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두 주인공 가진동과 천옌시. 재개봉으로 국내 관객과 다시 만날 예정이다.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연인과 극장에서 함께 보면 좋을 영화 하나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오는 22일 재개봉 한다. 바로 대만의 대표 로맨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영화는 2012년 국내 개봉당시 3만5000명을 동원하는데 그쳤지만 대만과 중화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제작비는 5천만 대만달러(한화 18.5억 원)가 투여되었는데, 구파도 감독이 제작비 확보를 위해 집을 저당잡힌 일화가 유명하다. 다행히 영화는 대만에서 2011년 8월 19일 개봉하여 3주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며 대만영화사상 최단기간 1억 대만달러를 달성했고, 최종 4.25억 대만달러(한화 158억 원)의 흥행 성적을 거뒀다. 이 흥행성적은 지금까지 대만영화 역대 흥행순위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흥행열풍은 다른 중화권 국가에서도 이어졌는데 홍콩에선 중국어 영화사상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하며 <쿵푸 허슬>이 세웠던 흥행 기록을 7년 만에 갈아치웠다.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도 2011년 중국어 영화 최다 관객수를 기록했다.

2012년 개봉당시 흥행 돌풍 일으킨 영화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포스터. 두 주인공을 일약 청춘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다.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남녀 주인공 천옌시와 가진동을 국내에 알린 작품으로, 천옌시는 구파도 감독이 가장 먼저 캐스팅한 인물이다. 그는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으며, 28살 나이에 17살 여고생을 소화함은 물론 8살 연하 가진동과 전혀 나이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동안을 자랑하기도 했다. 가진동은 이 영화가 데뷔작이었는데, 인상적인 연기로 금마장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구파도 감독은 제 31회 홍콩금상장영화제' 중국, 대만 최고의 영화'상을 수상했다.

1994년 17살의 고등학생 커징텅(가진동)과 그의 사고뭉치 친구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같은 반 최고의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모범생 션자이(진연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션자이의 마음을 빼앗기 위해 들이대지만, 커징텅은 도통 어찌해야할지를 몰랐다. 어느날,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교실에서 사고를 친 덕택에 선생님 지시로 션자이의 앞자리에 앉게 되는 횡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커징텅은 본심과는 다르게 계속 션자이와 티격태격하게 된다. 그러던 중 영어시간에 교과서를 집에 놓고 온 션자이에게 교과서를 몰래 건네고 대신 벌을 받은 커징텅, 그에게 빚을 지게 된 션자이가 커징텅의 공부를 봐주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대만 로맨스 영화들은 한국 정서에 잘 맞다는 평가를 받는데 한국 정서와 닮아있는 부분들이 많아서다. 그중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단연 최고가 아닐까 싶다. 특히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남자라면 철없는 커진텅과 친구들의 고교시절 풍경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왕조현, 왜 그리 중요했는지 모를 NBA 스타들의 카드, 책상속을 채운 만화책들, 손에 들려있곤 했던 농구공, 벽보에 붙어있는 전교 석차, 한번쯤은 발생하는 학급비 실종사건과 범인찾기, 말 탈 일도 없는데 자주 연습하게 되는 '기마자세' 등등. 어쩜 그리도 대만의 교정과 우리들의 교정이 비슷한지 놀라울 정도이다.

교정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줄서서 기다리다 공중전화기로 낯간지러운 연애통화하는 장면까지 마치 외국영화에서 한국을 발견하는 듯한 반가움들이 있다. 이렇게 우리의 학창시절 향수를 건드리는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커징텅과 션자이의 서툰 첫사랑의 이야기는 그 시절 설렜던 우리의 첫사랑 기억들까지 꺼내보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한국의 '그 시절'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영화는 '첫사랑'뿐 아니라 우리와 닮은 '그 시절'을 다루고 있어서 좋다.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외국영화인데, 한국 영화같은 반가움

구파도 감독의 연출에는 진실함과 자신감이 넘쳐나는데, 이유는 영화가 바로 본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영화는 구파도 감독의 첫사랑을 다룬 자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감독은 실제 자신이 다녔던 모교에서 영화 촬영을 하였으며, 교복 또한 그 당시의 것을 반영했다고 한다. 그리고 구파도 감독의 본명은 영화속 주인공 '커징텅'이고, 첫사랑의 이름 또한 '션자이'이다. 영화속 결혼식은 2005년에 올려지는데, 실제로 구파도의 첫사랑 또한 2005년에 결혼식을 올렸다고 한다. 후반부에 보여지는 친구 후자웨이의 성공담 또한 실화이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이 영화는 감독의 실화가 어느 정도 녹아들어간 작품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감동이 더 커지는지 모른다.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아메리칸 파이>를 연상케 하는 커징텅과 친구들의 요란스러운 자위 장면과 집에서 올 누드로 다니는 커징텅의 모습은 웃음으로 활용되긴 하지만 당혹스러운 수위 탓에 '첫사랑'이란 분위기와 완전 따로 노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장면들이 문제가 되어 대만에서 개봉 전에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맞는 바람에 구파도 감독은 영화를 4번이나 다시 편집해야 했다고 한다. 검열이 심한 중국에서 개봉될 땐 아예 대만판보다 3분가량 삭제되었다.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OST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호하가 부른 OST 타이틀 곡 '那些年'(그시절)과  여주인공 천옌시의 자작곡 '孩子氣'(어린아이처럼) 그리고 감성적인 피아노 곡 '各自的翅膀'(그들의 날개)는 영화의 감동을 배가 시켰으며, 실제로 중화권에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이 그러지 사랑은 알듯 말듯한 순간이 아름답다고." - 션자이(천옌시), <세상 모든 첫 사랑이 잊혀지지 않는 이유> 중에서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시절우리가좋아했던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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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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