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루미 선데이>

영화 <글루미 선데이>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2000년, 2003년에 이어 또 다시 재개봉하여 한달째 상영중인 영화가 하나있다. <글루미 선데이>다.

독일과 헝가리의 합작영화인 <글루미 선데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알아야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헝가리 작곡가 레조 세레스가 1933년 에 발표한 "Szomoru Vasarnap"(우울한 일요일)이라는 곡이다. 당시 시대상이 반영된 우울한 멜로디의 이곡은 처음에는 그냥 연주곡이었다. 하지만 이후에 라졸라 자보에 의해 가사가 붙여졌고, 1935년에 노래가 발표되었다. 1936년부터 부다페스트에서 이 노래를 들으며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유명세를 탔는데, 이 곡의 작곡가 레조 세레스조차 1968년에 자살했다.

이 노래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바르코프(Nick Barkow)는 1988년 소설 <우울한 일요일의 노래>(The Song of Gloomy Sunday)를 발표한다. 이 책을 원작으로 1999년에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글루미 선데이>다.

감독은 독일에서 TV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주로 찍으며 독일 비평가상을 2회나 수상한 '롤프 슈벨'이다. 세 남자의 사랑을 받은 '일로나'역은 수천대 일의 오디션을 뚫고 배역을 맡은 헝가리 여배우 '에리카 마로잔'이다. 제작자는 일로나 역에 칸 영화제에서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엘로디 부쉐를 캐스팅하려 했으나, 슈벨 감독이 진짜 헝가리인을 캐스팅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

'일로이'역으로 매혹적인 연기를 펼친 '에리카 마로잔' ⓒ (주)팝엔터테인먼트


<파리넬리>로 유명한 이탈리아 배우 스테파노 디오니시가 <글루미 선데이>를 작곡한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아라디역을 소화했는데, 이 영화를 연기하기 위해 6개월동안 피아노 레슨을 받으며 철야 연습을 했다고 한다.

영화의 원제는 <Ein Lied Von Liebe Und Tod>로, '사랑과 죽음의 노래'라는 뜻이다. 1999년 독일 개봉 당시 관객 38만5980 명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바이에른 영화상'에서 감독상과 촬영상을, '독일영화상'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베를린 천사의 시>이후 가장 아름다운 영상 세계를 보여줬다는 격찬을 받았다.

국내 첫 개봉 당시 서울 관객 3만9천명을 불러들이는데 그쳤음에도 두차례나 더 재개봉한 특이한 이력의 영화이다.

1930년대, 정이 많고 수완이 좋은 유태인 라즐로 자보(조아킴 크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연인 일로나(에리카 마로잔)와 함께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그곳에 새로 취직한 피아니스트 안드라스(스테파노 디오니시)는 아름다운 일로나에게 첫 눈에 반해 자신이 작곡한 노래 '글루미 선데이'를 선물한다. 한때 가수를 꿈꿨던 일로나의 마음도 안드라스를 향해 움직이자 차마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던 자보는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한다는 그녀를 받아들인다.

한편, 자보의 도움으로 안드라스는 '글루미 선데이'를 음반으로 발표하며 엄청난 인기를 얻지만 연이은 자살 사건에 관련되어 있다는 스캔들에 휩싸이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부다페스트는 독일 나치에 점령당하고 일로나를 사랑했던 또 한 명의 남자, 한스(벤 벡커)가 독일군 대령이 되어 다시 레스토랑을 찾아온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

영화 <글루미 선데이> 한 장면 ⓒ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다양한 이야기와 감정으로 가득하다. 사랑과 고통 그리고 질투와 우정이 공존하는 한 여자와 두 남자의 기묘한 관계만으로도 흥미를 끈다. 그리고 그속에서 만들어진 <글루미 선데이>라는 아름답고도 슬픈 명곡이 비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스토리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영화는 여기에 '자살'과 '인간의 존엄성'이란 키워드에 대한 고찰을 안기기도 했으며, 당시의 불안하고 우울한 정치적 시대상과 '한스'라는 나치 인물을 접목시키며 로맨스란 장르의 범주를 넘어서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감독은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임에도 격렬한 베드신이나 나치 시대의 참혹함 등 리얼한 장면을 배제시키며 문학적 감수성에 집중한다. 이런 부분은 영화의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는 있었지만 지나치게 단조로운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하기도 한다.

영화 내내 '글루미 선데이'가 흐르는데, 이는 한편의 거대한 뮤직비디오를 보는 느낌이 들게 한다. 극중 한스와 자보가 글루미 선데이에 대해 말하는게 인상적이다.

한스: '정말 이상한 노래예요 마치 듣고 싶지 않은 얘길 해주는 것 같아요.'
자보: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게 진실이라고 하죠.'

노래 '글루미 선데이'는 음악 저널리스트 '로버트 다이머리'와 '토니 비스콘티'가 선정한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팝송 1001'에 포함되어 있는데, 영화와 함께 즐기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글루미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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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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