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재심> 제작발표회가 10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진행됐다.

영화 <재심>의 제작발표회가 10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진행됐다. 왼쪽부터 배우 정우, 강하늘, 김해숙의 모습. ⓒ 호호호비치


살인 사건 목격 후 공권력의 강압으로 억울하게 10년 이상 옥살이를 해야 했던 한 인물에 대한 실제 이야기가 영화 <재심>으로 태어났다. 이 작품을 채우고 있는 정서는 분노와 억울함일까? 10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진행된 <재심> 제작보고회에서 김태윤 감독 이하 정우, 강하늘, 김해숙의 생각은 다소 달랐다. 이들이 함께 영화 제작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알려진 대로 <재심>은 약촌오거리 택시 기사 살인 사건에 관계된 한 청년과 이를 위해 분투한 변호사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이 사건을 영화화해줬으면 좋겠다는 지인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고 운을 뗀 김태윤 감독은 "전작 역시 실화(삼성반도체 노동자를 다룬 <또 하나의 약속>) 바탕이라 안 하려 했다가 그 친구의 사연을 보고 한 번만 더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누명을 썼던) 그 친구를 실제로 만났을 때 선입견이 있었다. 살인범 아니었지만 10년을 교도소에서 보낸 사람이라 혹시나 이 친구가 진짜 범인이면 어쩌나 선입견이 있었던 거 같다. 그 친구가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촬영장 놀러 오기도 했다. 촬영 중엔 여전히 오리무중인 사건이었지만 (이 영화의 또 다른 실제 모델이었던)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이 나올 걸 확신하더라." (김태윤 감독)
저마다 주목하는 부분이 달랐다

 영화 <재심> 제작발표회가 10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진행됐다.

촬영현장에서 정우가 예상 외의 부상을 당했다는 말에 김해숙 역시 "동사무소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장면을 찍다가 갈비에 금이 갔다"고 투혼을 덧붙이고 있다. ⓒ 호호호비치


감독의 말처럼 제작진 입장에선 다소 어렵게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여기에 힘을 실어준 게 배우들이다. 특히 강하늘은 영화화 이전부터 이 사건을 방송으로 접하고 관심을 두고 있었다. 강하늘은 "그 사건에 관심을 품고 있던 터에 시나리오가 들어와 애초부터 긍정적이었다"며 "처음엔 제가 맡은 현우가 억울하고 분노에 차 있을 거 같았지만, 아예 거기에 잠식된 인물이더라. 분노와 억울함보다 깊은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변호사 준영 역의 정우는 <재심>을 인간 이해에 대한 영화로 봤다. "참여하며 여러 생각을 했다"던 정우는 "1차원적으론 법과 제도에 대한 영화지만 결국 그것도 사람이 만든 것이지 않나?" 되물으며 "개인적으론 선입견에 둘러싸인 한 인간을 이해하고 믿어주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변호사 캐릭터를 법조인이 아닌 사람으로 그려서 좋았고, 그게 희망적이라 봤다"며 "선입견 또한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법처럼 작용하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극 중 현우의 엄마로 분한 김해숙은 "진심과 진정성이 느껴져 이 영화에 참여"한 경우였다. "열심히 산다고 해도 모두가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굉장히 힘들었지만 아무리 힘들고 억울해도 세상은 아직 살아볼 만하다는 걸 느꼈다"며 김해숙은 "정의는 세상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생각이다. 이 영화의 작은 불꽃이기도 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에 강하늘은 "법에 대해 작품에서 되묻는데 잘은 모르지만, 법이 왜 생겼을까를 많이 고민했다"며 "사랑하는 누군가를 지키려고 생긴 게 법인 것 같다. 현우 역을 할 때 그가 지키고 싶었고, 사랑했던 게 무엇일까에 집중했다"고 김해숙의 말을 받아 설명했다.

촬영 막바지에 진범 구속

 영화 <재심> 제작발표회가 10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진행됐다.

강하늘은 영화 시나리오가 들어오기 전부터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알고 있었다. 이 사연이 영화화 된다는 소식에 "절반 이상은 이미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 호호호비치


<재심>의 실제 모델은 앞서 언급했듯 박준영 변호사다. 촬영 전부터 여러 차례 박 변호사와 만나온 김태윤 감독은 "전혀 유명하지 않았고 민소매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이라 회고하며 "친근하면서도 어떤 칼을 품고 있는 변호사를 떠올리며 캐스팅했다"고 전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억울함을 딛고) 재심을 향해 나아가는데 우리끼리는 그 이후라도 범인이 잡히길 간절히 바라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촬영이 끝나갈 무렵에 재심이 확정됐고, 진범이 구속됐다." (김태윤 감독)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진행되던 중 사건이 일부 해결 기미를 보인 사례 역시 이들에겐 좋은 일일 터. 김태윤 감독의 말에 행사를 진행하던 박경림이 "<재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영화가 완성됐다"고 의미를 두었다.

영화 <재심>은 택시 기사 살인 사건의 목격자였지만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서 복역한 한 청년과 그를 변호하며 정의를 다시 외치게 되는 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정우, 강하늘, 김해숙, 이동휘가 호흡을 맞췄다. 개봉은 오는 2월 예정이다.

 영화 <재심> 제작발표회가 10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진행됐다.

강하늘의 팬층이 두텁다는 사실에 김해숙과 정우가 장난스럽게 "촬영 현장에서 뭐라고 한 것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있다. 강하늘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 ⓒ 호호호비치


 영화 <재심> 제작발표회가 10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진행됐다.

영화 <재심>의 주역들. 왼쪽부터 정우, 김해숙, 김태윤 감독, 강하늘. ⓒ 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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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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