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남자>로 첫 주연을 맡은 배우 최민호.

영화 <두 남자>로 최민호는 상업영화 첫 주연을 맡았다. 아이돌 연기자라는 편견엔 부담이 없었지만 자기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엔 부담이 컸다. 영화를 준비하던 과정을 <오마이스타>에 차근차근 전했다. ⓒ SM엔터테인먼트


일찌감치 삶의 막장에 다다른 가출 청소년의 옷을 최민호가 입었다. 영화 <두 남자> 속 진일 역에 그를 캐스팅 한 이성태 감독은 "사악함이 요구되긴 하지만 동시에 열악한 삶의 치열함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 개봉 직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호는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절 섭외하신 감독님이 정말 절 잘 모르는 분 같다고 생각했다"고 첫 느낌을 전했다. 그룹 샤이니 멤버로 훤칠한 외형을 자랑하는 아이돌스타다. 게다가 스스로 청소년기와 어린 시절에 대해 "사랑받으며 자랐다"고 전했다. 그런데 거칠게 굴러먹은 가출 청소년 역이라니. 자신과 많이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최민호는 "그래서 더욱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춘기 아닌 사춘기

동시에 그는 의아했다. 자신과 너무도 다른 모습에 끌렸다고 할까. 또래 친구들과 함께 가출해 누군가의 물건을 훔치는 걸로 끼니를 해결하고, 악덕 노래방 주인(마동석 분)을 만나 여자친구는 감금까지 당한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이들을 쫓으며 앙갚음을 하려는 또래 청소년이 있다. 앞뒤 이야기가 잘 설명돼 있진 않지만 영화 <두 남자>는 이런 설정만으로 관객에게 큰 긴장감을 전달한다. 그것도 꽤 설득력 있게. 사전 이야기가 담기지 않는 "다소 예의 없는 영화였지만 정서의 힘으로 설득시켜야 하는 과제"가 최민호에게 있었다.

"감독님과 미팅을 진짜 많이 했어요. 감독님의 어렸을 적 경험도 들었고, 대사도 제가 편하게 던질 수 있게 바꾸기도 했죠. 애초부터 저와 다른 인물이었어요. 보통 연기할 때 캐릭터와 나의 교집합부터 찾는 편이에요. 그걸 극대화 하는 게 자연스럽더라고요. 근데 이번엔 교집합이 거의 없더라고요. 고민이 많았는데 그래서 안 피던 담배도 피고, 감독님과 거리를 활보하기도 했어요. 길에 침도 뱉어보라고 하시고, 술도 마시라 그러고(웃음). 

보니까 전 진일과 너무 다른 삶을 살아온 거예요. 따뜻한 가정, 좋은 회사를 만나 데뷔도 빨리 했고요. 그래서 그를 이해 못하는 게 많았죠. 거꾸로 접근하기로 했어요. 인생에서 행복감이 전혀 없는 인물로 느꼈고, 제 최근 행복한 기억부터 하나하나 지워갔어요. 콘서트 경험, 데뷔 첫 1위의 기억, 친구들과의 여행, 집에서 따뜻한 밥을 먹던 기억까지요. 그러니 진일에 조금 가까워졌고, 조금은 이해가 가더라고요."

혹시나 해서 사춘기를 물어봤다. "없었다"고 그가 답했다. 학창시절 공부와 운동까지 잘했던 친형과 비교를 당하긴 했어도, 미처 가출까진 생각하지 않았단다. 여러모로 고운(?) 심성 때문일까. 그렇다고 그가 꽃길만 걸어온 건 아니다. 정상급 아이돌로 인정받기까지 무수히 흘려야 했던 땀과 자기 내면의 고민이 있었다.

"데뷔하고 나서 오히려 혼란이 왔어요. 인기가 올라갈 시점이었죠. 생각의 폭이 좁아서 한계를 느껴서일까요. 데뷔는 일찍 했지만 부모님 반대가 심해서 연습을 많이 못했거든요. 그래서 자신감이 늘 없었어요. 춤, 노래 실력을 많이 갈고 닦았다면 여유가 좀 있었을 텐데 현저히 슬럼프가 오더라고요. 원래 성격 자체가 어둡지 않은데 점점 어두워지고, 안 가리던 낯도 가리고. 이후에 콘서트도 하고, 예능 프로에 출연하며 혼자 설 자리가 몇 번 있었어요. 서서히 나아지더라고요."

