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전 세계에 자랑하는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1986년 작이자 '지브리 스튜디오'의 첫 작품 <천공의 성 라퓨타>

일본이 전 세계에 자랑하는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1986년 작이자 '지브리 스튜디오'의 첫 작품 <천공의 성 라퓨타>ⓒ ?대원 C&A 홀딩스


일본이 전 세계에 자랑하는 거장들이 있다. 소설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영화에서는 고 구라사와 아키라가 있다. 그리고 일본이 자랑하는 콘텐츠인 애니메이션에서는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인 75세 초로의 노 연출가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영화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는 수준을 보여주는 거장이다. 지난 2013년 <바람이 분다>를 끝으로 '진짜' 은퇴를 선언했지만 2020년 '애벌레 보로'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천공의 성 라퓨타> 이후 30년간 다섯 번의 은퇴를 선언한 그의, 다섯 번째 컴백 예고다.

하야오 세계와 지브리 월드의 시작 <천공의 성 라퓨타>

2016년은 미야자키 하야오와, 그의 분신과도 같은 지브리 스튜디오에 있어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해다. 1984년에 세운 지브리 스튜디오의 첫 작품 <천공의 성 라퓨타>가 올해 30주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1984년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후 세운 지브리 스튜디오, 첫 작품 <천공의 성 라퓨타>의 연이은 성공으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그만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하야오 세계, 지브리 월드.

<천공의 성 라퓨타>는 30년 전의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도무지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지 않기까지 하다. 현재의 애니메이션이 퇴보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스러운 느낌이 드는 그림체가 지금 보기엔 조금 부자연스러울 뿐, 기시감을 찾아볼 수 없다. 완벽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명 '30년 전'의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은, 완벽 그 자체다. 캐릭터, 서사, 메시지 어느 것 하나 빠질 게 없다.

분명 '30년 전'의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은, 완벽 그 자체다. 캐릭터, 서사, 메시지 어느 것 하나 빠질 게 없다.ⓒ ?대원 C&A 홀딩스


가장 눈에 띄는 건 의외로 '캐릭터'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들에는 공통으로 나오는 캐릭터가 있는데, 여기 나오는 '돌라'가 대표적이다. 그녀는 다양한 애니메이션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분한다. 여기서는 해적 일당의 대모로 분했는데, 세계적인 만화 <원피스>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보물에 대한 욕망, 그들만의 의리와 어디로 튈지 모를 개성 등이 그들을 구성한다. 정녕 캐릭터다운 캐릭터다. 그들의 좌충우돌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충분하다.

물 흐르듯 전개되는 서사와 더없이 확실한 메시지는 백미다. 슬픈 눈을 가진 소녀가 군인 집단으로 보이는 이들과 함께 어디론가 가고 있는 듯 보인다. 거기엔 정부에서 보낸 밀사도 있다. 그때 해적이 출몰해 소녀를 노린다. 군인 집단, 정부 밀사, 해적 일당이 노리는 건 다름 아닌 소녀가 간직한 '비행석'이다. 무엇이든 하늘을 날게 해주는 막대한 힘을 지닌 돌.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하늘을 나는 건 인간 근원의 욕망이다.

막간을 노려 탈출을 시도하는 소녀 시타, 비행석의 놀라운 힘으로 천사 같은 모습을 하고 탄광에서 일하는 소년 파즈에게 온다. 그들은 곧 친해지는데, 오래지 않아 군인 집단, 정부 밀사, 해적 일당이 일제히 시타를 노리고 쳐들어온다. 그들끼리 치고받는 틈에 도망가보지만 결국 시타는 군인 집단과 정부 밀사에게 잡히고 만다. 그들은 전설의 천공의 성 라퓨타를 제압하려 시타의 비행석을 탐냈던 것이다. 그녀는 다름 아닌 라퓨타족의 마지막 공주였다. 그녀를 앞세우려는 수작이다.

한편 파즈는 해적 일당에게 붙잡히는데, 곧 각자의 원하는 바가 같아 손을 잡고 시타를 구출하러 떠난다. 전과는 완연히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구간으로, 대지에서의 행복하고 단란한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창공에서의 욕망의 뒤엉킴과 불손함이 지배한다. 그렇지만 파즈에게는 라퓨타라는 존재 자체가 아버지를 상징하고 생각나게 하는 가장 큰 것이기에 또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이다. 과연 시타와 파즈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들의 앞날엔 어떤 여정이 펼쳐질까? 천공의 성 라퓨타의 운명은?

아무리 강한 무기가 있어도

캐릭터와 서사를 애니메이션이 갖는 성격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가장 잘 맞게 꾸려 놓고선, 그야말로 확실하고 확고한 메시지를 던지는 미야자키 하야오. <천공의 성 라퓨타>를 통해서도 마찬가지다. 그 메시지를 대사를 통해 대놓고 직설적으로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시타가 정부 밀사 무스카의 계략에 휘말려 위기에 처했음에도 강력히 주장한다.

"아무리 강한 무기가 있어도, 수많은 로봇을 조종해도, 땅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거예요!"

 미야자키 하야오가 특히 신경 쓰는 건 '메시지'다. 전반적으로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데, 이번엔 '자연'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특히 신경 쓰는 건 '메시지'다. 전반적으로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데, 이번엔 '자연'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다.ⓒ ?대원 C&A 홀딩스


엄청난 힘을 가진 천공의 종족 공주가 '하늘'이 아닌 '대지'를 중요시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천공의 종족이 하는 말이라서 더욱 중요하고 깊이 있게 들린다. 일종의 겸손함까지 엿보인다. 이는 대지의 종족인 인간이 천공의 성을 침범해 보물을 훔치고 지배하려 드는 모습과 완벽히 대비된다. 인간의 끝 간 데 모를 욕망, 그 끝엔 자연이 있다. 다분히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들어낸 구조겠다. 그들이 침범하는 곳은 결국 자연인 것이다.

그들은 곧 자연에게 큰 벌을 받게 되어 있다. 그건 익히 알고 있는 서사 패턴, 하지만 그걸 어떤 식으로 보여줄지, 어떤 식으로 보여줘야 확실히 각인 되어 잊지 않게 할지는 만드는 이의 선택이자 역량이다. 특히 이 분야(?)에서 탁월함을 보이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유감없이 그 실력을 발휘한다. 아마도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난 후 풀 한 포기라도 아껴야겠다, 함부로 재물을 탐하지 말아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30년 전부터 환경파괴와 환경보호가 애니메이션의 주된 내용으로 부각될 정도이니, 현재는 어떨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이미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리지나 않았는지…. 새삼스레 자연을 보호하자는 교훈을 던지고 싶진 않다.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것이기에 오히려 부작용이 일 수 있다. 그런데도 후손들을 생각하면 그런 교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말로 하는 대신 다른 방법이 있다.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보면 될 것. '백문이 불여일견' 아닌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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