겪는 게 국내 사회적 다큐멘터리의 현실이다. 이번엔 입소문이 절실한 이런 작품들을 되짚어 본다.

개봉 앞둔 <7년-그들이 없는 언론> 

해직 언론인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시사회에서 김진혁 감독(왼쪽부터)과 해직 언론인 최승호 전 MBC PD(뉴스타파 앵커), 노종면(일파만파), 조승호(일파만파), 현덕수(뉴스타파 기자) 전 YTN 기자가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해직 언론인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겠습니다"다큐멘터리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의 주역들. 지난 3일 열린 언론시사회에 김진혁 감독(왼쪽부터)과 해직 언론인 최승호 전 MBC PD(뉴스타파 앵커), 노종면(일파만파), 조승호(일파만파), 현덕수(뉴스타파 기자) 전 YTN 기자가 참석했다.ⓒ 유성호


그간 여러 다큐멘터리가 명멸했고, 이젠 <7년-그들이 없는 언론>(아래 <그들이 없는 언론>) 차례다. YTN, MBC 등 보수정권 하에 해직과 징계를 당한 기자들을 다룬 영화로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그리고 사람사는영화제 등에 초청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배급사 기준 90여 개 극장을 확보한 상태다. 그마저도 이른 오전이거나 이른 오후 등 시간대가 그리 좋지 않다.

예매 애플리케이션으로 서울 지역 극장만 확인한 결과 10일 오전 10시 기준 3대 극장 체인 중심으로 18개 극장에서 예매창이 열렸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중 소위 방과 후, 퇴근 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곳은 메가박스 신촌, CGV 명동역 라이브러리, CGV 신촌 아트레온,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정도다. 이마저도 두 곳을 제외하면 오후 6시 무렵이거나, 오후 9시 이후로 다른 영화에 비해 수월한 관람 조건은 아니다.

<그들이 없는 언론> 배급을 맡은 인디플러그 관계자는 10일 오후 "현재 80개 후반까지 확인을 했고, 이후 몇 곳이 더 추가될 예정인데 최대한 상영관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가 한 말을 전한다. '전국 극장의 90프로 이상이 대기업 멀티플렉스인 상황에서의 다큐 배급 전략'을 묻는 <오마이스타>의 질문에 고 대표는 "CJ 부회장도 말 한 마디로 쫓아낼 수 있는데 영화 하나 못 틀게 하는 건 (그들에게) 쉬운 일일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참고로 고영재 대표는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한 걸로 보이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본의 아니게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들어가 있어서 세 번 정도 기자회견을 했다. 이 말을 먼저 하는 이유는 민감한 영화는 사실 (위에서) 전화가 오긴 한다. 사석이든 술자리에서든 넌지시 얘길 한다.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다큐) <자백>도 그 영향을 받았다고 확신한다. 그런 압력을 뛰어넘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돈을 많이 쓰면 된다. 홍보마케팅비를 10억 이상 쓰면 된다. 또 하나는 영화 예매율이 높으면 해볼 만하다.

근데 다 거짓말이다. 홍보비를 많이 썼으니 극장 달라고 하면 더 많이 쓴 영화가 있다고 답이 오고, 예매율 높은 영화들이 더 많다고 한다. 멀티플렉스는 시장 논리로 접근해도 명분으로 접근해도 한계가 있다. 그나마 지금 나은 건 최순실게이트가 터져 극장의 압력을 덜 받는 것 같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내재화된 우려들이 있다. 여러 말 필요 없이 영화 자체가 아니면 아니라고 얘길 하시라. 우린 열심히 뛰겠다. 멀티플렉스가 열어주면 열어주는 대로, 안 열면 그런대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예전 사례들은 어땠나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포스터.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포스터. 이 영화도 첫 개봉 당시 상영관은 31개가 전부였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 배급위원회


고 대표의 말은 당차 보였지만 그만큼 독립 배급사가 처한 어려움을 그대로 나타내는 호소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내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배급사 '시네마달'은 관계 부처의 외면과 지속적인 감사로 당장 운영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독립영화를 위한 각종 지원 사업에서 탈락해 개봉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시점에서 그간 개봉된 일부 사회 비판 다큐멘터리 사례를 보자. <그들이 없는 언론>이 얻은 90개 초반의 스크린 수는 결국 연말과 정초를 노린 장르 영화 판에서 살아남기 힘든 조건이긴 하다. 이 같은 주요 영화의 독식은 중소수입사의 외화도 마찬가지다. 통상 100개에서 200개 사이의 규모로 개봉하던 여러 외화가 최근엔 100개도 못 미친 스크린으로 개봉하는 현실이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조차 63개의 스크린으로 시작했으니 말 다한 셈이다.

지난해 개봉한 사회 반영 다큐멘터리들은 모두 관객의 입소문이 크게 작용한 덕에 흥행할 수 있었다. 최승호 감독의 <자백>은 10월 13일 개봉 당시 최초 125개 스크린 수로 시작해 일주일 후 134개로 스크린이 다소 늘었다. 그 이후 영화 <럭키>와 <닥터 스트레인지> 등의 영향으로 60개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꾸준히 관객들이 영화를 찾아 14만 명을 넘길 수 있었다. 통상 1만 명 이상이 들면 꽤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다큐멘터리 장르로선 고무적인 기록이었다.

 <자백>의 한 장면.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최승호 감독이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영화 <자백>의 한 장면. 100개가 넘는 상영관 덕분에 다큐멘터리 영화임에도 준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뉴스타파


10월 26일 개봉한 <무현: 두 도시 이야기>를 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담은 첫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긴 했지만 단 31개 스크린에서 관객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당시 전인환 감독 등은 아무리 애를 써도 멀티플렉스에서 외면하는 현실에 대해 여러 차례 언론에 토로하기도 했다. 이 작품 역시 예매율과 좌석점유율 상위권을 유지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극장이 확대돼 3주차 끝 무렵엔 128개까지 늘었다. 개봉 때보다 약 4배가량 확대된 셈이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최종 관객 수는 19만 3000여 명으로 역시 기록적인 흥행이었다.

이상 언급한 사례는 매우 특별한 경우다. 아무리 국내와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았어도 열악한 상영 조건 때문에 관객들의 만남 자체가 제한받은 다수의 다큐멘터리가 존재한다. 어디까지 자본주의 논리를 수호해야 할까. 혹시나 멀티플렉스 극장의 수익을 위해 관객들의 소중한 '볼 권리'마저 제한받는 건 아닐지. 동시에 노출 자체가 제한되면서 관객들의 '선택권'이 축소되는 건 아닌지 되짚어 생각해 볼 일이다.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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