 영화 <두 남자>의 한 장면.

영화 <두 남자>에서 최민호는 가출 청소년 진일 역을 맡았다. 남의 휴대폰을 훔쳐 팔며 생계를 이어가는 등 어린 나이에 삶의 막장에 다다른 청소년이다. ⓒ 엠씨엠씨


연기의 기쁨

드라마 <도룡뇽 도사와 그림자 조작단>(2012)을 비롯, <메디컬 탑팀>(2013) 등 그의 연기 경력도 나름 된다. 시청률 여부를 떠나 당시 최민호는 "너무 완벽하고 멋있는 이미지로 가려 했다는 걸 깨닫고 나 자신의 속을 하나씩 파보게 됐다"며 "지금은 꾸미지 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자 생각하게 됐다"고 한결 짐을 내려놓은 모습을 보였다. 보이는 이미지가 아닌 실체로서의 연기를 고민하는 때가 온 것이다.

"사실 연기자를 준비하다 가수가 된 경우예요. 무대에서 물론 최선을 다했고, 잘해야 했지만 연기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부족함을 더 많이 느끼고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죠. 가수와 배우로서 동력의 차이는 크겐 없어요. 다만 무대는 3분 안에 모든 걸 보여야 하고 연기는 감정 소모를 훨씬 더 길게 하니까 지치면 안 될 것 같아요. 체력과 감정 관리가 중요해요.

아이돌 배우에 대한 색안경이 여전히 있지 않나요. 제 입장에선 어떤 특정 롤모델을 정하기 보단 제가 잘하는 것부터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여러 선배들을 존경하지만 한 명을 정해놓으면 자꾸 비교하게 되고 저 자신을 깨질 못하더라고요. 원래 있긴 했는데 비밀로 할래요! (웃음) 곧 스물일곱이 되는데 빨리 달리는 배우는 되고 싶지 않아요. 천천히 가면서 주위를 느끼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데뷔를 빨리 해서 너무 달렸다고 생각하거든요. 돌아보니 놓친 게 많더라고요. 이제라도 그걸 느꼈으니 단단하게 다져나가고 싶습니다."

 영화 <두 남자>로 첫 주연을 맡은 배우 최민호.

영화 <두 남자>로 첫 주연을 맡은 배우 최민호. ⓒ SM엔터테인먼트


그런 의미에서 <두 남자>는 최민호에겐 지평을 넓히는 작품이었고, 보다 단단해지는 계기였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역할을 노력해서 받아들인 것도 성과지만 10대 팬을 대거 거느린 아이돌 스타로서 뭔가 새로운 면모를 대중에게 전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는 "가출한 청소년들 보단 오히려 그 주변의 어른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며 "청소년들이 최악의 선택을 하기까지 어른들은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청소년들의 인생을 좌우한다"고 뼈있는 발언을 했다.

"후배들이 제게 상담을 많이 할 것 같다고요? 근데 다른 회사 연습생인 경우는 데뷔하지 않는 이상 만나기 어려운 건 있죠. 제가 그 친구들 찾아가는 것도 웃기잖아요. 얘들아, 상담해줄 게 있어~ 이러면서(웃음). 회사 내에서 데뷔 준비하는 친구들 보면 잘 보고 있다고 애기해주고,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친구가 있으면 '너 나이 때 난 더 못했다'고 말해줘요. 엑소 동생들도 사실 데뷔 초에 힘들어 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내 주변엔 다 엑소 팬들밖에 없다. 같이 셀카 찍어줄 수 있니?' 부탁하기도 했어요. 몰랐는데 그런 말이 큰 힘이 됐다고들 하더라고요. 

저도 꾸준히 활동하겠지만 갈수록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좋은 기운, 긍정 기운을 뿜는 사람이고 싶어요. <두 남자>는 극 자체가 행복보단 슬픔과 고통이 담겨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제 열정 에너지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나올 작품에 긍정 에너지 담도록 노력할게요."

 영화 <두 남자>로 첫 주연을 맡은 배우 최민호.

밝은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던 그의 소망을 곧 다른 작품에서 이룰 수 있길. ⓒ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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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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