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촛불집회에서 전체소등을 실시하고 있다. 5차 집회의 광화문 일대 참가 인원수에 대해 경찰은 27만, 주최측은 150만, 스포트라이트 집계결과는 130만이었다. 경찰의 시대착오적 집계방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5차 촛불집회에서 전체소등을 실시하고 있다. 5차 집회의 광화문 일대 참가 인원수에 대해 경찰은 27만, 주최측은 150만, 스포트라이트 집계결과는 130만이었다. 경찰의 시대착오적 집계방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JTBC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가 나간 후 탄핵 정국은 급격히 흔들렸다. 대통령이 자신의 진퇴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하면서,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의 탄핵 반대가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은 '4월 퇴진·6월 대선'이라는 당론마저 정해버린다. 그리고 그동안 탄핵을 찬성하던 비박계마저도 탄핵 반대로 돌아서는 기류마저 감지됐다.

그러자 국민이 단단히 뿔났다. 게다가 17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와 지난달 30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탄핵 통과되면 손에 장 지지겠다" 등 탄핵과 국민의 뜻을 조롱하는 뜻한 발언들이 연이어 나온 상황. 촛불은 그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정부 수립 이후 최대인원인 전국 232만 촛불민심이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박 대통령의 '꼼수 담화'를 꾸짖고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국회가 탄핵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또한, 집회에는 촛불과 함께 횃불들이 등장해 분노가 극에 달한 민심을 보여주었다. 여당인 새누리당 당사 앞에도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 새누리당 해체를 외치며 새누리당 대형 현수막을 찢고 당사를 향해 달걀을 던지기까지 한다.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대구 민심은 완전히 돌아선다. 새누리 대구시-경북도당의 간판에 '정계은퇴당, 내시환관당, 주범이당'이라 써진 대형스티커를 붙여버린 것이다.

232만 탄핵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국민 촛불의 명령을 보자, 탄핵정국은 또 급격하게 요동친다. 3야당은 2일 발의한 탄핵안을 압도적인 표로 가결시키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하고, 비박계도 대통령의 4월 퇴진과 상관없이 탄핵하겠다며 나서게 된다.

이렇게 꼬여가던 탄핵정국을 원 궤도로 되돌린 것은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수백만 촛불의 단결된 힘이었다. 또한, 6차에 이르는 집회 동안 청와대와 점점 거리를 좁히며 국민의 성난 목소리를 청와대에 전할 수 있게 만든 법원의 판단도 주요했다.

4일 방송된 <스포트라이트>는 이러한 '진격의 촛불'의 비밀에 대해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최초 청와대 앞 100m까지 집회 허용'을 하기까지 나온 법원의 판결문 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민심과 과학은 진화하는데 경찰은?

6차 촛불집회의 경우 광화문에 모인 인원이 주최 측 추산 170만 명, 경찰 측 추산 33만 명이다. 경찰 측이 135만 명이 모였다고 발표했던 2002 월드컵 당시 광화문에 모인 인원의 사진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낮은 숫자였다. 경찰의 인원추산법은 3.3m²당 9명이다. <스포트라이트> 취재팀이 촛불집회 현장에서 노란 사각 띠로 해당 면적 안에 시민들을 직접 세어 보았더니 15명이었다. 시작부터 경찰추산법과는 맞지 않았다.

<스포트라이트>는 이에 더 나아가 IT, 물리학 등을 동원하여 과학적인 집회인원수를 산출한다. 수신 기계를 착용한 탐사단 60명을 광화문 일대 60곳에 배치한다. 각 탐사단원의 수신기는 집회 반경 50m에 있는 휴대전화의 무선통신망을 잡아내 참가자를 셌다. 그렇게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 밤 10시까지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수신기계와 정보를 저장한 USB 60개를 수거 분석했다. 그렇게 나온 5차 집회 광화문 일대 참가자는 97만 명이었다.

