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폭격기 김신욱(전북)에게 2016년은 재평가의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신욱은 2010년대 이후 K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지만 그간 능력에 비하여 과소평가받은 경우가 많았다. '키만 큰 공격수', '뻥축구 기계', '헤딩 노예' 같은 수식어는 탁월한 신체조건과 제한돤 활용성이라는 김신욱의 장단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표현들이기도 했다.

김신욱은 올해 친정팀 울산을 떠나 전북 이적 이후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K리그 절대강자인 전북의 주전 공격수 자리를 꿰차며 울산 시절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등극했다. 계륵 취급받던 국가대표팀에도 오랜만에 복귀하여 슈틸리케호를 벼랑끝에서 구해낸 '슈퍼서브'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개인 성적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은 것도 사실이다. K리그에서 33경기에 나섰으나 7골, ACL에서는 12경기에서 고작 1골에 그쳤다. 국가 대표팀에서는 최종예선 3경기에서 모두 교체로만 투입되어 무득점에 그쳤다.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은 팀공헌도를 감안해도 공격수는 결국 골로 말하는 것을 감안할 때 최정상급의 활약을 펼쳤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체할 수 없는 김신욱의 전술적 가치

    19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 전북 현대와 알 아인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낸 김신욱이 환호하고 있다.

지난 111월 19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 전북 현대와 알 아인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낸 김신욱이 환호하고 있다. ⓒ AFC(아시아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전북과 대표팀 모두 김신욱의 존재 자체만으로 하나의 전술이 된다는 가치는 대체불가하다. 2미터에 가까운 김신욱이 골문 근처에서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팀에게는 알고도 못막는 부담이 된다. 김신욱은 공격수임에도 이타적인 플레이로 동료들의 공간침투나 득점찬스를 만들어주는 전술적 역할에 충실했다.

지난 우즈벡과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에서 직접 득점 없이도 남태희과 구자철의 연속골에 모두 관여하며 역전승을 이끌어내는 장면은 김신욱의 존재감을 보여준 대표적이 장면이었다. 숫자로 드러나는 골 기록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김신욱의 가치다.

김신욱의 주가가 높아지면서 새삼 해외 이적설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김신욱의 활약에 매료된 중국이나 중동 등 아시아클럽에서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인 박태하 감독이 이끌던 중국 슈퍼리그 옌벤FC가 김신욱의 이적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신욱이 중국이나 기타 아시아권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보인다. 김신욱이 만일 돈을 쫓으려고 했다면 울산 시절인 3~4년전부터 중국과 중동 등으로 이적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김신욱은 "유럽이 아닐 바에야 K리그 잔류가 낫다"는 소신을 고수해 왔다. 지난해 어설픈 해외진출 대신 전북행을 선택한 것도 ACL 출전 기회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심지어 CHLMS 김신욱의 이적설이 오르내린 옌벤은 지난해 중국 슈퍼리그에서 9위에 그치며 ACL 출전권과 거리가 먼 팀이다.

김신욱은 K리그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벌써 두 번의 ACL 우승과 최근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을 통하여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어느 팀을 상대로도 위협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설사 유럽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중국이나 중동은 조금더 나이 먹어서 가도 늦지 않는다.

김신욱이 만일 유럽 진출이 아니라면 전북 잔류가 지금으로서는 최상의 선택이다. 김신욱은 아직 전북에 이룰 수 있는 목표가 많이 남아있다. 올 시즌 서울에 내준 우승컵을 탈환하는 것도 김신욱에게는 중요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김신욱은 아직까지 K리그 우승경험이 없다. 공교롭게도 2013년 울산과 올해 전북 모두 최종전에서 상대팀에 우승컵을 내주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또한 전북은 내년에도 ACL 2연패에 도전할수 있는 강력한 우승후보다.

다시 거론되는 해외 이적설, 유럽 아니면 전북 잔류?

전북은 앞으로 김신욱 중심의 팀이 될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는 이동국과 에두가 있지만 모두 30대 중반의 노장이다. 새로운 스타급 공격수를 영입하지 않는 이상 김신욱이 주전으로 나서는 비중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보통 타깃형 공격수들의 진정한 전성기가 30대 전후로 찾아오는 것을 감안하면 김신욱은 지금부터가 본격적으로 축구 경력에서 가장 빛을 발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한편 가까운 시간에 해외진출을 노린다면 이번 클럽월드컵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난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하여 각 대륙을 대표하는 최고의 강호들을 만나는 클럽월드컵은 김신욱의 능력이 '탈아시아'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무대다.

김신욱은 울산 시절이던 2012년 첫 클럽월드컵에 출전했으나 팀은 몬테레이(멕시코, 1-3)와 히로시마(일본 2-3)에 연패하며 6위에 그쳤고 김신욱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못했다. 4년 전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한 상승세의 김신욱에게는 설욕의 무대이기도 하다.

아시아 챔피언 전북은 11일 일본 오사카 시립 스이타 사커 스타디움에서 북중미 챔피언 클럽 아메리카와 첫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를 이기면 준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꿈의 대결이 성사된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장신 타깃맨이 과연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김신욱의 오랜 꿈인 유럽 진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 가늠할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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