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선발투수. 2010년대 한국시리즈 최다 선발등판 투수. 통산 114승으로 좌완 다승 2위에 올라있는 투수. 김광현,장원준에 앞서 좌완 100승을 달성한 투수.

모두 삼성 라이온즈 왼손투수 장원삼을 가리키는 수식어다.

 최근 2시즌간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장원삼

최근 2시즌간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장원삼 ⓒ 삼성 라이온즈


전부 사실만을 나열했지만 생경하고 어색한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은 최근 2년 간 장원삼의 극심한 부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장원삼은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책임지는 빅게임 피쳐였고 리그에서 왼손 선발을 언급할 때 항상 세 손가락 안에 꼽히던 투수였다.

하지만 2016시즌 그는 화려했던 이력과는 다르게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말았다. 2015년 과거에 비해 위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평을 들으면서도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켰지만 지난해 장원삼은 선발 로테이션 조차 지키지 못했다. 심지어는 큰 경기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의 불펜 등판을 2016시즌 후반기부터는 종종 볼 수 있었다. 선발이 아닌 불펜 장원삼으로 시즌을 마친 것이다.

부진의 원인을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다. 장원삼은 이미 30대 중반의 투수다. 투수로서 하강 곡선을 그리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시기다. 게다가 2006년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선발 로테이션을 꿰찼던 장원삼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인해 병역 특례를 받았기 때문에 1군 무대에서 11시즌동안 선발투수로 통산 1531.2이닝을 소화했다. 지치지 않았다면 도리어 이상할 수치를 휴식기조차 없이 단숨에 소화한 것이다.

그리고 최근 2년 간 급격히 부진한 것 처럼 보이지만 그는 이미 몇년 전부터 이상징후를 보였다. 2012년 17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하며 개인통산 단일 시즌 최다 승을 기록하고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이후부터 였다.

 최근 4시즌간 장원삼의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최근 4시즌간 장원삼의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당시만 해도 삼성은 최고의 타선과 탄탄한 수비력이 뒷받침된 리그 최강팀이었고 장원삼 역시 계속해서 10승 이상을 기록했지만 그의 FIP(수비 무관 평균 자책점)는 점점 치솟고 있었다.

원래 맞춰잡는 장원삼의 피칭 스타일상 커리어내내 ERA(평균자책점)가 FIP보다 낮은 편이었지만 이적 파동을 겪었던 2009시즌 단 한 차례를 제외하면, 리그 평균보다 좋은 FIP 수치를 기록한 투수였다.

하지만 2013년 리그 평균 이하로 떨어진 그의 FIP(4.77)는 위험신호였다. 2014년 비율 기록을 회복하며 2013년을 단순 홀수해 부진이라 생각하며 넘길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정작 이 해에 허리 부상을 얻었다. 이후 2015시즌에는 모든 수치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며 데뷔 후 최악의 부진을 경험했다. 이 부진이 지난해까지 이어지며 결국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게 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최근 4시즌간 장원삼의 세부 지표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최근 4시즌간 장원삼의 세부 지표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더 큰 문제는 피장타율이 2013년 이후로 매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 기록에서 보여지듯 2013년 0.422를 기록했던 피장타율이 2016년에 이르러서는 0.548 까지 상승했다.

그 뿐이 아니다. 2015시즌에는 피홈런 29개로 피홈런 리그 최다 1위의 불명예를 안았고 지난해 역시 이닝수가 줄어들었을 뿐, 홈런 허용률은 비슷하게 유지해 78.1이닝 동안 16개의 타구가 담장 밖으로 날아가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30대 중반에 이른 나이와 해가 갈수록 나빠지는 세부 지표 등을 감안하면 선발 투수로의 반등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왼손 에이스 장원삼의 부활은 요원한 것일까?

해답은 지난 시즌 밀려나듯 맡았던 불펜 보직에 있을 수도 있다. 좌완 불펜 전환을 시도한다면 충분히 부활할 가능성이 보인다. 비근한 예로 수술 후 마무리 투수로 전향한 봉중근이 2012년 이후 4년간 109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장원삼 역시 이런 변신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2016시즌 장원삼 등판유형에 따른 성적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2016시즌 장원삼 등판유형에 따른 성적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실제로 지난해 장원삼은 불펜으로 등판했을 시 성적이 선발등판 때에 비해 확연히 좋았다. K/BB를 제외한 모든 기록에서 불펜으로 나왔을 떄 좋은 비율을 보였다.

불펜투수로 13경기 14.1이닝을 소화한 것이라 전적으로 신뢰할 만한 표본은 아니지만 선발로서 최악의 부진을 보였던 이후 불펜 기록이라 의미를 부여할만 하다. 겨우내 착실하게 불펜으로의 변신을 준비한다면 안정감있는 불펜 투수로 변신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물론 장원삼 정도의 커리어를 가진 선발투수가 선뜻 불펜으로 전향하는 것을 결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다 올시즌 당장 장원삼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선발투수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다고 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과연 2017시즌 장원삼은 어떤 보직으로 마운드에 서게 될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장원삼이 이대로 속절없이 무너질 투수는 아니라는 점이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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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정민 필진/ 감수 및 정리: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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