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가 입주해 있는 부산 센텀시티 경남정보대 센텀산학캠퍼스

영화진흥위원회가 입주해 있는 부산 센텀시티 경남정보대 센텀산학캠퍼스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아래 영진위원) 선임에서 영화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시 무시될까?

지난 12월 말로 임기가 끝난 3명의 영진위원 자리가 공석인 가운데 후임자 선정에 영화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영진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9인으로 구성되는 영진위원은 영진위의 주요 사안에 대해 의결 등을 맡고 주요 지원 사업에 대한 심사에서 심사위원장으로 나선다. 영화발전과 관련해 다양한 정책을 실행하고 세부적인 사안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자리다.

하지만 현재 영진위원들은 아쉽게도 영화계로부터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위원장까지 포함해 모두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시절 임명된 데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편중 인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들을 임명한 김 전 장관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특검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김 전 장관은 학연이 겹치는 사람들을 대거 영진위원으로 임명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영진위원들이 제 역할을 못 하면서 영진위의 사업을 제대로 견제하거나 점검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이나 독립영화진영의 반발이 심한 독립예술영화정책, 그리고 최근 논란 끝에 폐지된 렌더팜 사업 문제 등이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영진위 9인 위원회는 최종 의결과정에서 영진위 방향대로 승인해 주거나 형식적인 논의만을 거친 뒤 의결해 영화계의 불신을 자초했다. 문제가 발생한 사안에 대해서도 책임은커녕 태도로 회피하기에만 급급했다.

영진위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영화계의 뜻과는 반대되는 결정을 하고, 정권의 눈치만을 보는 태도로 인해 영진위가 본래 목적인 한국영화 진흥 대신 한국영화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름을 '영화훼방위원회'나 '영화방해위원회'로 바꾸는 게 낫다는 비판을 듣는 것도 다 영진위가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계 불신 자초한 영진위, 정상화 첫걸음은 영진위원 구성 

 지난해 11월 21일 영진위 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독립영화인들.

지난해 11월 21일 영진위 개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독립영화인들. ⓒ 성하훈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검찰에 고발되고, 사무국장이 성희롱과 비위로 해임되는 등 사실상 영진위가 영화계로부터 탄핵당한 상황에서 영진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영진위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의견이다. 영화계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이 영진위원에 임명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한 중견 영화제작자는 "그간 영진위원 구성에 대해 영화계의 의견을 계속 냈는데도 다 무시하더라"며 "영화계의 의견을 안 듣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영진위원을 역임한 한 영화 관계자도 "영진위원들이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무자격자가 사무국장에 임명되거나 특정 사업에 거액의 예산을 불법적으로 증액한 렌터팜 사업 논란 등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는 각종 사업에 대해 영진위원들이 감시와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영진위원들도 논란의 책임이 무겁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김종덕 장관 시절 영화계의 의견 수렴 없이 이뤄진 영진위원 구성이 바로 잡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영진위원들은 지난해 연말 2년 임기가 만료된 3명을 포함해 올해 3월과 8월에 나머지 위원들의 임기도 만료된다. 연임도 가능하지만, 영진위 개혁과 문화부역자들을 퇴출해야 한다는 영화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영화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정상적이라면 1월 초 비어 있는 3명의 영진위원 후임이 선정돼야 했으나 최근 정국 상황 등과 맞물려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4일 "시일이 걸릴 것 같다"며 "영화계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1월 안에는 마무리되는 거냐는 물음에도 "구체적 시기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문체부가 탄핵 정국에서 영화계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가 드러나면서 문화예술계 차원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고, 특검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등 거취가 불분명한 상황이라 영진위원 선정이 더 늦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 기회에 관련법을 개정해 영진위 구성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영진위에서 일했던 영화관계자는 "영진위원장을 문체부가 임명하지 말고 위원들의 호선으로 선출하거나, 책임 있는 행정을 위해서는 부위원장을 상근으로 두는 방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영화계 인사들은 영진위가 정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영화진흥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사업'에서 보듯, 겉으로는 지원 정책으로 포장돼 있으나 실제로는 정부 비판적 영화의 상영을 막으려 하거나, 또는 상영을 강행하는 영화관의 지원을 끊는 방식이라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현재 이 사업은 영화계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회의 참석도 제대로 안 하는 이름만 영진위원도

ⓒ 영화진흥위원회


일부 영진위원들이 회의 참석도 제대로 안 하는 등 맡겨진 책무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오마이스타>가 지난해 영진위 9인 위원회 회의록을 통해 위원들의 회의 참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아무개 영진위원은 2016년에 서면회의를 제외한 14차례의 회의 중 모두 10번 불참했다. 2015년 3월 영진위원에 선임된 이 위원은 임명된 해에도 11번의 회의 가운데 2번만 참석했다.

2015년 9월 임명된 양아무개 위원도 지난해 절반인 7번 불참했고, 임명 이후까지 포함하면 모두 8회 불참했다. 이에 대해 양 위원은 "대부분 수도권에 거주하고 혼자 부산에 거주하는데, 회의는 평일에 서울에서만 열리다 보니 학교 강의가 겹칠 경우 참석하려고 해도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면서 '분기 중의 한 번 정도는 영진위가 부산에서 개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진위원들에게는 직무수행경비 형태로 월 80만 원이 법인카드로 지급되고, 회의 참석 시 20만 원의 회의 수당이 지급된다고 영진위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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