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음주운전 죄송...동승자 바꿔치기와 음주 전력 묵묵부답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소속 강정호 선수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재소환 조사를 위해 출석하며 동승자 바꿔치기와 음주 전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 강정호 선수는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사거리에서 면허 정지 수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84%로 운전, 가드레일을 치고 달아난 혐의로 불구속 입건 됐다.

▲ 강정호, 음주운전 죄송...동승자 바꿔치기와 음주 전력 묵묵부답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소속 강정호 선수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재소환 조사를 위해 출석하며 동승자 바꿔치기와 음주 전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 강정호 선수는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사거리에서 면허 정지 수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84%로 운전, 가드레일을 치고 달아난 혐의로 불구속 입건 됐다. ⓒ 이정민


프로야구 메이저리거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최근 음주운전과 뺑소니 사고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강정호는 지난 2일 새벽 강남 인근에서 음주운전 도중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강정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84%에 달했다.

많은 팬들은 성공한 메이저리거이자 국가대표 야구스타의 부적절한 처신에 크게 실망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강정호는 처음 경찰 조사 당시만 해도 동승했던 지인이 운전대를 잡았던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블랙박스 확인 결과 강정호가 운전대를 잡은 것이 들통 났고 죄를 피하기 위하여 꼼수를 부렸다는 비난까지 들어야 했다.

여기에 강정호의 음주운전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강정호는 2009년과 2011년에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된 전력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음주 운전으로 세 번 적발되면 면허가 취소되는 '삼진아웃' 대상이다. 이 정도면 전형적인 상습범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강정호는 지난해 7월에는 미국에서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하며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비록 혐의가 입증되지않아 조용히 묻혀졌지만 이미 이미지에는 큰 타격을 입은 뒤였다. 스스로 교훈삼아 자숙하고 몸가짐을 조심해도 모자랄 시점에 반년도 못 되어 또다시 사고를 쳤다. 그나마 이번에는 의혹이나 도의적 책임 수준도 아니고 빼도박도 못하는 현행범 신세다. 상습적인 음주운전에 뺑소니, 거짓말까지 그야말로 범죄계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셈이다.

진정성 느껴지지 않았던 강정호의 사과

음주운전 강정호, 강남서 재출석!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소속 강정호 선수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재소환 조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강정호 선수는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사거리에서 면허 정지 수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84%로 운전, 가드레일을 치고 달아난 혐의로 불구속 입건 됐다.

▲ 음주운전 강정호, 강남서 재출석!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소속 강정호 선수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재소환 조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강정호 선수는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사거리에서 면허 정지 수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84%로 운전, 가드레일을 치고 달아난 혐의로 불구속 입건 됐다. ⓒ 이정민


이쯤되면 한 번의 실수라고 변명하기도 어렵고 반성이나 사과의 진정성마저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때 메이저리그를 누비는 강정호의 활약을 지켜보며 열광했던 팬들조차 '내가 이러려고 강정호 팬을 했나'고 자조하는 분위기다.

지난 6일 경찰조사를 받기 위하여 경찰서에 나온 강정호의 모습을 보면서 웬지 모를 익숙한 데자뷰를 느끼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강정호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하여 굳은 표정으로 너무나도 익숙한 대사들을 늘어놓았다.

강정호는 경찰서들 들어가기 전에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경찰에 성실히 조사를 받겠습니다"고 했다. 조사를 받고 나온 뒤에는 "실망하신 분들께 야구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전자는 유명인들이 경찰이나 검찰청 포토라인에 피의자 신분으로 설 때마다 단골로 내뱉는 대사이고, 후자는 특히 스포츠스타들이 사죄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하지만 팬들이 강정호에게 듣거나 보고싶어 했던 것은 고작 이런 비굴한 모습이 아니었다. 반복된 음주운전 전력과 사고 경위,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 등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했다.

입으로만 형식적으로 죄송하다고는 했지만 표정이나 태도, 사건 이후의 여러 가지 행보를 돌아봐도 어디에서든 진솔한 속죄 의지는 보여주지 않았다. 사고 당시에는 동승했던 지인에게 뒤처리를 넘기고 숙소로 들어가버렸고, 사고 후에는 에이전트사의 등뒤에 숨어 뒷수습에만 급급했던 것처럼 어떻게든 자신에게 돌아올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에만 골몰하는 모습만 느껴질 뿐이었다.

