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PD 지망생, 웹드라마 연출자, 문화 콘텐츠 애호가 등 영상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격의 없이' TV를 이야기합니다. 하나의 콘텐츠가 낳은 다양한 생각을 한 자리에서 기사 하나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아래 <도깨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편집자말]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 ★★★★ 배우가 괜찮아서 로맨스가 적당해서…. 모든 것이 좋을리 없잖아? 도깨비는 어디있죠?
팅커벨 ★★★★ 찰떡 같은 연출과 OST, 그런데 검은 뽑을 수 있는 건가요?
도깨비빤쓰 ★★★★ 깨알 재미로 끌어가는 드라마
금나와라뚝딱 ★★★☆ 금맥일 줄 알았는데 김만 샌다

 tvN <도깨비> 스틸 사진.

tvN <도깨비>는 환상적인 영상과 세련된 대사로 2016년을 넘어 2017년까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드라마다. ⓒ tvN


#도깨비_어땠어?

금나와라뚝딱 <별에서 온 그대>의 '도깨비 버전'을 보는 것 같다. 비슷하지 않았나. 인간보다 훨씬 우월한 능력의 생명체가 운명적 상대인 순수한 여자(천송이) 하나를 만나서 그의 목숨을 살리고 사랑을 느끼고 또 자신을 구원하는 이야기. 김고은도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과 마찬가지로 세상 물정 잘 모르는 순수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본질에서 다른 것이 없고 있다면 외계인이냐 도깨비냐 정도가 다르지.

도깨비빤쓰 사실 그런 지점이 좀 진부해서 재미가 없다고 느꼈다. 그런데도 계속 보게 될 것 같긴 하다. 일단 영상미가 좋고 무슨 내용이 나올지 기대를 하게 된다.

도깨비나라 나도 마찬가지로 <푸른 바다의 전설>은 잘 안 보게 되는데 이상하게 <도깨비>는 계속 보게 됐다. 물론 로맨스의 상투적인 면이 투영된 드라마이긴 한데 그런 상투성에서 익숙한 걸 마주하면 재미가 있는 것 같고. 사실 난 중간중간 인물들이 치고받는 대사가 이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특별한 틀 안에만 할 수 있는 대화들.

#도깨비와_메밀묵_한국적인_소재?

 tvN <도깨비> 스틸 사진

촛불을 불면 나타나는 '도깨비'부터 도깨비가 슬프면 비가 오는 설정들까지. 시청자들은 이런 기본적인 설정을 토대로 다음화를 추리하기 시작했다. ⓒ tvN


도깨비빤쓰 소재 자체가 굉장히 한국적이고 이걸 드라마에 가져온 건 처음이었지 않나. <신과 함께>라는 웹툰은 있었는데 이건 영화화하는 중이고. 드라마화는 신선하지만, 사람들에겐 익숙하니 흥미를 갖고 접근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은 했다. 큰 흐름보다는 이런 설정을 갖고 '깨알 재미'로 이끌어가는 드라마란 생각이 들었다.

금나와라뚝딱 사실 도깨비가 아니고 그냥 초능력이 있는 사람이어도 그리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진 않다. 도깨비 신부인 지은탁(김고은)이 귀신을 보는 설정이라면 굳이 도깨비가 아니어도 될 것 같다.

도깨비나라 한국에 있는 신격 중에 가장 '간지'가 나는 신격이 도깨비라 도깨비를 쓴 것 같다. (웃음) 도깨비라는 소재를 써서 유일하게 재밌었던 부분은 지은탁이 검을 뽑으면 빗자루로 바뀌냐고 물어본 그런 자잘한 설정들.

금나와라뚝딱 나는 하다못해 공유에게 도깨비의 상징 같은 호피무늬 넝마 같은 거라도 입힐 줄 알았다. (웃음)

#미성년자와_아저씨의_사랑이라고?

팅커벨 김고은이 미성년자인데 도깨비가 성인이지 않나. 미성년자를 연애 대상으로 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시선이 많더라. 난 잘 공감이 가지 않았다. 공유가 진짜 사람이라면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초월적인 존재로 나와 인간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금나와라뚝딱 난 사실 되게 별로라고 생각했다. 설정만 도깨비인 거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인간들에게 감정을 느끼고 무엇보다 전생에 인간이었지 않나. 물성만 바뀐 거지 인간이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드라마가 나이 많은 남성들의 판타지에 복무한다는 사실과 고등학생 소녀의 이미지를 멋대로 이용하고 있다는 걸 작가가 아는지 모르겠다. 키스를 먼저 시도하는 사람이 지은탁이 돼야 하는 것도 기분이 나빴다. 나이 많은 남성이 먼저 건드리면 사람들이 부적절하게 생각할까 봐 '뭣도 모르는 고등학생'이 먼저 키스를 해야 하는 것이.

 tvN 1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 김은숙이라는 작가가 성장하면서, 그의 대본도 성숙해오고 있지만 유달리 여성 캐릭터만큼은 변하지 않고 있다.

tvN 1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 김은숙이라는 작가가 성장하면서, 그의 대본도 성숙해오고 있지만 유달리 여성 캐릭터만큼은 변하지 않고 있다. ⓒ tvN


