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FC와의 홈 경기에서 정조국의 견제를 받으며 공격수에게 패스하고 있는 마테이 요니치(2016. 5. 22)

광주 FC와의 홈 경기에서 정조국의 견제를 받으며 공격수에게 패스하고 있는 마테이 요니치(2016. 5. 22) ⓒ 심재철


잘 가요. 마테이 요니치.'

예상했지만 막상 또 이렇게 소식을 접하니 마음이 헛헛해서 견디기가 힘드네요. K리그 다른 구단으로 당신을 떠나보내는 것보다는 낫지만 우리 인천 유나이티드 FC 팬들 마음은 또 슬픕니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이번 순서는 마테이 요니치(Matej Jonjic) 바로 당신이라니 더 아픕니다.

2006년 여름 우리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정들었던 외국인 미드필더 야스민 아기치를 그의 고향 팀 NK 디나모 자그레브로 돌려보내야 했습니다. 시즌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기에 더 아쉬웠고 만난지 겨우 1년 반 만에 헤어지는 것이라 억지로라도 붙잡고 싶었습니다.

특히, 아기치는 인천 유나이티드 창단 2년차 시즌(2005년) K리그 준우승이라는 믿기 힘든 역사를 만든 주역이었기에 그와의 이별이 더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또 크로아티아 출신인 당신을 보내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요니치 당신은 지난 해 3월 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광주 FC와의 홈 경기에서 처음 우리 팬들과 만났습니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 극장골을 주고받으며 2-2로 기막히게 비겼던 그 순간이 또 떠오릅니다. 첫 경기였지만 당당하게 인천 유나이티드의 수비 라인을 지휘하는 당신의 경기력이 믿음직스러웠습니다.

그리고 7월 8일 역시 인천 홈 경기로 열린 2015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 3-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팬들과 어우러져 만세삼창을 외쳤던 기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경기 시작 후 8분 만에 부산 이경렬에게 헤더 골을 먼저 얻어맞으며 흔들렸지만, 우리 인천 유나이티드는 마테이 요니치라는 든든한 센터백이 있었기에 더이상 골을 내주지 않고 후반전에 멋진 뒤집기 드라마를 쓴 것입니다. 더구나 그 역전승 덕분에 인천 유나이티드가 K리그 클래식 순위표 5위(2015 시즌 21라운드 기준)까지 올라간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경고 누적 징계 규정에 따라 경기에 나설 수 없을 때, 팬들을 위해 사인회를 열어주던 마테이 요니치 선수를 또 다른 얼굴로 기억합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텁수룩한 수염, 짧게 깎은 머리 모양으로 터프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과는 달리 말끔히 차려 입은 요니치의 사인회는 웬만한 아이돌 그룹 멤버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수줍은 미소가 보기 좋았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팬들에게도 살짝 발그레한 얼굴로 미소 짓는 요니치의 앳된 얼굴을 잊을 수 없습니다.

누구보다 간절했던 인천의 주장, 마테이 요니치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시민구단 선수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당신 마테이 요니치는 누구보다 격랑의 시즌을 보낸 선수였을 겁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창단 후 최악의 시즌으로 기억될 정도로 바닥을 긁었습니다. 여러 날 꼴찌 꼬리표를 달고 뛰어야 했고 그나마 순위표가 조금 올랐다고 하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38라운드) 바로 그 날까지 2부리그 K리그 챌린지로의 강등 걱정을 할 정도였습니다.

시즌 도중 감독까지 교체된 이 어려운 2016년을 보내며 당신은 더 무거운 일을 맡았습니다. 겨우 밴드 하나 팔뚝에 두른 것 이상으로 무거운 책임을 느끼는 주장을 맡은 것입니다. K리그 경험이 훨씬 더 많은 베테랑들(조병국, 김태수, 케빈 오리스)이 있었지만 당신은 그 무거운 느낌의 밴드를 받아들었습니다.

그리고는 거짓말처럼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과 팬들이 잊고 지냈던 승리의 DNA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습니다. 골문 근처에서 온몸이 부서질 수도 있는 격렬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내던지는 요니치 당신의 헌신적인 수비력이 아니었다면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K리그 클래식 잔류를 극적으로 확정짓는 2016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수원 FC 권용현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태클로 막아내는 마테이 요니치(2016. 11. 5)

K리그 클래식 잔류를 극적으로 확정짓는 2016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수원 FC 권용현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태클로 막아내는 마테이 요니치(2016. 11. 5) ⓒ 심재철


특히, 이번 시즌 마지막 수원 FC와의 홈 경기 전반전에 발 빠른 날개 공격수 권용현의 돌파를 몸 날려 걷어내는 저 순간은 마테이 요니치라는 수비수의 존재 가치를 널리 알리기에 모자람이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순간 골을 내주지 않았기에 후반전에 짜릿한 결승골을 터뜨리며 믿기 힘든 K리그 클래식 잔류 드라마를 완성시킨 것이었습니다. 요니치 주장도 놀랐겠지만 관중석에 있던 우리 팬들도 너무 놀랐습니다. 수많은 관중들이 종료 휘슬 소리를 듣고 그라운드로 내려와 요니치 당신을 하늘 높이 들어올린 일 말입니다.

이제 옆 나라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로 떠나는 당신에게 우리는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박수를 보내줄 때가 되었군요. 잘 가요. 마테이 요니치! 당신 덕분에 우리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의 2016년은 더욱 특별했습니다.

마침 세레소 오사카에는 당신 고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태어난 공격수 베사르트 압둘라히미라는 선수가 뛰고 있더군요.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국가대표로도 뽑히며 주목받은 바 있는 골키퍼 김진현 선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윤정환 감독까지 새로 부임했으니 그들 모두가 요니치 당신을 더 특별히 환영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그런데 이것 하나는 기억하고 가세요. 세레소 오사카와 더비 매치로도 유명한 감바 오사카와의 경기는 몹시 묘한 감정이 밀려올 수도 있어요. 세레소 오사카의 라이벌 감바 오사카의 유니폼이 당신이 2년간 입고 뛴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니폼과 아주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또한, 2004년 3월 1일 인천 유나이티드의 창단 기념 경기에 초청되어 인천 유나이티드의 이전 홈 구장인 문학경기장에도 왔던 팀입니다. 그 때 뛰던 엔도 야스히토가 아직도 주장 노릇을 하고 있을 겁니다. 당시에 우리 창단 멤버들이 4-0으로 신나게 두들겨줬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오사카 더비 매치를 앞두고는 이러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특별한 인연을 다시 한 번 떠올린다면 더 멋진 수비력을 보여줄 것이라 믿습니다. 거기서는 당신 이름 앞에 '골 넣는' 등의 수식어가 붙기를 바랍니다. 두 시즌 동안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71경기를 뛰면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것이 아주 조금 아쉬운 기억이기도 했거든요. 그래도 우리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2년 연속으로 K리그 클래식 베스트 11(수비수 부문)에 이름을 당당히 올린 당신을 가장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2006년 여름 야스민 아기치를 보낼 때 배운 크로아티아어 한 마디를 이렇게 다시 쓸 줄은 몰랐네요. Volim te, Matej Jonjic !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요니치 인천 유나이티드 FC K리그 클래식 세레소 오사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