 4일 스포트라이트에서는 과학적 방법 등을 통해 5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인원을 산정해본다. 주최측에서 산정한 인원수와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4일 스포트라이트에서는 과학적 방법 등을 통해 5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인원을 산정해본다. 주최측에서 산정한 인원수와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 JTBC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었다. 바로 법원이 인정한 집회장소가 더 넓어지면서 사각지대가 생기게 된 것이다. 광화문 옆길 등 인근 지역에도 분노한 민심의 인파가 꽉꽉 들어찼던 것이다. 이에 40년 경력 지적전문가에게 5차 집회에 참여한 인원이 메운 넓이를 의뢰한다. 계산한 결과 5차 집회 면적 약 26만m², 경찰 추산은 10만m²였다. 경찰은 5차 집회면적과 행진면적이 대폭 커졌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중앙일보 사진기자의 도움으로 광화문 집회 고화질 사진을 얻게 된다. 이를 가지고 물리학자를 찾아가 그가 개발한 촛불 산정 프로그램으로 인원을 산정한다. '캔들카운터'라는 것으로 별을 세는 방식을 집회의 촛불에도 적용한 것이다. 그렇게 나온 사진 속 촛불 약 4만8000개. 촛불의 밀도 비율 등을 감안한 복잡한 계산을 프로그램으로 돌린 집계결과, 5차 집회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100만~130만여 명이었다. 주최 측이 추산한 150만 명에 가까운 수치다. 반면 경찰추산은 27만 명. 민심과 과학은 점점 진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데 경찰은 시대를 역행하는 추산법으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앞 100m, '진격의 촛불'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부터 국민 촛불은 점점 더 청와대를 향해 다가갔다. 이는 성숙한 시민과 법원이 서로를 신뢰하지 않았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12월 3일 6차 집회에서 법원은 최초로 청와대 앞 100m 집회를 허용한다. 이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넘지 못했던 '통한의 벽'을 허문 것이다. 그렇게 세월호 유가족들은 2년 8개월 만에 청와대 앞에 다가설 수 있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청와대 접근을 사전에 물대포로 막았던 경찰. 2년 8개월 만에 청와대 앞까지 왔지만 허탈하기만 한 유가족. 박 대통령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청와대 접근을 사전에 물대포로 막았던 경찰. 2년 8개월 만에 청와대 앞까지 왔지만 허탈하기만 한 유가족. 박 대통령의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 JTBC


경찰은 이때까지 청와대 인근 집회 자체를 아예 금지하였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은 국민의 뜻과 함께했다. 1차 청와대와 1300m에서 6차 100m로의 접근을 허용한 것이다.

집시법 12조에 따르면 서울 주요 도로 16군데를 집회불허 장소로 설정할 수 있다. 사실상 집회를 할 수 있는 장소 대부분이 해당된다. 2015년 세월호 집회 59건 중 50건이 이런 이유로 금지되었다.

법원의 판단이 점점 집회장소의 범위를 넓혀주고 있었지만, 경찰은 3일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청와대 근처 7곳 안 된다"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불허하고 본다. 하지만 법원은 최초로 청와대 인근 100m 집회를 허용한다.

경찰은 금지 이유로 '교통혼잡 우려'를 들었다. 하지만 촛불집회의 회차가 거듭될수록 광화문 소통은 오히려 더 원활해졌고, 경찰의 금지 이유는 무색하게 됐다.

또 경찰 측은 "경호는 소수의 테러리스트를 대상, 참가자 중 테러범이나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든다. 이에 가처분을 신청한 시민단체 측은 집회를 잠재적 테러로 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또 경찰은 "집회가 이루어진다면 정상회담이나 국가적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을 못 한다"는 이유를 들지만, 법원은 시민의 손을 들어주고 3일 청와대 앞 100m 집회를 전격 허용하게 된다.

경찰은 왜? 

