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포스터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포스터 ⓒ 씨네그루


1990년대에 맥 라이언을 로맨스 여신으로 만들어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가 지난 28일 재개봉했다. 코미디언으로 유명한 빌리 크리스탈이 멕 라이언의 파트너로 훌륭한 케미를 선보였던 작품으로 최근 사망한 스타워즈 시리즈의 캐리 피셔가 샐리의 절친 마리로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는 1989년에 개봉하여 북미에서만 1억 달러에 가까운 수입을 기록했고, 국내에선 개봉당시 서울 관객 26만 명을 불러들인 흥행작이다. 감독은 <어퓨 굿 맨> 등으로 유명한 롭 라이너이며 각본은 로맨스 영화의 대모라고 불렸던 노라 에프론이 맡았다. 그녀는 이 작품으로 4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을 수상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의 제목은 <소년이 소녀를 만났을 때>였다고 한다. 영화는 개봉 당시 청소년관람불가였지만 이번 개봉에선 15세 관람 등급으로 낮춰졌다.

남녀 사이에 던질 흔한 질문

 두주인공 빌리 크리스탈과 멕 라이언

두주인공 빌리 크리스탈과 멕 라이언 ⓒ 씨네그루


시카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으로 가는 길을 샐리(멕 라이언)는 친구의 애인 해리(빌리 크리스털)와 함께 하게 된다. 비관주의자 해리와 낙천적인 샐리는 18시간이나 걸리는 자동차 여행을 함께 하면서 남녀 간에 우정이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불꽃 튀는 설전을 벌인다. 그로부터 5년 후, 뉴욕에서 정치 고문과 기자로 자리 잡은 해리와 샐리는 비행기 안에서 잠시 재회하지만 역시나 말다툼만 하다가 견해 차이를 확인하고 헤어진다. 또다시 5년 후, 남자친구와 헤어진 샐리와 이혼 수속으로 우울한 해리는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이때부터 두 사람은 서로 친구가 되어 보기로 한다.

영화는 우리가 한번쯤은 의문을 가져봤을 질문을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다. 해리와 샐리는 동성친구가 해줄 수 없는 것들을 서로 얻어가며 관계를 발전시켜나간다. 이별의 아픔을 서로 치유해 나가고, 남녀사이 유용한 심리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감독은 남녀 간 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본래 남녀는 사랑하기 위해 분리된 존재니까 말이다. 27년 전 영화지만 전화기와 주인공들의 헤어스타일만 빼면 시대차이가 그리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다. 남녀의 미묘한 심리를 위트 있게 공감으로 이끌어내는 감독의 연출이 훌륭하다. 사실 해리의 실제 모습이 감독 자신이기도 하다. 각본은 노라 애프론이 썼지만 영화의 기본 아이디어는 롭 라이너가 제시한 것이다.

 영화속 명장면으로 자주 회자되는 멕 라이언의 가짜 오르가즘 연기

영화속 명장면으로 자주 회자되는 멕 라이언의 가짜 오르가즘 연기 ⓒ 씨네그루


영화의 백미는 아무래도 두 주인공의 맛깔 나는 대화다. 각자 확고한 자신의 생각들로 중무장한 이 설전에는 결코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도 않아 관객들에게 공감을 자아낸다. 감독은 실제 오랜 시간을 함께한 노부부들의 연애담을 중간 중간 끼워 넣어 영화의 사실감을 더했다. 해리와 샐리 커플 못지않게 그들의 절친 마리(캐리 피셔)와 제스(브루노 커비)커플의 묘사도 흥미롭다. 이 커플이 제시하는 교훈은 간명하다. 바로 인연은 서로 대화가 통해야한다는 것.

영화의 명장면에 재미난 비밀이 있다. 맥 라이언의 가짜 오르가즘 연기 순간인데 옆 테이블에 있는 할머니가 바로 롭 라이너 감독의 어머니라는 사실. 영화 블루레이에는 삭제신들과 영화 속 뒷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해리가샐리를만났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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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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