도깨비빤쓰 고등학교 3학년이고 1등도 했다는데 혀 짧은소리를 내는 캐릭터라니! 지은탁이 미성년자라는 걸 더 부각하는 설정이다. 물론 '아홉수'라는 것이 드라마 내에서 중요하게 쓰이고 지은탁을 독립하지 못하는 존재로 만들려면 미성년일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도깨비나라 사실 <도깨비>의 근간이 되는 서사적 틀은 '낭만적인 로맨스'인데 나이 차가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지는 모르겠다. 보통 어떤 제약이나 갭이 크면 클수록 두 사람의 사랑이 깊어지는 측면도 있지 않을까. 잘 모르겠다. 그리고 <도깨비>가 그리는 로맨스가 '여성향(여성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작된 문화상품이나 그러한 상품들이 띠는 성향)'인 걸 생각해봤을 때 남성 판타지에 복무하고 있다는 건 과한 해석이 아닐까 싶다.

금나와라뚝딱 장르가 판타지라고 할지라도 나는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나는 차라리 도깨비의 외형이 20대 초반이었으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공유에게 달려오는 지은탁의 모습 같은 것들이 김신(공유)에게는 계속 아름답게 보이는 점도 걸린다. 예쁘고 나이 어린 여성이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건 분명 남성향 판타지인 거다.

#다양한_의견?

도깨비나라 나는 한 드라마 안에서 다양한 담론들을 읽고 싶은데 최근 기사들은 모두 한 가지로 몰두 돼 있더라. 진보 매체들도 마찬가지다. (웃음) 다양한 담론들이 싸워가면서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는데 너무 한 가지 방향만으로 흐르는 것 같다. 내가 걸리는 지점은 지은탁의 존재 가치다. 어떤 인물이든 서사 안에서 본인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데 지은탁의 경우 김신에게 쓸모가 있을 때만 주체로서 완결성을 갖는다. 어떤 사람에게 쓸모가 있어야 자신의 가치도 증명이 된다는 사실이 항상 걸렸다. 늘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하니까. 나는 오히려 그런 측면에서 김신의 고민이 윤리적이지 않았나 싶다. 김신은 자기가 없는 세상에서 지은탁이 계속 잘 살아남는 걸 보고 없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고민의 지점에서 다른 식으로 독해할 수 있지 않나.

금나와라뚝딱 나는 그러려면 김신이 지은탁에게 솔직하게 말을 해야 했다고 본 거다. 검을 뽑으면 너는 기억을 잃을 수도 있다고 선택권을 줘야지. 지은탁처럼 돈 없고 더부살이하는 애가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김신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는데 김신은 멋대로 최선의 길을 정해놓았잖나.

 tvN <도깨비> 스틸 사진.

미성년자와 아저씨의 사랑? 과연 <도깨비>를 이렇게만 봐야 할까? ⓒ tvN


도깨비나라 지은탁이 19살로 설정돼있음에도 불구하고(지은탁은 2016년 12월 31일 <도깨비> 10화에서 성인이 된다-편집자 주) 내가 이 캐릭터를 싫어하지 않은 이유는 이 캐릭터가 적당한 속물근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500만 원만 달라고 요구한다든지. 김고은이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원작자가 어떻게 썼든 간에 나는 그렇게 받아들인 지점이 있다.

금나와라뚝딱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도깨비>가 18세기 연애 소설 같기도 하다. 사랑은 순수한 것이란 관념 대신 조건 맞는 사람을 찾아 결혼에 골인하면서 끝나는 그런 18세기 로맨스 소설. 음 <별에서 온 그대> 이야기를 할 때 말하려고 했는데 걸리는 지점이 이것들 말고 더 있다. 초인적인 능력을 갖춘 등장인물이 나오면 여주인공의 세세한 일거수일투족을 다 볼 수 있는 것처럼 연출되는 장면들이 너무 불쾌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도 바로 옆집 사는데 소리가 다 들리고 여기서도 걸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뭘 하는지 알 수 있는 설정이 '몰카' 같고 '내가 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랑스러운 여성'이라는 환상을 반영한 것이라 본다. 실제의 삶을 사는 여성인 나로서는 또 다른 자기검열 강요 같다. 내가 혼자 내 방에 있을 때도 늘 사랑스럽고 귀여워야 할까.

#(후기)도깨비는_어떻게_될까?

 <도깨비>의 지은탁(김고은).

<도깨비>의 지은탁(김고은). 지은탁은 과연 드라마 속에서 김신의 신부, 도깨비신부가 아닌 다른 주체성을 가질 수 있을까. ⓒ tvN


금나와라뚝딱 진정한 사랑을 하면 (웃음) 검을 뽑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팅커벨 사실 왜 검을 뽑아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오래 사는 것의 어떤 면이 그렇게 힘든지 좀 더 설명했으면 했다.

도깨비나라 죽는다는 건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걸까. 사실 죽는다는 것의 함의는 여러 개이지 않나.

도깨비빤쓰 다시 젊은 남성으로 환생해서 지은탁과 사랑할 수도 있다. 아니면 지은탁도 귀신 보니까 도깨비 죽고 나서도 보이지 않을까? 죽더라도 옆에 계속 있는 거지.

TV덕담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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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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