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정승환 `목소리` 표지

정승환 `목소리` 표지 ⓒ 안테나뮤직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 봄. 토이(유희열)의 2집이 발매되었다. 윤종신, 조규찬, 이장우 등 그 무렵의 유명 가수들이 대거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이 작품에서 가장 크게 주목을 받았던 곡은 당시 무명 신인이던 김연우가 부른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이었다.  

1990년대 명품 발라드의 계보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이 노래 이후 유희열은 한국 대중음악계의 중요한 뮤지션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2016년. 만 스무 살 감성 보컬리스트 정승환의 정식 데뷔 음반 <목소리>가 프로듀서 유희열과 안테나 뮤직의 손을 거쳐 세상에 등장한다.

정승환은 어떤 의미에선 시대를 역행하는 음악인이다. R&B의 영향을 받은, 이른바 '트랜디한 팝'을 추구하는 가수들이 대거 양산되는 요즘에 과거 유희열, 김동률, 윤종신의 음악에서 느낄 수 있었던 1990년대 서정성을 담고 노래하는 몇 안 되는 젊은 보컬리스트 중 한명이 아니던가.

2년의 기다림

정승환을 발굴해낸 <K팝스타>의 심사위원 박진영은 때마침 지난 27일 방영분에서 한 참가자를 평가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제일 부르기 힘든 게 발라드죠. 왜냐 하면 발라드는 해석의 여지가 없어요. 이상한 기교 넣지 않고 깨끗하게 부른다고 치면 얼마나 다르게 부를 수 있겠어요. 그런데 다르게 부르는 사람들이 있어요, 정승환 군이 그랬어요. 뻔하게 부르는 것 같은데 못 들어본 1, 2퍼센트가 있어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의미에서 <목소리>는 박진영의 이러한 언급에 걸 맞는 음반이다. 피아노와 현악기 등 딱 필요한 악기들 위주로 소박하게 짜인 반주 속에 정승환의 노래는 편안하게 날갯짓을 하며 듣는 이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K팝스타 시즌4> 이후 드라마 <또 오해영>의 삽입곡 '너 였다면'을 비롯한 각종 드라마 OST 녹음, 음악 예능프로그램 출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음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출발일 수 있지만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는 인상적인 내용물로 채웠다.

[정승환 '이 바보야' 공식 뮤직비디오]



유희열 특유의 "찌질한 실연남"(?) 이야기를 담아낸 '이 바보야', 또 다른 타이틀곡 '그 겨울'은 정통 발라드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남들에게선 찾을 수 없는 정승환만의 1퍼센트가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너 였다면'의 작곡팀 1601의 '그 겨울',  토마스 쿡의 '숲으로 걷는다', 음반의 동명곡이자 정승환의 자작곡 '목소리' 등에선 절제되면서 담백한 울림의 보컬로 진한 울림을 전달해준다.

<K팝스타 시즌4>이후 지난 2년의 시간 사이 이렇듯 정승환은 한 단계 이상 성장하면서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아델, 마크 론슨, 테일러 스위프트, 샘 스미스 등의 음반을 담당한 세계적인 엔지니어 톰 코인(그래미 총 5회 수상)의 손을 거친 마스터링 작업은 <목소리>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몫을 해냈다.

최근 일부 가요 음반들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라우드니스 워'(Loudness War, 녹음/믹싱 등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소리를 크게 키우는 현상)와는 거리가 먼 깔끔하고 빼어난 소리 만들기에 큰 노력을 들인 점도 칭찬할 만하다.

'중소 업체' 안테나의 과감한 행보

 정승환

정승환 ⓒ 안테나뮤직


최근 들어 안테나 뮤직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대형 회사의 그것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루시드 폴의 정규작 <누군가를 위한>을 시작으로 불과 1년 사이에 페퍼톤스의 라이브 앨범, '안테나 엔젤스'로 불리우는 샘김, 이진아, 권진아, 정승환 등 유망주 4인의 다양한 음반들을 연이어 내놓았다.

요즘 유행을 이끄는 아이돌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소요된다고 하지만 연이은 작품 제작은 중소 규모 기획사로선 금전적으로 만만찮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수년 만에 치른 레이블 콘서트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안테나+유희열은 여기에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서라면 마치 이 한몸 기꺼이 바칠 각오로 임하는 모양새다. 그리고 이러한 거침없는 행보가 이른바 '차트 올킬' 정승환의 신보 성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정승환 케이팝 쪼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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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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