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수자의 고통을 부각하는 것, 그것은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위켄즈>는 그래서 다른 방법을 택한다.

성 소수자의 고통을 부각하는 것, 그것은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위켄즈>는 그래서 다른 방법을 택한다. ⓒ 무브먼트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그렇겠지만, 소수자의 삶을 영화로 풀어내는 것은 특히나 신경 쓸 거리와 어려움이 많은 일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이들이 소수자로서 점한 사회적 위치와 그로 인한 고통을 부각하는 것이다. 나쁜 방법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의도치 않게 소수자를 피해자 혹은 약자의 위치에 고정하고, 그들의 반대편에 비슷한 문제를 겪지 않는 사람들의 '온전한 공동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낳기도 한다.

또한, 종종 소수자 캐릭터들은 분노와 개탄과 같은 감정을 끌어내는 역할을 맡는데, 이들이 이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기능으로 소모되는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그 결과 이 인물에게 충분히 인간적인 깊이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인물들의 삶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는 이들이 단지 동정을, '저기에 저렇게 불쌍한 사람들이 있다'는 식의 감정 만을 끌어내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이들이 소수자로서 겪는 사회적 난항이나 이로 인한 고통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을 차치하고 캐릭터를 구성한다면, 이들의 소수자 성은 단순히 개인적인 '개성' 수준으로만 다뤄지고 그것이 낭만화될 위험이 있다. 사실 이 같은 난항은 소수자들이 사회에 자신을 드러낼 때 겪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가령 성 소수자인 내 지인은, 성 소수자를 둘러싼 문제에 아무런 경각심이 없는 친구보다 있는 친구에게 커밍아웃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가 동성애자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그 친구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려워 하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는 것이다. 한 번은 만날 때마다 자신에게 염려와 우려를 보내는 친구에게 "있지, 이렇게 사는 게 힘들긴 한데 그렇다고 내가 365일 내내 전쟁 중인건 아니야"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위켄즈>가 보여주는 성 소수자의 삶

 국내 최초의 게이 코러스 'G_Voice(지보이스)'가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국내 최초의 게이 코러스 'G_Voice(지보이스)'가 창단 10주년을 맞았다. ⓒ 무브먼트


영화 <위켄즈>는 이러한 소수자들의 삶을 다룬 또 한 편의 영화다. 이 영화는 게이 인권단체 '친구 사이'의 소속이자, 한국 최초의 게이 코러스인 'G_Voice(지보이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작년 초 베를린 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관객상을 받았던 영화는 그해 말에 관객들을 찾았다. 이 영화는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하는 지보이스의 모습을 중심으로, 이들이 만든 노래의 기반이 된 단원 개개인의 삶과 일상을 펼쳐놓는다.

최초의 게이 합창단이 만든 노래들이니만큼, 성 소수자들만의 절절한 사연과 한(?)으로 가득한 노래들로 영화가 구성되어 있을 것만 같지만 그렇진 않다. 물론 그런 곡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에는 굳이 성 소수자가 아니더라도 겪거나 느낄 수 있는 사연과 감정이 담긴 노래들이 다수 등장한다. 가령 연애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담은 노래가 있는가 하면, 그것의 실패가 주는 아픔을 담은 곡도 있다. 또 백화점에서 빵을 팔던 경험에서 나온 노래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힘든 노동에 시달리는 누구라면 느낄 고단함과 여기에 대한 위로가 담겨있다.

영화가 이 노래들을 배경으로 단원들의 사연을 인터뷰 할 때, 성 소수자들 역시도 특수한 공간에만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 없는 일상적인 고민을 지니고 삼이 드러난다. 말하자면 이들 역시도 우리와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하고 구체적인 개인임이 주목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이들이 성 소수자로서 겪는 문제 역시도 더욱 현실적인 무게를 지닌 채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가령 가족으로부터 성 소수자로서 사는 것은 괜찮지만, 너무 드러내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받은 단원의 에피소드가 그렇다. 이는 그가 소수자이기에 겪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아주 낯설지만은 않은 가족 갈등 중 하나라는 점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위켄즈>가 드러내는 연대의 의미

 <위켄즈>가 보여준 연대의 의미

성 소수자들은 우리와 먼, 이질적인 존재들이 아니다. ⓒ 무브먼트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합창단의 활동을 유려하게 묶어낸 충실한 기록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수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로서 모범을 보인 작품이라고도 생각한다. 이 영화가 등장 인물들에게 공감의 여지를 마련해 놓음과 동시에 이들이 소수자이기에 겪는 사연들도 놓치지 않고 갈무리해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영화의 장점은 이들이 세월호 문화제나 쌍용차 고공 농성장에 등장하며 연대의 폭을 넓혀갈 때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것처럼, 코러스 단원들은 그들이 게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제각각 다른 성격을 지니고 상이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그렇게 서로 다른 이들이 성적 지향이라는 공통된 기반으로 뭉쳐 각자의 목소리를 겹쳐 놓는다. 그리고 이렇게 중첩된 목소리들은 또 다른 공통분모를 향해 포개어진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슬픔과 분노를 느낀 사람으로서, 노동자들이 비인간적으로 다뤄지는 사회에서 또 하나의 당사자로서 이들은 투쟁의 현장에서 노래를 부른다.

나는 영화가 그리는 이 같은 모습이 연대란 무엇인 가를 제대로 짚어냈다고 생각한다. 한 사회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던 이들이 공동체적 문제에 맞서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 연대란 그런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연대는 구성원들이 동질성을 가지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차이를 경유해 연결되었기에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노동자들이 그런 것처럼, 성 소수자들 역시도 그 공동체의 일부이며 그렇기에 연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드러낸다. 동시에 같은 이유로, 이들을 향한 혐오나 차별 역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연대가 가능하며 필요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나는 아직도 성 소수자들을 우리와는 먼 이질적인 존재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여주길 추천한다. 우리가 너무나도 동질적이고 이미 하나인 존재들이라면 구태여 팔을 뻗어 서로의 손을 잡는 일이 왜 필요하겠는가. 연대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서로 다른 각자가, '너'의 문제가 사실은 '우리'의 문제임을 재확인하고 수렴해가는 과정이 아니었는가. 그리고 성 소수자도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그것이 가능한 존재 중 하나다. <위켄즈>는 소수자에 대해 우리가 잊고 있던 이 감각을 훌륭하게 되살려준다.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은 훌륭한 교재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감상하길 권한다.

위켄즈 G_VOICE 연대 성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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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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