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 양은 일단 춤은 현석이형 급은 넘었다. 제 근처로 오고 있다" (박진영)

"예전에 제가 춤 췄을 때 박진영씨는 저한테 명함도 못 내밀었다. 지금이니까 제 옆에 앉게 해주는 거다." (양현석)

형 먼저 아우 먼저 하며 사이좋게 펀치를 주고받는 박진영-양현석. 이들의 개성 있는 심사평은 SBS <K팝스타>의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이다. 양현석은 지난해 11월 이번 여섯 번째 시즌 제작발표회에서 "내가 서태지와 아이들을 4년 했는데, <K팝스타>는 5년 했다"고 말할 정도로 오랜 시간 <K팝스타>에 몸담았다. 양현석이 6년차라면 박진영도 6년차 심사위원이다. 시즌1부터 두 사람은 쭉 함께해왔기 때문이다.

음악본질에 대한 추구 같지만, 표현 방식 달라

 < K팝스타6 > 양현석과 박진영.

< K팝스타6 > 양현석과 박진영. ⓒ SBS


'센터'에 앉은 YG 양현석 대표 왼쪽으로 JYP 대표 박진영이, 오른쪽으로 안테나 대표 프로듀서 유희열이 자리한다. 세 사람의 아웅다웅 케미스트리가 두루 돋보이지만 특히 스타일면에서 대조를 이루는 양현석-박진영의 심사평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공기반 소리반'이란 명언(?)을 낳은 박진영이 음악학(學)에 기반한 교수님 스타일이라면, 독특한 비유로 설명하길 좋아하는 양현석은 방랑시인 김삿갓(?) 스타일이다.

일단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박진영을 교수님이라 표현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이론만 중시하는 사람은 아니다. 진심을 담지 않고 기계처럼 부르는 참가자에겐 아무리 가창력이 뛰어나도 혹평을 쏟는가 하면, 고음이 안 되더라도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참가자, 혹은 묘한 매력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에겐 아낌없는 칭찬을 한다. 양현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두 심사위원 모두 '마음을 움직여야 좋은 노래'라는 기본적인 명제 아래, 심사한 바를 설명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를 보일 뿐이다. 한 사람은 마이크로(미시적), 한 사람은 매크로(거시적) 스타일이다.

마이크로 심사 박진영, 극세사 설명

<케이팝스타6> 제작발표회 SBS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스타6> 제작발표회가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열렸다. 박성훈 피디와 심사위원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이 참석해 마지막 시즌에 관한 설명을 비롯,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스타6>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박진영 심사위원. ⓒ SBS


"제 곡은 블루스 음계인데 그걸 성은양이 마이너로 바꿨어요. 팝알앤비 계열의 음계 그 자체를 바꿨어요. 음악적으로 대리코드가 있고 경과코드가 있는데, 대리코드는 멜로디를 두고 그걸 다른 코드로 바꿔서 다른 느낌을 주는 걸 말하고, 경과코드는 내가 이 코드에서 저 코드로 가는데 사이에 어디에 들르는 것, 그걸 말하는 거예요." (박진영)

자신의 원곡 '허니'를 편곡해 부른 15살 소녀 이성은을 심사하면서 박진영은 '코드 이론'을 꺼냈다. 결론은 "15살 소녀가 만든 경과코드가 너무 놀라웠다"는 칭찬이었다. 박진영의 심사를 들으며 왜 이성은의 음악이 좋게 들리는지 그 원리를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대리코드와 경과코드에 대한 음악적 지식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쯤이면 예능 프로그램 안의 숨은 교양 프로그램 아닌가 생각될 정도.

박진영의 설명은 언제나 섬세하고 명료하다. 하나의 덩어리를 조각조각 해부하며 마이크로 단위로 쪼갠다. 그의 심사평을 듣는 건, 전공수업까진 아니더라도 음악 '교양수업'을 듣는 일 같다. 참가자의 노래를 '학습 자료' 삼아 먼저 듣고, 연달아 전문가의 심사를 듣기 때문에 음악 듣는 귀를 높여주는 공부가 된다. 게다가 박진영의 유려한 말발은 또 어떤가. 교수님이 해주는 설명보다 더 귀에 잘 들어온다.

물론 클리셰도 있다. "제가 본 무대 중에 최고였다"며 두 손 두 발 드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데 도대체 그 최고의 기준을 가늠할 수 없다. 시청자는 이제 그의 말을 '알아서' 적당히 가려듣는 것 같다. 그렇게 매번 역대급 무대면 어떻게든 시즌을 이어갈 것을 당부 드린다. 열 번째 시즌쯤 되면 세계최고의 가수가 나오지 않을까. '최고'란 단어 사용을 조금 줄이는 게 어떨까(양현석도 마찬가지). 샤넌을 심사할 때는 "음을 정확하게 집는 것이 최고 수준"이라고 콕 집어 칭찬했는데 이런 식의 구체적 언급은 '최고'라는 표현에 그나마 신뢰를 보탠다.

