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댄스. 빅뱅의 마지막 춤이 시작됐다. 영영 마지막은 아니겠지만, 당분간은 그렇다. 멤버 탑이 내년 2월 입대하기 때문. 완전체 빅뱅의 모습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빅뱅 자신도 기약하지 않았다. 나머지 멤버 4명의 입대가 남았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빅뱅은 이런 이야기조차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어른스러운 모습이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 사옥, 빅뱅의 인터뷰는 지드래곤의 주도 아래 솔직한 대화들이 오갔다. 무려 8년 만에 내놓은 세 번째 정규앨범 <MADE THE FULL ALBUM>의 발매 기념 인터뷰였다.

8년 만의 정규 앨범, 양 사장님은 죄가 없다

빅뱅 빅뱅이 8년 만에 정규앨범 <MADE THE FULL ALBUM>을 발표했다. 더블타이들 곡 중 하나인 '에라 모르겠다'는 제목처럼 유쾌한 가사를 지니고 있는 그루브한 힙합장르이고, 다른 타이틀곡 '라스트 댄스'는 리듬앤블루스 스타일의 느린 곡이다.

빅뱅이 8년 만에 정규앨범 < MADE THE FULL ALBUM >을 발표했다. ⓒ YG엔터테인먼트


8년 만이라니. 팬들이 화낼 만도 하다. 지드래곤은 "이 오해는 꼭 풀었으면 한다"면서 새 앨범 발매가 이토록 가물에 콩 나듯 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저희 팬분들과 사장님이 사이가 안 좋아요. 현석 형은 정말 빅뱅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신경을 많이 쓰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가장 아끼고 있어요. 되게 여린 분이시고요. 앨범이 빨리 안 나오는 건 사장님도 되게 답답해하세요. 저흰 다른 회사처럼 몇 월이 되면 뭐가 나오고, 이런 식으로 착착 진행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아무리 계획을 다 짜놓아도 키를 잡고 있는 건 저희이기 때문에 저희가 노래를 완성하지 못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요.

사장님도 저희에게 '앨범 어떻게 돼 가고 있니' 늘 물으시는데 불똥이 그쪽으로 계속 튀고 있고, 사장님이 상처를 받으세요. 저희도 바쁜 투어 중에 시간을 내서 작업은 하지만 좋은 결과물이 안 나왔기 때문에 못 낸 거고요. 일단 한국에 있어야 작업하는데 계속 외국에서 공연하니까 시간이 부족했어요. 팬분들께서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번 정규 앨범이 2016년이 가기 전에 이렇게 발매될 줄 빅뱅 스스로도 몰랐다. 지드래곤은 "탑형이 군대 가기 전까지 마음에 드는 노래가 안 나왔다면 앨범을 안 냈을 것"이라며 5년 후쯤 완성시키는 것도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기와 상관없이 '지금 완벽해', '지금 내면 돼'란 생각이 들 때 앨범을 내는데, 이렇게 10주년에 낼 수 있게 돼서 우연인 듯 운명 같다"고 했다.

탑은 "당분간은 마지막 앨범이 될 테니 저희에게도 의미 있는 앨범"이라며 "더 애착을 갖고 활동하려 한다"고 밝혔다. 태양은 "사장님이 가수 출신이어서 곡에 만족을 해야 나오는 구조"라며 "길게 봤을 때는 가수가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나와야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 사랑받고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고 소신을 말했다.

빅뱅은 작년 5월부터 간격을 두고 'MADE' 시리즈를 연달아 발표해왔다. 그런데 그 간격이 점점 멀어져서 우려를 낳던 중, 지난 13일 자정 'MADE' 완결판을 들고 나타난 것. 더블타이틀곡 '에라 모르겠다'와 '라스트 댄스'를 비롯해 '걸프렌드' 등 총 3곡의 신곡을 담았고, 지난해 발표한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LOSER', 'BAE BAE', '뱅뱅뱅', '맨정신', 'IF YOU', '쩔어', 'WE LIKE 2 PARTY' 등을 모아 총 11곡을 수록했다.

지드래곤, 갈수록 창작 어려워져 "에라 모르겠다"

빅뱅 빅뱅이 8년 만에 정규앨범 <MADE THE FULL ALBUM>을 발표했다. 더블타이들 곡 중 하나인 '에라 모르겠다'는 제목처럼 유쾌한 가사를 지니고 있는 그루브한 힙합장르이고, 다른 타이틀곡 '라스트 댄스'는 리듬앤블루스 스타일의 느린 곡이다.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은 싱어송라이터로 인정받는다. ⓒ YG엔터테인먼트


"다음 앨범을 대체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도무지 모르겠더라고요. 예전엔 금방금방 곡이 나왔고, 제가 보기에 제 창작물이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고 요즘에는 예전 같지 않아요. 한 곡을 작업하려면 집중을 해야 해요. 예전처럼 장난삼아 쓰다가 얻어걸리는 경우가 잘 없고요.

왜 그런지 생각해봤더니 예전보다 빅뱅에 대한 자부심이 더 커져서 빅뱅 앨범을 작업할 때만큼은 섣불리 시작조차 못 하겠어요. 예전에는 시간을 정해두고 그 안에 결과물을 내는 게 편했는데 지금은 너무 부담되고 어려워요." (지드래곤)

이번 타이틀곡 '에라 모르겠다'가 나온 배경이다. 고민이 워낙 많다 보니 그냥 해버리자는 식으로 장난삼아 이야기했는데, 오히려 그런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이 주제로 쭉 풀어나갔다.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는 "저희끼리 농담삼아 '모 아니면 도'라는 말을 했다"며 "속된 말로 '병맛 콘셉트'인데, 한국분들은 영화 <써니>처럼 복고풍으로 보시겠지만, 외국 사람들이 보면 신선하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할렘가에 사는 사람은 할렘이 나오면 '저거 그냥 우리 집 앞인데?' 하겠지만, 우리가 봤을 땐 신선한 것처럼요."

