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우규민이 5일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한 뒤 김동환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와 악수하고 있다.(삼성 라이온즈 제공)

FA 우규민이 5일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한 뒤 김동환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와 악수하고 있다.(삼성 라이온즈 제공) ⓒ 연합뉴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우완 투수 우규민과 FA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은 지난 5일 우규민과 4년간 계약금 37억원, 연봉 7억원 등 총액 65억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내야수 이원석(4년 27억)에 이어 삼성의 올시즌 두 번째 외부 FA 영입이다.

우규민은 2003년 2차 3라운드(전체 19순위)로 LG 트윈스에 지명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래 14년간 통산 402경기에 등판하여 56승 58패 25홀드 65세이브, 평균자책점 3.74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사이드암 투수로 중간계투-마무리 등 다양한 보직을 두루 소화했던 우규민은 2013년부터는 선발투수로 전향하여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두기도 했다.

삼성의 우규민 영입은 역시 선발진 보강을 위한 포석이다. 올 시즌 삼성은 외국인과 토종 투수들의 동반 부진으로 마운드가 무너지며 고전했다. 올 시즌 9위로 팀 창단 역대 최악의 성적을 경신했고 평균자책점이 5.64로 8위였다.

토종 선발진의 주축을 이루던 윤성환(11승10패 평균자책점 4.35)과 장원삼(5승 8패 평균자책점 7.01)이 나란히 하향세인데다 차우찬(12승 6패, 4.73)도 올해 FA 신분 이라 잔류를 장담할수 없다. 우규민의 영입은 차우찬의 이탈을 대비한 보험의 성격도 갖고 있는 셈이다.

또한 우규민은 통산 65세이브에서 보듯 마무리 경험도 있는 선수다. 2007년에는 풀타임 마무리로 30세이브를 올리기도 했다. 제구력이 좋고 낮은 공에 강점이 있어서 땅볼 유도 능력이 빼어나다. 일단 삼성에서는 3~4선발 역할을 맡을 것이 유력하지만 포스트시즌 같은 큰 무대에서는 스윙맨이나 더블 스토퍼 같은 역할도 충분히 가능하다.

역대 투수 FA 몸값 6위 기록한 우규민

하지만 우규민이 65억이나 되는 가치를 지닌 투수인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우규민은 올 시즌 6승 11패 평균자책 4.91로 부진했다. 최근 우규민을 괴롭힌 허리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규민의 몸값은 투수 FA로는 역대 6위에 해당한다. 우규민보다 높은 몸값을 기록한 선수는 윤석민(기아, 90억), 김광현(SK, 85억), 장원준(두산 84억), 정우람(한화, 84억), 윤성환(80억)이 있었다. 정우람을 빼면 모두 선발투수들이다. 윤성환-장원준-김광현은 선발로  통산 100승 이상을 넘긴 투수들이고, 가장 승수가 적은 윤석민도 77승을 기록했으며 2011년에는 풀타임 선발투수로 MVP를 포함한 4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우규민은 역대 60억 이상을 기록한 FA 투수 중 승수, 최다이닝, 개인 타이틀 수상 등 각종 기록에서 가장 떨어지는 선수다. 물론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한 시즌이 4년밖에 안된다는 점을 고려해도 단일시즌 최다승이 11승(2014, 2015)에 불과했고 선발투수로 가장 좋았던 시즌도 평균 자책점이 3점대 중반(2015년 3.42)에 불과할만큼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의 선발 투수 이상은 아니었다. 고액 FA 투수 6인방 중 통산 승보다 패가 더 많은 투수도 우규민이 유일하다.

뛰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통산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31로 준수하지만 그렇다고 이닝 소화력이 아주 뛰어난 투수는 또 아니다. 우규민은 선발투수로 활약한 4년간 한 시즌 최다이닝이 153.2이닝(2014년)이었고 평균 146.1이닝을 기록했다. 3~4경기 이상 오랜 이닝을 꾸준히 소화해 주는 유형의 투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우규민을 잡아야 했던 배경에는 현실적으로 FA 시장에서 쓸만한 투수가 몇 명 남지않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투수 대어 중 김광현은 SK에 잔류했고 양현종은 해외진출설이 거론되고 있다. 내년까지 이렇다할 특급 선발투수가 FA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삼성이 오버페이를 감수하면서 그나마 남은 우규민에 눈독을 들여야했던 이유다.

삼성은 최근 몇 년간 외부 FA 영입에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제일기획으로 야구단 운영이 이관된 이후에는 아예 쓸 돈도 안쓰고 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한때 '돈성'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모처럼 지갑 연 삼성, 효율성은 의문

삼성은 올 시즌 외부 FA인 이원석과 우규민을 잇달아 영입하며 기존의 노선 변경을 선택했다. 몇 년간 잇단 전력 유출로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으로서는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반드시 잡아야 할 전력이었던 최형우를 100억에 라이벌 기아에 내주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원석과 우규민을 잡았지만 이들이 최형우의 대체자와는 거리가 먼 데다 이들을 영입하는 데 들인 비용(92억)도 최형우의 몸값과도 큰 차이가 없다. 삼성이 주장하던 합리적인 투자와도 거리가 멀어진 선택이다.

이원석은 가성비가 좋은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지만 냉정히 말해 전 소속팀 두산에서 주전경쟁에서 밀린 백업멤버에 불과했고, 우규민도 A급 선발투수와는 거리가 있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어차피 쓸 돈이었으면 차라리 최형우한테나 주지'라는 반응이 나오는가하면, 전력보강에 대한 압박에 삼성이 자칫 성급한 '패닉 바이'(Panic buying)를 단행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우규민의 영입과 맞물려 더욱 미묘해진 것이 바로 차우찬의 거취다. 공교롭게도 차우찬은 우규민의 전 소속팀이었던 LG로부터 영입설이 거론되고 있어서 관심을 받고 있다. 만일 차우찬이 LG 유니폼을 입게된다면 사실상 두 선수를 맞트레이드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차우찬이 우규민보다 좀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차우찬을 원하는 구단들은 그 이상의 계약조건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다시 말하면 삼성이 차우찬을 잔류시키더라도 최소한 우규민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최형우마저 떠난 마당에 차우찬은 반드시 잡아야 할 전력이지만, 선발진 외에도 아직 보강할 포지션이 곳곳에 널린 삼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선수 영입 비용를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과적으로 FA 시장의 거품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로도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모처럼 지갑은 열렸지만 효율성에서 많은 의문부호를 남긴 삼성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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