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촬영된 엄정화의 화보 B컷.

최근 촬영된 엄정화의 화보 B컷.ⓒ CJ E&M


"자연인 김혜수에게 엄정화는 제 청춘의 디바? 엄정화씨는 굉장히 특별하죠. 비디오 시대가 되면서 전 세계가 마돈나에게 열광할 때, 마돈나를 좋아했지만 마돈나를 부러워하지 않았던 건 엄정화라는 아티스트가 있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정말 대단했고 그 당시 엄정화만이 발현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는 것도 압도적이었고.

가수 엄정화는 규정하는 것 자체가 사실 너무 제한을 두는 것 같은 느낌이 있을 정도로 '불멸의 디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표현도 좀 부족하죠. 가수로서 엄정화와 브라운관에서 비춰지는 엄정화의 느낌은 너무나 많이 다르거든요. 엄정화라는 아티스트가 오랜 기간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저력인 것 같아요."

지난달 27일 발매된 엄정화의 10집 'The Cloud Dream of the Nine'('구운몽')의 발매에 맞춰 음반 배급사와 인터뷰한 배우 김혜수는 이 10집 가수의 저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아마도 엄정화의 컴백을 지켜 본 팬들이 회상하는 '아티스트 엄정화'의 매력과 가치도 크게 다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때맞춰 진행된 연말 지상파 방송사들의 '가요대전' 무대에 엄정화가 등장했다. 실시간 검색어는 엄정화의 차지였고, 엄정화의 단독 무대와 후배들과의 '콜라보' 역시 SNS를 뜨겁게 달궜다. 흔치 않은 광경이다.

1993년 데뷔, 2016년 8년 만에 10집을 낸 흔치 않은 아티스트 엄정화. 그를 두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유희열은 "LP를 거쳐 테이프, CD, 그리고 음원 스트리밍 시대까지 거친 '가요계의 시조새' 같은 분"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닭띠' 연예인의 대표 주자이기도 한 엄정화라는 아름다운 새가 다시 한 번 날갯짓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여성' 아티스트 엄정화란

 영화<미쓰 와이프> 개봉 당시의 엄정화.

영화<미쓰 와이프> 개봉 당시의 엄정화.ⓒ 이정민


엄정화의 무대, 엄정화의 목소리를 연호하는 여성 팬들을 거느린 여성 아티스트는 이제 정말 흔치 않다. 유희열은 '한국의 마돈나'로 김완선과 엄정화, 이효리를 꼽았지만 그 중에서도 엄정화는 단연 독보적이다. 진짜 마돈나도 실패에 가까운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를 보유하고 있지만, 엄정화는 다르다. 다소 빤한 표현을 빌리자면, 시조새보다 팔색조에 가깝다. 

1990년대부터 병행한 연기 생활은 <결혼은 미친 짓이다> <싱글즈> <오로라 공주> <해운대> <댄싱퀸>과 같은 문제작과 흥행작들을 남겼고, 간간이 브라운관에서도 시대를 반영하는 여성상을 연기해 왔다. 대중과 호흡하면서도 또래의 여성 연기자 혹은 가수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인 '아티스트 엄정화'에게 과거와 달리 근래 들어 유독 여성 팬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이 척박한 한국 연예계에서 25년 넘게 살아남아 당당하게 단독무대를 가질 수 있는 여성 아티스트는 현재로선 단연 엄정화가 유일무이하다. 그런 엄정화에게 경배를 바치는 여성 팬들이야말로 동료 김혜수의 찬사와 같은 심정의 소유자들일 것이다. 다시 돌아와 대중 앞에선 이 '불멸의 디바'가 그간 거쳐야 했을 역경과 고뇌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엄정화는 몇 년 간 건강상의 이유로 노래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겨낸 바 있다. 

"인간 엄정화. 몇 년 전에 엄정화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큰 수술도 받으시고 했어요. 근데 굴복하지 않고 해내서 증명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는데 전 그때 사실 눈물 났었거든요. 정말 순도 높은 아티스트로서의 열정이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그 부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좋아해요.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 비주얼이 발전된 가수, 트레이닝이 된 가수, 정말 더 많이 나온 거 같아요. 근데, 엄정화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 그런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아티스트들은 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김혜수)

'아티스트' 엄정화가 병을 이겨낸 이유

 지난 7일 방송된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엄정화.

지난 7일 방송된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엄정화.ⓒ KBS


지난 7일 방송된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엄정화의 무대는 그래서 더더욱 빛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날 방송이 347회였고, 2회에 출연했던 엄정화는 무려 8년 만에 다시 이 음악 방송을 찾았다고 한다. 그런 엄정화는 신곡 'Dreamer'와 'Watch me move'를 선보이는 것도 모자라 데뷔곡인 '눈동자'와 과거 히트곡들의 안무까지 보여주는 팬서비스를 발휘했다. 그러면서 투병 당시의 고통도 털어 놨다. 

"갑상선 암이었죠. 수술을 하게 됐는데, 수술을 하면서 신경을 다쳤어요. 사실은 이 앨범을 준비하면서 오픈을 하지 않았어요. 다친 걸 알게 되면 일도 차질이 있고. 많이 견뎠어요. 성대 한 쪽이 마비가 돼서, 수술하고 한 8개월은 말을 못 했어요.

당황이 됐죠. 사실 제가 말을 못하고 노래를 못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래서 그 시간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다음에 성대를 맞춰주는 주사를 맞으면서 연명하다가 이제는 주사도 맞지 않고 연습하면서 이겨냈어요."

"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연신 놀라던 엄정화는 당시를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D.I.S.C.O'로부터도 무려 8년, "신인같은 기분이에요"라며 멋쩍게 웃던 엄정화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비록 화제성에 비해 신곡의 반향이나 음원 순위는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 10집 가수는 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대 결절이야말로 가수들의 천적이라지만, 갑상선 암 치료과 함께 닥쳐온 청천벽력을 이겨낸 저력은 엄정화를 다시 무대에 세울 것이다.

그에 앞서, 엄정화는 엄정화가 해야 제 맛일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들고 브라운관에 복귀한다. MBC 새 주말드라마로 편성이 확정된 <당신은 너무합니다>에서 엄정화는 20년 이상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 가수 '지나'역을 연기한다. 성공을 위해 과거에 버려서는 안 될 것을 버린 내면의 아픔을 간직한 인물이다. 관록과 스타성 모두를 아우르는 이미지를 지닌 엄정화라면, 등장만으로 시청자들의 동의를 얻을 만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도 그는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절절히 털어 놓은 바 있다. 데뷔 25년차을 넘긴 이 '저력의 아티스트'가 기울였을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 지는 멘트가 아닐 수 없다.

무대에 이어 브라운관에서 펼쳐질 엄정화의 관록에 다시금 관심을 기울여 보자. 그렇게, 엄정화의 필모그래피 하나 하나는 '여성 아티스트'로서 대한민국 연예계의 소중한 족적이 되어 가는 중이니까.

"제가 목소리에 아무 문제가 없고 그럴 땐 소중한 걸 몰랐어요. 내가 갖고 있는 게 이렇게 컸구나, 이렇게 소중했구나. 소리를 지르고 말을 할 수 잇는 게 너무 감사한 거였는데, 잃고 나니까 소중하고 다시 찾고 싶고. 찾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다들 그렇게 말 했었고요. 노래는 이제 정말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암과 성대결절 치료) 이걸 해내지 않으면 제 인생 자체가, 이후 살아갈 인생이 너무 슬프고 아쉬움밖에 없을 것 같더라고요. 또 이걸 해내면 멋있잖아요, 영화 같고. 하하하. 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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