매크로 심사 양현석, 비유의 왕

<케이팝스타6> 제작발표회 SBS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스타6> 제작발표회가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열렸다. 박성훈 피디와 심사위원 양현석, 박진영, 유희열이 참석해 마지막 시즌에 관한 설명을 비롯,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스타6> 심사위원 양현석이 지난해 11월 10일 오후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 SBS


양현석은 박진영에 비해 전체적인 느낌에 치중한다. 참가자를 하나하나 예리하게 살피고 심사하는 건 박진영과 같지만, 분석가 스타일이라기 보단 직관형 스타일이다. 직감으로 밀고 나간다.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 못할 때도 꽤 있다. 그는 지난 팀미션에서 샤넌이 등장하자 "샤넌 오늘 진짜 예쁘다"며 감탄을 쏟았다. 이에 샤넌이 "지난번 라운드 때 양현석 심사위원님께서 살을 좀 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5kg 정도 감량했다"고 답하자 양현석은 "내가 그런 말을 했냐"며 되물었다. 그의 털털함을 보여주는 예다.

심사스타일도 털털하다. 대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체적인 그림, 큰 그림을 본다는 의미다. 음정이 불안하다든지 고음이 좋아졌다는 등 음악적 측면도 물론 언급하지만, 양현석은 주로 곡의 흐름을 얼마나 잘 소화하느냐를 중요하게 여긴다. 참가자 유지니에겐 "아직 어리다 보니 곡을 끌고 가는 진행방식이 매끄럽지 않다"고 평했다. 또한 비유를 특기처럼 구사하는데, 유지니의 심사를 이어가며 "종이를 100조각으로 잘랐을 때 100개 하나하나가 모두 매력적"이라고 표현했다. 노래의 부분 부분을 섬세하게 잘 살린다는 말을 조각난 종이에 비유한 것이다.

갑자기 국어시간이 생각난다. 비유는 문학작품에서 주로 사용되는 기법이다. 추상을 구상화함으로써 이미지가 형성되고, 그 이미지는 독자의 머리에 박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독자는 단지 활자를 읽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보듯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다. 말도 똑같다. 양현석의 심사평은 풍성한 비유 덕분에 시청자의 머릿속에 이미지로써 콕콕 박힌다. 나의 경우 유지니의 노래를 들을 때 100갈래로 찢어진 종이가 아직도 떠오르곤 한다.

지난 시즌인 <K팝스타5>에서 양현석은 18세 CM송 가수 류진을 "안테나에서 가장 좋은 영향을 받고 온 참가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나는 외과의사, 박진영은 내과의사, 유희열은 정신과의사"라며 "정신과 의사에게 가서 노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닫고 온 것 같다"고 했다. 본인의 거시적 심사 스타일을 스스로 인지하고 센스 있게 비유로써 표현했다.

 < K팝스타6 > 양현석과 박진영.

< K팝스타6 > 양현석과 박진영. ⓒ SBS


그러나 양현석은 박진영에 비해 구체적인 방법 제시에는 약한 듯 보인다. 노래를 가르칠 때 호흡법부터 고음발성까지 하나하나 코칭하는 박진영에 비해 양현석은 두루뭉수리한 코칭을 건넨다. 구체적 방법보다는 방향 제시에 중점을 두는 스타일이다. 만약 내가 참가자라면, 양현석에게 먼저 가서 청사진을 받아들고, 다음 박진영에게 가서 실질적인 훈련을 받고 싶을 것 같다.  

박진영과 양현석. 두 심사위원은 다른 점도 많지만 공통점도 많다. 박진영도 비유를 꽤 많이 사용한다(양현석의 비유가 더 신선해서 돋보일 뿐). 박진영은 유지니를 프리즘에 비유하며 "노래가 유지니를 거칠 때 (프리즘처럼) 빛이 이리 저리 난반사 된다"며 극찬했다. 두 사람의 또 다른 공통점은 쓴소리를 거침없이 한다는 것. 그 냉정함 속에 애정을 담아 참가자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한다는 것 또한 똑 닮은 점이다.

<K팝스타>가 이번 시즌6을 끝으로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니... 참가자의 노래만큼이나 심사위원들의 쫄깃쫄깃한 심사평이 그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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