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퍼 이펙트(Lucifer Effect). 971년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에서 있었던 한 심리학 실험 결과를 일컫는 말이다. 필립 짐바르도라는 심리학 교수가 진행한 이 실험의 내용은 이랬다. 스탠퍼드 대학 건물 지하에 가상의 감옥을 만든 후 24명의 지원자를 일정 비율로 나누어 한쪽엔 교도관의 역할을, 그리고 다른 한쪽엔 죄수의 역할을 준 다음 관찰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실험은 불과 6일 만에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교도관의 역할을 맡은 대학생들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죄수 역할을 한 대학생들이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가학적 행위들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죄수 역할을 한 대학생들도 불과 이틀 만에 반란을 시도하는 등의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벌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약 30년 후 미군에 의해 벌어진 대표적인 학대 사건이었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의 이라크 수감자에 대한 가혹 행위를 통해 재조명되기도 했는데 공통점이라면 스탠퍼드 대학 실험의 교도관 역할을 한 학생들과 가혹 행위를 주도했던 미군들 모두가 실제 행동을 했을 때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으며 그 사건들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제한적이고 변화가 적으며 문제점을 인식하기 어려운 환경이 얼마나 사람들을 변하게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인데 최고로 아름다웠던 천사에서 지옥의 왕이 되어버린 타락 천사, 루시퍼를 뜻하는 루시퍼 이펙트라 부르기도 한다.

<SNL코리아>가 자초한 논란들

 <SNL코리아 시즌8> 포스터

포스터 ⓒ CJ E&M


벌써 8번째 시즌을 맞이한 대표적인 공개 예능 <SNL코리아 시즌8>. 수많은 유명 연예인 호스트가 매주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이 프로그램이 최근 연이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위기에 빠졌다. 개그맨 이세영과 정이랑의 연이은 논란이 그것이다.

그녀들의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굳이 언급하지는 않으려 한다. 그보단 <SNL코리아>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려 한다. 초기의 <SNL코리아>는 그야말로 찬란했다. 정치와 사회에 대한 풍자가 웃음과 함께 누군가의 폐부를 찌르는 듯한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대선 기간과 맞물려 방송되었던 '여의도 텔레토비'를 잊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물론 시즌 초기에도 지금처럼 성적인 코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되면서 풍자와 성적인 코드와의 아슬아슬한 샅바 싸움은 사라지고 성적인 코드를 통해 발생하는 논란과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만 남아버리고 말았다. 영화감독 장진이 공식적으로 하차하면서부터 전체적인 틀 자체가 바뀌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SNL코리아>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이세영의 남자 아이돌 성추행 행위가 처음이 아니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 일들이 제작진이 함께했던 상황에서 거듭해서 벌어졌다는 것은 그동안 모두가 문제점을 전혀 인식하고 있지 못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그들은 이미 스탠퍼드 대학의 지하 감옥과 이라크의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와 같이 갇혀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지나친 해석일지도 모른다. 부디 그러기를 바란다.

하지만 <SNL 코리아>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으며 텔레토비 동산의 태양처럼 빛났었던 때의 <SNL 코리아>로 꼭 돌아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적어도 거대 방송사가 약자일 지도 모를 엔터테이너를 상대로 피해를 주는 일은 더는 없으면 한다. 루시퍼이펙트의 사례에서처럼 제한된 환경에서 생성된 권력은 괴물을 만들 수 있고 이는 누군가를 파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비단 <SNL코리아> 뿐만 아니라 우리는 제한된 환경에서 자란 괴물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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