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야구에서 프로야구로 넘어올 때 다들 유망주라는 이름을 달고 입단하지만 그들이 유망주라는 알을 깨고 빛을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십 년 이상이 걸리기도 하며 누군가는 아예 유망주 단계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2016시즌, 두산 베어스에는 드디어 유망주의 알을 깨고 나와 풀타임으로 활약한 선수들이 있다. 오랜 기간 2군과 1군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지만 2016년에 와서야 빛을 본 선수들이 있다. 모두 풀타임 1년 차 선수들이고 김태형 감독도 그들의 성장에 깜짝 놀랐던 바 있다. 하지만 1년 반짝 활약하는 거로는 유망주의 꼬리표를 완벽히 떼었다고 할 수 없다.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어버리려면 2년 차 징크스를 극복해내야 한다.

[하나] 90라인 야수 막내 박건우

두산 베어스 박건우 박건우는 2년차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을까?

▲ 두산 베어스 박건우 박건우는 2년차 징크스를 극복할 수 있을까? ⓒ 두산 베어스


박건우는 같은 팀 내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출신들 중 가장 늦게 빛을 보았다. '에드먼턴 키즈' 중 가장 빨리 빛을 본 정수빈은 2009년부터 대주자 대수비로 시작해 2015년에는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기도 했고, 허경민 역시 2014년부터 슬슬 주전 자리를 넘보더니 2015년부터 풀타임 3루수로 활약 후 프리미어12 국가대표로도 활약했지만 박건우는 2016년에 와서야 유망주 꼬리표를 떼었다.

박건우는 정수빈과 같은 중견수로 프로에 데뷔했지만 낮은 수비력으로 팬들에게 많은 질타를 받았었고 타격도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데뷔 당시에는 '얼빠 양산 선수'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던 선수였지만 2015시즌부터 대타와 대수비로 쏠쏠한 활약을 하더니 2016시즌에는 484타수 162안타 20홈런 83타점 0.335의 시즌 타율과 0.940의 OPS(출루율+장타율)를 기록하며 완벽하게 홈런 치는 테이블세터로 거듭났고 부진했던 정수빈을 밀어내고 중견수 자리까지 차지했다.

두산 베어스가 3연패를 하기 위해서는 박건우의 기복 없는 활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타격은 말할 것도 없고 중견수로서 수비 연습이 더 필요하다. 박건우가 분명히 놀라운 수비를 여러 차례 보여주었지만 측면 수비수로 많이 보여주었고 이제는 중견수로 수비 능력도 보여주어야 하는 2017시즌이다.

[둘] 토종 거포의 탄생 김재환

두산 베어스 토종거포 김재환 김재환은 2017년 40홈런 고지에 올라설 수 있을까?

▲ 두산 베어스 토종거포 김재환 김재환은 2017년 40홈런 고지에 올라설 수 있을까? ⓒ 두산 베어스


김재환도 주 포지션은 포수였지만 2015시즌에 들어가기 전에 장점인 타격과 파워를 살리기 위해 1루수로 옮겼다. 하지만 옮긴 1루 수비에서도 많은 에러가 나왔고 좀처럼 적응을 하지 못했다. 1루수로 변신했던 것도 여의치 않자 김현수가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떠난 것을 계기로 좌익수 포지션으로 옮기게 되고 대박을 터트렸다. 492타수 160안타 37홈런 124타점 0.325의 시즌 타율과 1.035의 OPS를 기록하며 특급선수의 지표인 3할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한 선수가 되었고 팀 내에서는 김동주가 가지고 있던 두산 베어스 토종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리고 2016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며 팀에서 그렇게 목말라하던 토종 거포가 탄생했음을 알렸다.

2011년 금지약물에 손을 댄 사실과 '봉인해제' 발언으로 구설에 올라 빛나는 활약을 했음에도 야구 팬들에게 인정받지 못 하지만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자신의 몸에 새겨진 주홍글씨는 평생 안고 가야 하는 것. 그저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야구로 속죄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야구 팬들이 그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는 그가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수밖에 없다.

과연 김재환은 2017시즌에 2년 차 징크스를 이겨내고 40홈런 고지를 넘을 수 있을까? 김재환은 2016시즌에 이어 2017시즌 홈런왕 경쟁에도 당차게 도전장을 낸다.

[셋] 12년 만에 주전이 된 오재일

두산 베어스 주전 1루수 오재일 오재일은 2017년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할 수 있을까?

▲ 두산 베어스 주전 1루수 오재일 오재일은 2017년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할 수 있을까? ⓒ 두산 베어스


오재일은 2005년에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했지만 우리 히어로즈와 넥센 히어로즈를 거쳐 2012년에 두산 베어스에 이성열과 트레이드되어 오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이성열은 2010년 세 자릿수 안타와 24홈런을 때려내며 거포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고 오재일은 그저 만년 유망주였을 뿐이었다. 트레이드 당시 수지 안 맞는 장사라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4년 뒤 실력으로 그 이야기를 완전히 뒤집어버린 오재일이다.

2015년부터 조금씩 거포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던 오재일은 2016년에 와서 첫 규정타석과 3할 타율, 세 자릿수 안타, 20홈런 이상을 때려내었다. 항상 좌타 거포의 될성부른 떡잎이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는데 2015시즌에 가능성을 보이더니 2016년부터는 외국인 타자 에반스를 지명타자로 밀어내고 주전 1루수로 발돋움했다.

오재일은 380타수 120안타 27홈런 92타점 0.316의 시즌 타율과 1.003의 OPS를 기록하며 자신의 커리어 중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오재일은 2017시즌 3할 30홈런 100타점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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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네이버 블로그 '무명작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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