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열린 2016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

지난 29일 열린 2016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 ⓒ MBC


2016 <MBC 방송연예대상의 선택은 놀랍게도 유재석이었다. 시청자가 선정한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상은 4년 연속 MBC <무한도전>에 돌아갔다.

여기서 '놀랍다'는 표현은 유재석 대상 수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유재석은 지상파 연예대상에서만 13번의 대상을 거머쥔 자타공인 국민MC이다. 너무 많은 대상을 받아서 그런지, 언제부터인가 방송연예대상에서 일부러 배제당하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올해  <MBC 방송연예대상>이 열리기 전만 해도 정준하 혹은 김구라, 김성주가 대상을 수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MBC는 이 예상을 깨트리며 2년 만에 다시 유재석에게 대상을 시상했다.

유재석과 함께 10년 이상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정준하도 맹활약을 보여줬지만, MBC는 정준하가 아닌 유재석을 택했다. 유재석이야 누구나 절로 수긍하는 이 시대 최고의 예능인이지만, 방송국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허구한 날 유재석에게만 대상을 줄 수 없는 노릇이다. KBS에선 <해피투게더 시즌3>의 부진한 시청률과 <해피선데이-1박2일>의 건재 때문에 자연스럽게 유재석은 대상 유력 후보에서 멀어져갔다. SBS도 유재석의 <런닝맨> 외에 <다시 쓰는 육아일기-미운 우리 새끼>가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신동엽이라는 다크호스가 탄생했다.

망가진 공영방송의 체면 세워준 <무한도전>

하지만 MBC는 사정이 달랐다. 올해 MBC 체면을 세워준 것은 <무한도전>, <라디오스타>였다. 그래도 작년에는 <일밤-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처럼 예능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참신한 프로그램도 탄생했지만, 이제는 <복면가왕>도 <마이 리틀 텔레비전>도 더 이상 새로운 예능이 아니다. 2015년 <라디오스타>에서 보여준 고른 활약, <복면가왕>, <마리 리틀 텔레비전>으로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김구라가 올해는 'PD상'에 그친 이유다.

떨어진 신선함은 KBS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KBS에서는 <무한도전>의 유재석처럼 압도적인 대상 후보도 없었다. 그래서 KBS는 방송사의 간판 <1박2일>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왔던 김종민에게 대상을 주었다.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을 이끄는 메인MC가 아니라, 서브 혹은 패널, 게스트로 주로 출연했던 김종민이 대상을 받은 케이스는 공중파 방송연예대상 통틀어 처음있는 일이기 때문에 MBC에서도 정준하의 대상 수상이 유력해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MBC의 선택은 유재석이었다.

대상 시상에 있어 '파격'과 '변화'를 택한 KBS와 오랜 관록에 빛나는 안정에 손을 들어준 MBC의 상반된 선택 모두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고 그 결과만 놓고 보면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유재석과 김종민의 대상 수상에 진심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이 예능인이라는 본분을 잃지 않으며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데서 구축한 개인적인 호감도와 <무한도전>, <1박2일>의 인기 덕분이지, MBC와 KBS의 선택 때문은 결코 아니다.

 지난 29일 열린 2016 MBC 방송연예대상에 참석한 <무한도전>팀

지난 29일 열린 2016 MBC 방송연예대상에 참석한 <무한도전>팀 ⓒ MBC


유재석 입에서 흘러나온 시국메시지, 뼈있는 수상소감

2016년은 KBS와 MBC로서는 최악의 한 해였다.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정권에 장악된 공영방송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를 똑똑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명색이 공영방송인데 그들이 보도하는 뉴스가 철저히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남은 것은 드라마와 예능뿐이다. 그래도 KBS는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등의 인기 덕분에 드라마로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는데, MBC 드라마국은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중 하나였던 정윤회의 아들 출연 외압 논란을 두고 때아닌 홍역까지 치르고 있다.

결국 올해 MBC에 남은 것은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복면가왕>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본분을 지켰던 예능이었다. 엄연히 말하면 올해 MBC에서 가장 논란없고 잡음없었던 분야는 예능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요즘 MBC 뉴스에서는 도통 볼 수 없었던 시국을 비판하고, 국민들에게 힘이 되는 메시지를 전했던 <무한도전>이 있었다.

"<무한도전> 통해 많은 걸 느끼고 배운다. 요즘 특히 역사를 통해서 나라가 힘들 때 나라를 구하는 것은 국민이고,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요즘 '꽃길 걷는다'는 말 많이 하는데 소수의 몇몇 사람이 꽃길을 걷는 게 아니고 내년에는 대한민국이 꽃길로 바뀌어서 모든 국민 이 꽃길을 걷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무한도전>이 자막이나 상황극을 통해 시국을 빗대어 표현한 적은 있어도, 유재석이 공식 석상에서 시국을 거론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멤버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자들과 추모하고, 그 이후에도 종종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달기는 했지만, 그가 방송에서 시국을 이야기하는 것은 흔하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에, 유재석의 대상 수상보다 유재석의 대상 수상 소감이 더 화제가 되었다. <무한도전>은 늘 그래왔지만, MBC 뉴스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 메시지라서 그 감회가 더 구구절절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오랫동안 <무한도전>을 애청하고, 유재석을 사랑해온 국민들은 알고 있다.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과 유재석이라는 예능인이 자신들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왔는지. 언론과 문화 예술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았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하에서 억눌러있던 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하기 위해 애써왔는지. 그리고 유재석은 해가 지나도 정상화될 기미가 도통 보이지 않는 MBC의 방송연예대상에서 소수의 몇몇 사람만 꽃길을 걷는 것이 아닌, 국민 모두가 꽃길을 걷는 미래를 소망한다. 한 때 국민들의 신망을 받던 공영방송 MBC는 무너진 지 오래지만, <무한도전>과 유재석은 여전히 건재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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