가장 걸작은 역시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황당한 변명이었다. 대중은 지금 강정호가 야구를 못해서 실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공한 야구선수임에도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감과 도덕성을 갖추지못한 강정호의 '인성'에 실망하고 분노한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스타라고 해도 기본적인 인성을 갖추지 못한 선수들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사는 프로 선수로서의 자격이 없다.

운동선수가 자신의 직업이자 밥줄인 운동을 잘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차라리 연봉을 전액 기부하겠다거나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야구만 잘하면 다시 좋아해주겠지'라는 발상은 자신만을 위한 희망사항이지 팬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팬들에 대한 또다른 기만이자 위선에 불과하다. 결국 자신이 실형이나 큰 징계를 받지않을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기에 가능한 발언이기도 했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뛰고있기에 국내 야구계에서의 징계는 불가능하다. 메이저리그나 구단에서도 벌금이나 출장정지 정도의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인명피해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상습적인 음주운전 범죄자에게는 너무나도 가벼운 처벌이다. 하지만 강정호는 이 사건으로 주홍글씨를 새기며 돈이나 명성보다 중요한 팬들의 신뢰를 잃었다. 앞으로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활약한다고 해도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예전 같을 수 없을 것이다.

자기 관리 못해 망가진 수많은 스타들

안타까운 것은 부와 명예를 거머쥔 스타들이 왜 인생의 정점을 앞두고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할까하는 의문이다. 강정호와 비교되는 추신수(텍사스)도 2011년 음주운전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추신수는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까지 받으며 한창 승승장구하던 시점이었다. 오랜 고생끝에 거둔 성공이 주는 안도감과 자만심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순간이었다.

농구계의 떠오르는 스타였던 김민구(전주 KCC)도 음주운전으로 날개가 꺾인 대표적인 케이스다. 김민구는 2014년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어 훈련을 받던 중 외박기간에 음주운전을 저지르다가 사고를 당해 큰 부상을 입었다. 그나마 제 3자의 인명피해가 없었던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고관절에 큰 부상을 입은 김민구는 차세대 스타로 꼽히던 과거의 기량을 거의 잃었다. 1년여의 재활 끝에 지난 시즌부터 프로농구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간간이 짧은 시간을 소화하는 데 그치는 그저그런 벤치멤버로 전락했다. 음주사고 이후 팬들의 시선도 싸늘해졌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자신의 날개를 스스로 꺾어버린 어리석은 말로였다.

음주만이 문제가 아니다. 촉망받는 포수였던 장성우(KT)는 지난해 SNS 폭로 파문으로 야구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장성우는 전 여자친구와의 SNS 대화에서 야구계 선후배들과 치어리더에 이르기까지 무차별 비방과 루머를 퍼뜨린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장성우는 결국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했고 벌금형을 신고받았다. 여전히 장성우의 야구계 퇴출을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삼성의 특급 불펜 투수였던 안지만은 도박 의혹으로 인생을 망쳤다. 안지만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윤성환, 임창용 등과 함께 불법원정 도박에 관여한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다. 심지어 안지만은 올 7월에는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연루 혐의까지 추가되어 기소됐고 결국 구단으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으며 아예 야구인생을 접게됐다.

그런가하면 2011년 박현준(전 LG)이나 2013년 농구 감독 강동희(전 원주 동부), 축구의 최성국(전 수원), 최근의 이태양, 문우람, 유창식 등 수많은 촉망받던 스타들이 '승부조작' 파문에 휩쓸려 그라운드에서 쫓겨나거나 범죄자 신세로 전락하기도 했다. 모두 운동과는 아무 관련없이 온전히 개인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몰락한 사례들이다.

일련의 사건들이 주는 교훈은 동일하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지닌 스타라고 해도 결국 인성이 우선이라는 교훈이다. 축구의 박지성이나 차범근, 야구의 이승엽, 박찬호 같은 전설적인 스포츠인들이 시대를 넘어 존경받는 이유는 단지 실력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재능면에서는 이들을 넘어서는 선수가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차이는 운동을 넘어 삶 자체를 대하는 태도에서 갈리곤했다. 위대한 선수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준 흔들림없는 자기관리와 노력, 운동선수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도 나무랄 데 없는 행보를 통하여 스포츠인으로서의 모범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얄팍한 재능에 안주하거나 분수에 넘치는 성공에 도취되어 분별력을 잃는 이들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자신이 이룬 성공이 그저 혼자 잘나고 특별해서 이룬 것이라는 자만심도 금물이다. 모든 권리에는 그만큼 책임이 따른다. 강정호를 비롯하여 수많은 스타 선수들이 뼈아프게 되새겨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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