태양은 "세트에서 멋있게 찍을까 그런 생각도 했는데, 이럴 때 오히려 화려함을 빼고 재미있는 느낌으로 가는 게 신선할 거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지드래곤은 "예상하는 대로 뻔하게 가는 걸 저희가 싫어해서 한발 앞서가든 아니면 오히려 더 예전으로 돌아가든 예상하지 못한 것들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다시 빅뱅을 볼 수 있을까요?... "그건 우리도 장담 못해"

빅뱅 빅뱅이 8년 만에 정규앨범 <MADE THE FULL ALBUM>을 발표했다. 더블타이들 곡 중 하나인 '에라 모르겠다'는 제목처럼 유쾌한 가사를 지니고 있는 그루브한 힙합장르이고, 다른 타이틀곡 '라스트 댄스'는 리듬앤블루스 스타일의 느린 곡이다.

더블타이들 곡 중 하나인 '에라 모르겠다'는 제목처럼 유쾌한 가사의 그루브한 힙합장르다. ⓒ YG엔터테인먼트


"5명 모두 군대에 다녀오면 30대다. 다시 빅뱅을 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날아든 직선적인 질문에 멤버들은 입을 모아 답했다. "저희도 항상 생각하는 게 바로 그거예요!" 특히 YG와 재계약 시점에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동반입대에 관한 추가 질문에는 "재계약 안 할 경우에는 빨리 입대하자고 생각했고, 저희 또한 얼마나 (군 복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느냐 고민했다"고 지드래곤이 답했다. 그는 "군대에 다녀와도 일반인, 연예인으로 거듭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음악 만드는 시간도 걸릴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멤버) 같이 갈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경솔했던 것 같고, 아마 차례차례 순서대로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녀와서도 빅뱅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드래곤은 "그건 컨디션을 봐야죠" 대답했다. 그러면서 다음처럼 이유를 밝혔다.

"저희 모토는 멋있는 무대와 퍼포먼스예요. 멋 부린다는 의미의 멋이 아니라, 누가 봐도 좋은 무대, 좋은 노래라고 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은데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감이 있어야 나올 수 있어요. 군대 다녀와서도 자신이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 멤버들 컨디션이 맞아떨어진다면 좋겠고 그렇다면 (빅뱅을) 안 할 이유가 없죠." (지드래곤)

"저희는 한해 한해 지나갈수록 열정이 더 많아지고 자신감도 있기 때문에 그 점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돌아왔을 때도 자신감이 있다면 복귀 시간이 더 단축되고 바로 나올 수도 있을 거예요. '자신감이 떨어지면 그만하자'고 저희끼리 늘 이야기해요. 반대로 보면 그만큼 서로를 믿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고요. 멤버 모두 돌아오는 시기는…. 저희가 그렇게 계획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몰라요. 저도 제 입대 일을 정확히 안 지 2주밖에 안 됐어요." (탑)

빅뱅 완전체는 언제 볼지 모르지만, 유닛이나 솔로 무대는 얼마든지 기대할 만하겠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에 태양은 "구체적으로 정한 건 없지만, 준비는 하고 있다"며, 이어 "그렇지만 4인으로는 앨범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드래곤은 "사실 지디&탑으로 나왔을 때나 지디&태양으로 나왔을 때도 그걸 정해놓고 한 게 아니라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해볼래?' 해서 한 거라 솔로 혹은 유닛은 언제든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빅뱅 스스로 정리하는 10년... "아직도 꿈 같다"

 지드래곤은 YG엔터테인먼트에 13살에 들어와, 현재는 29살이다.

지드래곤은 YG엔터테인먼트에 13살에 들어와, 현재는 29살이다. ⓒ YG엔터테인먼트


데뷔 10주년을 맞은 빅뱅에게 스스로 10년을 정리해달라 부탁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지드래곤은 "가수로서 한해 한해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고 그건 현재진행형"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빅뱅이 다사다난했던 그룹인데 어려운 일들을 겪으면서 각자 조금 더 어른스러워지고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커졌다"고 말했다.

"투어 공연을 할 때 제일 높은 곳에서 막이 열리면 꽉 찬 사람들이 보여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온 걸 볼 때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기분이 들어요. 저희 때만 해도 지금 나오는 신인들처럼 나오자마자 1위를 한다든가 '특급신인' 하는 식으로 큰 프로모션을 지원받는 시스템이 아니었어요. 열심히 하다 보니 '거짓말'이란 노래로 많은 사랑을 얻게 됐고 여유가 생기고 회사도 커졌고요. 예전엔 인터뷰하면서 졸기도 할 정도로 몸도 많이 힘들었어요. 인터뷰 전에 멤버끼리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한 사람은 인터뷰 때 좀 쉬고 나머지는 말하는 식으로 했을 정도였어요." (지드래곤)

태양은 "10년을 돌이켜보면 위기인 시기가 분명 있었다"며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단단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계기들이었다"며 "멤버들이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면서 개개인이 아닌 빅뱅으로서 더 나아진 시간들이었다"고 답했다.


빅뱅 지드래곤 태양 메이드 정규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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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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