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2015시즌 성적은 8위에 그쳤지만 외국인 농사만은 10개 구단 중 정상급이었다. 린드블럼,레일리 원투펀치가 선발진을 이끌었고 타선에서는 짐 아두치가 맹활약했다.

초보 감독의 시행착오만 아니었다면 가을야구도 충분히 가능한 전력이었다. 때문에 롯데의 2016시즌 외인 구성에는 큰 고민이 없었다. 빠른 시간 내에 세 명의 선수와 재계약을 맺으며 외인 구성을 완료했다.

 롯데와 3년째 재계약을 맺으며 에이스 역할을 맡게 된 브룩스 레일리

롯데와 3년째 재계약을 맺으며 에이스 역할을 맡게 된 브룩스 레일리 ⓒ 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2016시즌 후에는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아두치는 시즌 중 치료 목적으로 사용한 약물이 금지 약물로 적발되어 팀에서 방출되고 말았다. 외인 원투펀치 역시 지난 시즌에 비해 활약이 좋지 못했다. 시즌을 완주하긴 했지만 두 선수 모두 '1년 더'를 외치기에는 미심쩍은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2016년 12월, 롯데는 최근 2시즌 간 에이스였던 린드블럼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선수 본인이 개인 사정으로 미국 복귀를 선택한 것이다. 이닝이터 린드블럼과 이별한 롯데는 새 얼굴 파커 마켈을 영입을 발표하며 빈 자리를 채웠다.

이후 롯데는 외인 1선발을 찾기에 돌입했다. 린드블럼을 대체하기 위해 영입한 마켈은 계약 규모(총액 52만 5천달러)나 주로 불펜으로 뛴 경력으로 볼 때 에이스 급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리그에서 성에 차는 외국인투수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만약을 대비해 레일리와의 재계약도 경우의 수에 넣었던 롯데지만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두 시즌동안 잘해주긴 했지만 팀의 1선발을 맡기기에는 미덥지 않은 구석이 있는 레일리 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는 장고 끝에 결단을 내렸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의 영입과 함께 브룩스 레일리의 재계약을 결정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롯데에서 3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된 레일리는 2017시즌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까?

 2016시즌 투수 WAR 순위. 레일리는 7위를 기록했다. (출처: 한국야구기록실 KBReport.com)

2016시즌 투수 WAR 순위. 레일리는 7위를 기록했다. (출처: 한국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지난 시즌 내내 득점 지원의 부족으로 고전한 레일리는 2년 연속 10승 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2016시즌 그가 남긴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타 팀의 에이스들에게 크게 뒤지지 않았다.

레일리는 184.2이닝(전체 6위)을 소화했으며 4.34(전체 9위)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이는 모두 팀 내 1위의 성적이다.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이 전체 투수 중 7위인 것만 보아도 레일리가 준수한 시즌을 보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이 레일리와의 재계약을 망설이게 만들었을까?

 레일리의 2016시즌 월별 기록. 시즌이 거듭될 수록 하락세를 보였다.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레일리의 2016시즌 월별 기록. 시즌이 거듭될 수록 하락세를 보였다.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이유는 레일리가 시즌이 거듭될 수록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레일리의 월별 기록을 살펴보면 그의 부침이 확연히 드러난다. 레일리는 4월에 완봉승을 거둘 정도로 빼어난 모습을 보였다. 5~6월에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기복이 심한 린드블럼을 대신해 롯데 선발진을 지탱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7월부터 급격히 하향세를 보였다. ERA, WHIP(이닝당 출루허용), 피안타율등 모든 부문에서 성적이 하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문제는 시즌 막판까지도 시즌 초반 좋았던  모습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재계약 역시 적신호가 켜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레일리의 2016시즌 좌우타자별 상대 성적. 우타자에게 극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레일리의 2016시즌 좌우타자별 상대 성적. 우타자에게 극히 약한 모습을 보였다.(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레일리는 키킹 동작부터 국내 투수들과 차이를 보이는 왼손 투수다. 좌타자들에게는 공략이 쉽지 않은 투구폼이다. 삼성 이승엽 역시 2015시즌 공략하기 가장 어려운 투수로 브룩스 레일리를 꼽았을 정도다.

2015년에는 우타자(피OPS: 0.769)를 상대로도 썩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으나 2016시즌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 레일리는 우타자와 좌타자를 상대할 때 큰 차이를 보였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압도적인 강점을 보인 레일리였지만 우타자를 상대로는 '우타 공포증'을 보일만큼 쉽게 공략당했다. (2016 우타자 상대 피OPS(출루율+장타율): 0.889)

우타자 상대 피홈런 역시 레일리의 약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단 1개의 홈런을 허용했지만 우타자를 상대로는 무려 20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다. 이 약점은 바로 간파당했고 레일리를 상대하는 팀들은 대개 우타자 일색의 라인업으로 맞섰다. 그 결과 월이 거듭될 수록 성적이 추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레일리는 '우타 공포증'을 극복하고 롯데의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까?

레일리는 '우타 공포증'을 극복하고 롯데의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까? ⓒ 롯데 자이언츠


이미 약점을 노출한 레일리에게 2017시즌은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드러난 우타자 약점을 극복할만한 대책을 세워야만 롯데가 원하는 에이스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우타자를 상대로 한 체인지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등 확실한 무기의 장착이 절실하다.

레일리는 2015년 kt를 상대로 3경기 19.9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유달리 약한 모습을 보였다. 2년차 재계약을 한 뒤에도 kt를 상대로는 등판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있었다. 하지만 레일리는 약점을 극복했다. 2016년 kt를 상대로 3경기동안 0.9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레일리가 2016시즌 상대한 9개 구단중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인 팀이 바로 kt였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꿨던 레일리가 다시 한번 반전스토리를 쓰며 롯데의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까? 1선발 레일리의 우타자 상대 약점 극복에 2017년 롯데의 하위권 탈출이 달려 있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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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정민 필진/ 감수 및 정리: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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