 경찰의 이중차벽과 수상한 관광버스. 버스안에는 경찰들이 있다. 집시법 12조 개정안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은 이것이 위법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찰의 이중차벽과 수상한 관광버스. 버스안에는 경찰들이 있다. 집시법 12조 개정안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은 이것이 위법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 JTBC


<스포트라이트>는 청와대 주변 수상한 경찰 차벽을 발견한다. 이중 차벽과 함께 학생들의 통학 버스로 이용되고 있는 관광버스가 대거 동원된 것이다. 관광버스의 안에는 경찰들이 있었다. 이와 관련 집시법 12조 개정안을 발의한 박주민 의원 "위험이 없거나 위험이 임박하지 않았는데도 미리 차벽을 치거나, 일방적인 통행 자체까지 완전히 막는 방식의 차벽이라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젊은 청년들이기도 한 의경들은 이번 집회 등에서 기절한 시민을 위해 핫팩을 제공하고, 시민들의 사진촬영을 도와주는 등 자칫 험악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들도 이에 응해 평화시위를 외치며, 폴리스라인을 넘지 않게 노력하고 또 일부 흥분한 시민이 경찰버스 등에 올라가면 단체로 내려오라고 외치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왔다.

경찰의 꼼수차벽과 차이가 큰 의경들인 것이다. 법원도 4차 결정문을 통해 "경찰 또한 시위의 자유가 있고, 본연의 책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이 있다"고 밝혔다.

 같은 국민이고 이땅의 젊은이, 어느 가정의 아들이기도 한 의경. 한 시민이 의경과 악수를 하고 있다.

같은 국민이고 이땅의 젊은이, 어느 가정의 아들이기도 한 의경. 한 시민이 의경과 악수를 하고 있다. ⓒ JTBC


이제 촛불집회에서 소등은 빼놓을 수 없는 의식과 같은 행동이 되고 있다. 시민의 하나되는 힘을 보여주는 소등을 보며 해외언론도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해 극찬한다. 촛불집회 사상 최대인원이 모였음에도 별다른 문제 없이 6차 집회가 끝났다. 법원이 집회면적을 대폭 확대하면서 이렇게 수백만의 인원이 모일 수 있었다. 이미 법원은 3차 결정문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볼 때 평화적으로 진행될 것이라 능히 예상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러한 법원의 신뢰는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이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는 촛불집회의 경험에서 나온다. 법원의 신뢰와 시민의 약속이 이뤄낸 아름다운 결과인 것이다. 

전세대 참여한 화합의 촛불

 촛불집회는 전세대가 참여하는 화합의 장도 되고 있다. 여기에 촛불민의의 뜻인 박 대통령의 즉각퇴진과 탄핵이 이뤄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촛불집회는 전세대가 참여하는 화합의 장도 되고 있다. 여기에 촛불민의의 뜻인 박 대통령의 즉각퇴진과 탄핵이 이뤄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 JTBC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박 대통령이 한 가지는 제대로 이루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바로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 탄핵 등에 거의 전 세대를 아우르는 하나의 목소리가 모이게 된 것이다. 서울 광화문을 포함한 전국 주요 도시들의 집회는 또한 모든 세대가 한자리에 함께하는 화합의 장이 되고 있다. 법원도 3차 결정문에서 "청소년, 어른, 노인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상 집회를 조건 없이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5차 촛불집회 후 29일 박 대통령 3차 담화가 있었다. 1일에는 박 대통령이 35일 만에 청와대를 나와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했다. 그렇지만 10분만 머물고 그대로 떠난다. 박 대통령의 꼼수 행보가 이어지며, 더욱 엄중해진 3일 '진격의 촛불'. 수백만 국민 촛불은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탄핵을 강하게 명령하고 있다. 또한, 탄핵에 미온적인 국회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제 눈 앞으로 다가온 탄핵표결. 국민 촛불의 민의를 받들어 국회는 반드시 박 대통령을 탄핵하여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최주호 시민기자의 오마이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탄핵 진격의 촛불 232만 촛불 9일 탄핵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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